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좌파 연구소의 해산…"연구와 운동 결합 못해"
    By tathata
        2006년 11월 09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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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정책이론연구소(소장 박성인. 한노정연)가 청산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해산절차를 밟고 있다.

    한노정연은 지난 26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오는 12월 2일 총회에 한노정연 해산과 청산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건을 제출하기로 했다. 해산에 관한 최종결정은 총회에서 판가름 나지만, 이미 많은 회원들이 조직을 해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노정연은 지난 1995년에 노동운동의 이론과 실천의 결합을 목표로 현장활동가와 대학 교수,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11년 동안 「산별노조 건설운동의 현황과 쟁점」,「노동시간 단축문제 연구」,「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현장통제 대한 대응」등에 관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며, 노동운동의 이론과 정책에 기여해 왔다. 또한 월간 <현장에서 미래를>이라는 잡지를 발행, 정세분석과 전망, 진보진영의 대안 등을 소개했다.

    “이론과 현장 잇지 못해 역할 끝나”

    하지만 한노정연은 최근 몇 년 동안 월간지 발행 이외에 뚜렷한 연구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은숙 한노정연 부소장은 “조직 내부의 성원들이 연구 역량의 한계와 현장 실천력의 부족을 절감했다”며 “연구소의 역할은 이미 다 했으며, 더 이상 연구소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을 연구하는 다양한 조직이 생겨나는 현실에서 한노정연은 발전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왔다”고 설명했다. 한노정연의 연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노동운동과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자평했다.

    한노정연 출범 초기에 연구활동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한노정연의 연구는 노동운동을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원전’에 충실한 나머지 정책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철학적 담론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현장과 분리된 연구활동 외에도 조직 내에 ‘합의’되기 어려운 정치적 견해의 다양성도 해산을 결정하게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현장파를 대변하는 정치조직인 ‘노동자의 힘’의 다수의 회원이 한노정연의 회원으로 동시에 가입해 있는데, 이는 ‘노동자의 힘’ 비회원과 잦은 마찰로 이어져 일부 회원들의 탈퇴나 활동 중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해산?

    이와 더불어 진보 노동학계의 연구가 과거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는 점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노동운동가는 “한노정연의 해산은 조직 내 정치적 견해 차에도 원인이 있지만, 진보적인 정책과 이론을 생산해야 할 대학사회의 연구활동이 침체되고,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은 데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노동자의 힘’이 “2007년까지 계급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조직적 결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인 소장도 “산별노조 시대를 앞두고 좌파운동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 속에서 이에 맞는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노정연에 참여했던 일부 회원들은 ‘진보전략포럼’(가칭)이라는 현장활동가와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조직을 제안, 발기인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진보전략포럼은 정세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운동의 씽크탱크로 기능하며, 한국사회 주요 전략아젠타에 대한 진보적 정책생산을 목표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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