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의 이상한 논리…"부시한테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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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0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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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9일) 미국 중간 선거 결과 민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책임을 물어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하자 10일자 조간신문들은 대부분 미국의 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에 적지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전날 선거결과에 대한 입장을 담은 사설을 내지 않았던 조선과 중앙은 이 같은 변화와 전망은 거의 거론하지 않은 채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를 승복한 부시 대통령에게 배우라’는 논리를 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미국의 정치환경 변화보다는 미 대통령의 발빠른 대응에 박수를 보내는 데 급급한 보도태도로 보인다.

    조선·중앙 "선거결과 승복 부시에게 배워라"(?)

       
      ▲ 조선일보 11월10일자 1면-‘고개숙인 부시’  
     

    미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공화당에 압승한 데 대해 전날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10일자에는 관련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사설은 부시 미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승복해 국방장관을 교체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각종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이런 "모범부터 배우라"고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는 다른 신문사들과 전문가, 미국 언론의 평가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 조선일보 11월10일자 사설  
     

    조선은 사설 <국민 뜻 확인 순간 국방장관 바꾼 부시 대통령>에서 "부시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도 럼즈펠드 장관과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선거결과를 통해 유권자 뜻을 확인한 순간 자신의 고집을 미련없이 거둬들였다"며 "부시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이 나라에선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어 "(노) 대통령은 다섯 차례 선거 결과에 대해 한 번도 직접 자기 입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이 정권은 이번 미 중간서거 결과를 ‘햇볕정책 지키기’에 어떻게 이용해 보나 하는 얄팍한 계산에 앞서 민주국가에선 선거결과에 어떻게 승복하는가 하는 모범부터 보고 깨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은 이 같이 사설에선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해설기사를 통해서는 "미 중간선거 이후에도 북핵해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달았다.

    조선은 3면 <‘강경파의 핵’ 물러났지만 북핵해법 바뀌진 않을 듯>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는 부시 대통령의 시각은 그의 종교적 신념과도 맞닿아 있고, 민주당도 북한을 보는 근본적 시각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또 북한과의 직접협상도 6자회담의 틀 내라는 전제하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골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중앙일보에서도 발견된다. 중앙은 아예 1면 머리기사에 <"선거 패배 내 책임" 럼즈펠드 경질>이라는 제목을 뽑고 고개를 숙인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사진으로 처리했다. 중앙은 "부시 대통령은 ‘승복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라며 "짐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이후 각종 재·보선에서 40대 0의 전패를 당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11월11일자 1면  
     

    중앙은 이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인정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했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은 ‘선거 패배 등을 이유로 장관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각종 선거에서 국민이 계속 같은 메시지를 던져왔는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현 정부가 ‘독선과 오만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는 주요인"이라고 숭실대 강원택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중앙은 4면 <아버지 부시 시절 CIA 국장 대북 시각 강성으로 알려져>에서 새 국방장관으로 지목된 로버트 게이츠에 대해 "북한에 대한 그의 시각은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가 94년 1차 북핵위기 때 "악당에게 ‘국제사회에 편입하면 번영한다’는 희망을 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북한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의 접근 방식은 차라리 솔직하다. 사설 <남북, 미 중간선거 결과 아전인수 해석 말기를>에서 "미 외교정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도 하지만 민주당 역시 ‘북한 핵 불용’이라는 확고한 정책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선거 결과를 잘못 해석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시간 벌기로 나간다면 재앙을 자초할 수도 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이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에서 성안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권문제에도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강경하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11월10일자 4면-‘고개숙인 부시’  
     

    한겨레 "부시 일방정책 유턴"…경향·한국·세계 "대북정책 유연성·북미대화 훈풍"

    반면 한겨레는 1면 <부시 일방정책 U턴 신호>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임기 말까지 같이 가겠다고 공언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선거 직후 제일 먼저 그를 내쳤다"며 "선거 후폭풍은 그의 경질로 증폭되며 부시 정권의 대내외 일방주의 정책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와 함께 정책변화를 예고한 미국 내 언론의 보도도 전했다.

