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다, 미국산 쇠고기! 우리 상상력을 일깨워 준
    By
        2006년 11월 10일 12:28 오후

    Print Friendly

    “나 이제 쇠고기 먹지 않을 거야. 광우병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텔레비전에서 나온 미국 소들의 사육장면을 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공포’가 방영된 이후 한 당원이 말했다. 그 당원뿐이 아니었다. 그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이후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이 쇠고기를 끊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마치 담배를 끊듯이 말이다.

    그러나 담배 끊는다는 결심이 오래가기 힘들 듯, 고기를 안 먹겠다는 결심이 오래가기 힘들 거란 예상은 결의를 밝힌 사람이나, 결의를 듣는 사람이나 서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의를 밝혀도 불안한 눈빛이 스친다.

    몇달 전, 몇 개월간 채식을 시도했다. 그리고 알았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삼겹살 안 먹고, 1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한 등심 먹지 않는다고 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떡국도 못 먹고, 좋아하는 만두도 못 먹는다.

    “그렇구나. 그냥 불판에 지지고 볶는 고기만 끊으면 되는 게 아니었구나.”
    고기와 연관된 것을 입안에 넣지 않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고기 먹는 행위를 다시 시작했다.

       
     ▲ 시민단체 회원들이 31일 광화문 빌딩 앞에서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소고기의 수입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석훈 교수는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현 상황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사다가 밥상에 올릴 일은 없으므로 결국에는 시중에서 한 달 이상을 떠돌다가 미국산 쌀이 그런 것처럼 도매로 넘어가 식당으로 팔려갈 것”이라며 “국민들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한 달 후 갈비살이나 냉면에 고명으로 올라온 한 점의 고기를 음미하면서 미국산 소고기를 간만에 다시 접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부끄럽지만, 그 글을 접하고서야 몇 개월 전 고기를 끊었을 때의 어려운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지지고 볶는 고기만 끊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 맞아. 이제 식당에 가서 떡국 시키면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겠다.”
    “어머니한테 꼬리곰탕 선물할 때도 긴장해야 되는 거네. 아니 당장에 설렁탕도 못 먹겠어.”

    우석훈 교수가 제안했던, 민주노동당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폐기하자는 주장에 당원들은 흥겨운 공감했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상상력을 자극했다.

    “국제연대도 가능해. 미국산 소고기를 전량 폐기하기 위한 호소와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 어떤 식의 동참이 가능할까. 단돈 1천원이라도 보내달라고 하자. 아니 주로 단체중심으로 할 테니, 1만원, 10만원이라도 보내달라고 하자.”

    지나친 상상일까.
    “다른 나라 환경, 생태 운동단체들, 동물권을 위해 모임을 갖는 단체들에게 다 호소해. 그렇게 된다면 이번 기회에 민주노동당의 폭이 훨씬 다양하고 깊어지지 않겠어.”

    “정육점부터 찾아다녀서, 국민건강 해치는 미국산 쇠고기를 팔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이게 하자. 그 아래에는 한미 FTA 반대라고 쓰면 좋지 않겠어. 아니면, 정육점 주인한테 미국산 쇠고기 들어오면 이런 이유로 우리가 사려고 하니까 연락해 달라고 하자. 그분들도 손해보는 건 아니니까 충분히 협조해 주지 않겠어.”

    당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업이 얼마나 있었을까. 물론 당원뿐만 아니다. 공중파 방송의 한 기자도 “이거 성사되기만 하면 전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최고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가지고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당원들의 상상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사업으로 발전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의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반대하는 당원은 물론 없었다. 중앙당에서 시작을 한다면, 지역에서 가판을 차려놓고, “여러분이 모아주신 1천원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해 폐기 시키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들고 나설 수 있다.

    거대 자본, 국가가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는 사람들이 한푼 두푼 자금을 모아, 그들에게 저항을 할 수 있게 만들자. 아직도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만 알고 있지 말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