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공공성 강화 등
    10대 요구안 발표, 노정교섭 요구
    "노동자보다 기업에 13배 넘게 지원...'이게 나라냐'"
        2021년 03월 24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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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공공성 강화와 재난시기 해고 금지, ILO협약에 따른 노동법 전면 개정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노정 교섭’을 촉구했다. 오는 10~11월 민주노총 100만 총파업 투쟁과 연계한 총궐기대회도 예고하고 있다.

    사진=유하라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게 고장난 대한민국을 고치기 위해 10대 요구를 발표하고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100여 명의 공공기관, 공공부문 비정규직, 화물운송, 공항항공, 필수 노동 등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날 회견을 전후로 13개 지점에서 대규모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게 나라냐’ 라는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재난과 경제위기 속에 해고된 노동자와 실업자, 벼랑 끝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의 울부짖음이 넘쳐나고 청년,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도 계속되고 있다. 치솟는 주택 가격은 서민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 있게 노정교섭 나올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설 때까지 24만 조합원의 투쟁은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공공부문 민주적 운영과 재정 공공성 강화를 첫 번째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국가의 귀환’이 언급될 정도로 많은 나라들이 고용을 보호하고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원이 선진국 중 가장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통과를 앞둔 추가경정예산은 규모 면이나 내용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의 방향도 기업 편향적이다. 작년 기업지원금이 고용유지와 소득지원에 지출된 금액의 13배가 넘는다”며 “절체절명의 시대에 정부는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선도 투자에 불과한 낡아 빠진 ‘헌딜’을 ‘뉴딜’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한 거대양당 후보들이 정치 공방을 벌이면서도 “개발에는 한 목소리”라며 “녹색으로 분칠하거나 노골적으로 성장을 내세우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도 질타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한 ‘LH 투기 사건’은 공공부문 운영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현 위원장은 “LH사태는 기획재정부가 경영평가라는 도구로 공공기관에 과도하게 수익성을 추동한 결과이며 기재부가 관료적으로 통제하는 공공기관 운영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기재부의 잘못된 경영 지침과 예산 지침을 전면 개정하는 등 관료적 통제를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의 공영화를 위해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흥수 공공기관사업본부 본부장은 “재난 시기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서비스를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삶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해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공공병상을 대폭 확대하고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을 전 지역에 설립하고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특히 코로나19 이후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반인권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라정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사회 경험 없는 여성들이 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며 무시하며 고용불안과 저임금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재난을 계기로 우리가 하는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라 지부장은 “1명 당 10명의 노인을 봐온 요양보호사들은 코호트 격리로 악몽같은 노동에 내몰렸고, 감염병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조치도 없었다. 심지어 보호구 지원조차 받지 못했고 밀접 접촉자에게 배치된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정 판정이 이어지는데도 진단검사조차 받지 못했다”며 “돌봄 노동자들을 필수 노동자로 보호하겠다면서도 노동자 개개인의 요령과 헌신에 맡기는 복불복 사회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가 이뤄진 항공산업 노동자들도 “정부는 코로나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노동자 곁에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규덕 항공연대협의회 의장은 “비행기가 뜨지 않아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고통 분담을 했지만 공항·항공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였다”며 “이스타항공은 오너가 거액의 매각 대금을 위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아시아나 케이오는 복직 판정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의장은 “코로나19 이전엔 필수노동라며 노동권을 짓밟고 코로나19 이후엔 방역을 이유로 절규와 호소를 외면한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며 “노동권 쟁취를 위해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밖에도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 ▲재난 시기 해고 금지·국가 책임 일자리 확대 ▲직무중심 임금개악 중단·평등임금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권리보장 입법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전면 개정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강화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10대 요구안을 가지고 노정교섭을 제안하며 정부가 대화에 나설 때까지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다. 오는 6~7월엔 예산 편성권을 쥐고 국고 확대를 가로막는 기재부를 겨냥한 집중 투쟁 및 경고파업을 진행하고 10~11월엔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계한 24만 조합원의 총궐기대회를 전개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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