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편성권 갖는 사회부총리 신설
        2006년 11월 10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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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여니 아늑하고 깨끗한 것이 사람 살만한 데란 생각이 들었다. 윤종훈이 작년 1월까지 일하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텔레마케팅 회사 같이 복작거리는 사무실보다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이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내심 안심스러웠다.

    윤종훈이 민주노동당을 그만 둔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나자마자 몇몇 곳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 왔다. 윤종훈은 시민경제사회연구소를 선택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제안했거든요. 그만 둔다는 얘기가 신문에 난 당일에 소장님이 전화하더라구요. 뭐, 딱히 더 좋은 자리가 있던 것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에서 계획했던 연구를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이 곳이 제일 적당하더라구요.”

       
     
     

    그는 작년 여름부터 시민경제사회연구소로 출근하며, ‘민주노동당에서 계획했던 연구’의 세부 추진 계획을 세우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지난 토요일에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 모형과 그 실현을 위한 조세재정개혁 과제』를 내놓았다.

    두툼한 책으로 세 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이니, 거기 들어 갔을 땀과 고민이 얼마만 했을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불을 보듯 훤하다.

    윤종훈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매일 밤이 으슥해서야 한 시간 반씩 걸리는 구리로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일곱시께에는 다시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그다. 그런 윤종훈이 1년 반만에 내놓은 연구 성과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동력’이라든가 ‘사회투자모형’이라는 말이 익숙치는 않다. 그는 연구 주제를 그렇게 정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기 위해서죠. 대선도 염두에 두었고요. 진보진영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나 다른 연구소에서도 이런 규모의 비슷한 연구 성과를 내놓고는 있지만, 일관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처음부터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 과정을 통제하며, 가급적 수미일관한 연구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 문제의식이란 무엇일까?

    “진보진영에서는 양극화 해소와 지속성장을 위해 복지를 내세우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경제라고 하면 박정희 시대의 개발을 생각해요. 국회에서도 ‘골프장 30개 만들어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따위 말이 나올 정도죠.

    이런 사람들에게 복지는 ‘사회적 낭비’나 ‘복지병’을 떠올리게 되죠. 그래서 복지 문제를 가지고 나오면 정책 논쟁이 되는 게 아니라, 정치 투쟁으로 되잖아요.

    이런 걸 피하기 위해서 사람에 대한 투자가 새 성장동력이라는 것, 합리적인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고자 했던 거예요. 사람에 대한 투자의 구체적 내용을 찾아보려 했어요.”

    윤종훈 모델에는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이라는 대목이 있다. 노무현 정부나 관변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비전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들과는 무엇이 다를까?

    “낮은 임금을 찾아 나가는 생산시설의 국외 탈출을 언제까지나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 소프트웨어, 곧 사람을 육성하자는 계획이예요. 특히 저는 대학 개혁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교육과 노동이 분리되고 단절돼 있어요. 명문대 나와야 근근이 살 수 있으니 교육 분야에 과투자가 일어나고, 노동 분야에서의 재교육이나 투자는 거의 전무하죠. 이런 왜곡된 구도를 깨기 위해 대학개혁을 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은 교육 중심 대학, 산업대학으로 바꾸고, 소수의 연구 중심 대학을 만들어서 교육과 노동의 분리 구조와 왜곡된 투자를 극복해야 해요.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모형과 그 실현을 위한 조세재정개혁 과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전문대학, 중급의 예비노동자를 교육하는 대부분의 대학을 교육 중심의 산업대학으로 재편해야 해요.

    이런 산업대학에서 성인 직업교육을 담당케 하고, 노동자들에게 학습휴가제도를 주는 등을 통해 노동력의 고급화를 꾀해야 해요.”

    윤종훈의 대안모델에는 정책 실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다. 우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여 교육, 복지, 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사회부총리제를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경제부처에 예산편성권이 집중돼 있어서는 신성장 동력(사람)에 사회투자(복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의 예산편성권을 가지는 사회부총리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음 대통령의 임기 중, 4년 동안 90조 원의 예산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지, 그 예산을 어떤 경로로 집행할지도 계획이 세워져 있다. 윤종훈은 자신의 프로그램이 적어도 정부 부처가 내놓는 계획안들보다는 더 조화롭다고 자신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윤종훈이 이 연구에 매달린 것은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다음 대선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준비한 정책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정책과 정치의 조화가 있어야 합니다. 정책 전문가들은 논리적 완결성에 빠져 있고, 현실과 국민에는 무관심해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아예 정책에 눈감는 경향이 있고.

    정치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해요. 민주노동당에 들어간 것도 그런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였죠.

    이명박이 뜰수록 ‘개발이냐 복지냐’ 하는 논쟁판이 될테고, 진보진영은 다음 대선에서 지든 이기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해요. 선거에서 지더라도 국민들에게 설득한 논리에 힘입어 내용 있는 야당으로 있어야, 다음을 노리면서 계속 설명해갈 수 있어요.”

    그가 밖에서 보는 민주노동당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은 당 안의 문제를 봉합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이 상태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해결해야죠.

    정치란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나라 정당들, 민주노동당까지도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모여 있는 거죠. 정책 대결을 통해 이런 구도를 깨야죠.

    민주노동당을 성장시킨 민생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로 재구성해야 해요.

    저는 2008년 총선에서 정책적 의지가 탄탄한 사람이 소수라도 모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원 수가 적더라도 선명한 정책을 가지고 일하면 2012년에는 엄청나게 성장할 거예요.”

    ‘윤종훈 모델’은 11월 말쯤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의 후원으로 국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를 마쳤다고 그의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인터뷰 어느 쯤인가에서 그는 “열린우리당이 먼저 베껴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내비쳤다. ‘돈 많이 버는 회계사’가 되겠다는 맏아들이 곧 보게 될 수능시험이나 대학 학비도 그를 맘 편히 하지 않을 것이다.

    자리를 뜰 때 그는 흘러가는 말인 듯 “맘 맞는 대선 후보만 나오면 당에 돌아가 맹활약해줄 수 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윤종훈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모형과 그 실현을 위한 조세재정개혁 과제』
    http://www.piess.or.kr/bbs/index_p.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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