    한겨레는 4면 <‘미국발 변화바람’ 긴장완화에 긍정적>에서도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어 "그동안 한-미 관계에서 가장 큰 긴장요인이 북핵문제였던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면 긍정적 변화가 있을 수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은 이라크 정책만큼 분명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미국 선거는 지구촌 주요현안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높였다. 북핵문제든 이라크 사태든 우리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3면 <정부, 북미대화 한반도 훈풍 기대>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압박국면보다는 협상 프로세스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정부는 북미대화가 제대로 가동되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진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4면 <날개 꺽인 매파…6자회담 유연해질 수도>에서 "럼즈펠드의 경질로 미국의 대북정정책이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까지 북미 양자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당장 코앞에 닥친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민주당 승리보다 게이츠 국방 임명이 한국에 더 긍정적">에서 전날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 대학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이츠 지명자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보를 갖고 북한을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을 잘 아는 그의 등장이 한국에는 긍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3면 <매파 위축 대북정책 유연성 커져>에서 "워싱턴 외교가는 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 장관 내정자가 북한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 "정연주 대체 어디다 쓰겠다는건가" 중앙·동아 "대선용 인사"

    조선일보는 전날(9일)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임명제청에 대해 "청와대가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2면 <"청와대 대선용 무리수">에서 "연임이 확정된 정 사장이 다시 정권 편에 서서 KBS를 동원할 경우, 커다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현주 광우대 교수의 말을 빌어 "KBS 사장이라는 자리는 내년 대선을 대비한다는 점에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방송위원장보다 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11월10일자 사설(정연주 사장)  
     

    조선은 사설 <대체 어디다 쓰겠다고 또 ‘정연주의 KBS’인가>에서 "그가 KBS에 들어온 뒤 공영방송을 어떻게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시켰는가는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숨차다. 경영평가에서도 KBS를 골찌 방송으로 만들어 KBS 직원 82%가 그의 연임에 반대했다"며 "이 정권은 대체 내년 대선에서 KBS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에 ‘정연주의 KBS’에 그토록 집착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2면 <KBS 사장 정연주씨 연임 파문>에서 노조와 야당, 시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를 담아 "KBS를 정권 연장의 도구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동아도 8면 해설기사 <뻔한 공모제→후보추천위 파행→이사회서 강행/결국 이러려고…>에서 한나라당의 논평을 빌어 "KBS를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는 사설 <‘정연주의 KBS’ 그렇게 절실했나>에서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정연주 카드’를 거둬들여 공영방송의 시계를 바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일심회’ 사건 언론플레이 다시 시작되나

    조선일보는 "일심회 사건 수사가 신임 국정원장이 내정된 이후 수사가 위축됐다"는 취지의 8일자 기사에 이어 10일자에 다시 수사속보를 이어갔다. 8면 <"장민호, 운동권 출신 10여명 일심회 가입시켜">에서 조선은 "국정원이 ‘일심회 총책 장민호가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10여 명을 일심회 조직원으로 가입시켰다’고 장 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일심회 조직원이 현재 구속된 5명 외에 더 있다는 의미로 이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것"이라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조직원 중에는 386세대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 시민단체 간부, 정당 간부, 국회의원 전 보좌관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중앙 역시 2면 머리기사 <간첩혐의 ‘일심회’ 멤버들 올 세 차례 북 공작원 접촉>에서 "국가정보원은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일심회 조직원들이 중국 내 북한 공작원 아지트인 ‘둥쉬화위안’을 오해 들어서만 세 차례 방문해 국내 정치인들에 대한 동향 보고를 지시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은 또 민주노동당 당원 김모 씨와 학생운동권 출신 강모 씨 등을 잇따라 포섭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9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이정훈 정 민노당 중앙위원과 손정목 씨는 올해 3월2일과 6월24일 각각 중국 베이징의 둥쉬화위안을 방문해 북한  접촉했다는 것"이라며 "국정원은 이씨 등이 북한의 대외연락부 부부장 유기순과 공작원 김성민 등에세 정치권 동향 등을 정보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과 중앙, 동아는 이와 함께 전날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가 개최한 ‘일심회 사건의 교훈과 올바른 대응’이라는 주제의 토론회 내용을 각각 8면과 10면(중앙·동아)에 머리기사로 싣기도 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6면 <장씨 북과 이메일 연락하며 386 포섭>이라는 기사를 통해 아예 구속된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입수해 그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달 24, 25일 일심회 사건 관련자 5명을 잇따라 체포한 국정원은 10일과 13일 두 차례로 나눠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며 5명의 구속영장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는 "전날 장 씨 등의 변호를 맡고 있는 공동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장경욱 변호사가 지난 8일 오후 국정원에서 장 씨에 대한 조사에 입회했다가 국정원 조사관 3명으로부터 양팔을 잡힌 채 밖으로 밀려나왔다"는 내용을 12면 머리기사 <"장민호씨 조사입회 변호사 국정원 직원이 강제로 끌어내">로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여권인사의 말을 빌어 "국정원 수사가 초기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답보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다는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회합·통신 위반을 넘어서는 다른 혐의에 관한 증거도 없어 국정원 안에서도 ‘일심회’를 간첩단으로 보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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