• 김상조 정책실장 경질
    민주 “당연”, 국민의힘 “꼬리 자르기”
    보도 나온 지 하루만에 사퇴, 이례적
        2021년 03월 29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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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인사들의 부동산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시작으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에 이어 재벌개혁의 상징으로 불렸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부동산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이 전세를 준 아파트 보증금을 올려 이중성 논란이 제기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악재에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조치”라며 자세를 낮추는 한편, 국민의힘은 “‘재벌 저격수’라더니 ‘세입자 저격수’였다”며 “선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경질했을까 싶을 정도”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상조 실장이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자신이 소유한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3법은 계약 갱신시 전·월세 가격을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규제했는데, 김 실장은 이 법의 시행 이틀 전에 본인 소유의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이보다 큰 폭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2차 아파트(120.22㎡) 임대보증금은 당초 8억5000만원이었으나, 7월 29일 1억2000만원(인상률 14.12%) 올렸다. 김 실장이 전셋값을 올린 다음날인 30일 국회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을 처리했고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김 실장은 자신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의 전셋값이 올라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김 실장을 즉각 경질했다. ‘실수요자와 세입자 보호’를 강조했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전세 대란을 불러오는 등 실패했다는 평가, LH 임직원 투기 사건으로 촉발된 고위직 땅 투기 의혹, 여기에 청와대 핵심 인사인 김 실장의 전셋값 인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무능과 이중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임에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보궐선거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투기 사건 등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또 다시 터진 악재에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김 실장 경질에 대해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로 국민께 실망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앞으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하여 근본적 개혁 방향과 함께 부동산 공급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이 대통령을 잘 보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간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인사의 경질을 미뤄왔던 문 대통령이 ‘최장수 정책실장’을 논란 하루 만에 경질한 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궐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 식 경질이라는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선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경질했을까 싶을 정도”라며 “선거가 없으면 ‘버티기’, 선거가 있으면 ‘꼬리자르기’인가”라고 비꼬았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 대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라던 김상조 실장은 임대차보호법 통과를 사전에 인지하고, 자신의 사익을 위해 실수요자인 세입자에게 두자릿수 전세값 인상을 들이밀었다”며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재벌 저격수’라더니 ‘세입자 저격수’였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 통과를 인지하고 교묘하게 법을 이용해 돈을 번 청와대 정책실장과 몰래 얻은 공적 정보를 사적으로 활용한 LH 직원, 청와대가 ‘적폐 청산 1호로 외친 투기꾼’과 무엇이 다르냐”며 “청와대는 친일파라는 투기사범을 발본색원하고 싶다면 굳이 먼데 가지 말고 등잔밑부터 살펴보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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