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특유의 모호함 '가을햇볕전략'
    2006년 11월 09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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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가 이른바 ‘가을햇볕전략’을 설파하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고건표 브랜드로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8일 경북 안동대 특강에서 "햇볕에도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협력관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오늘날의 진정한 햇볕정책은 시중(時中)철학에 입각하여 ‘안보’와 ‘포용’의 원칙을 시의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탄력적 햇볕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햇볕정책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노선으로서 남북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정책으로 평가"되지만 "북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경에 따라 대북 협력정책의 수준과 방법에 신속하고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가을햇볕전략’의 용례로 고 전 총리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인도적 대북지원 및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사업의 지속이다. 고 전 총리는 "신축적으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음은 한미공조와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사태의 해결이다. 고 전 총리는 "다만 PSI 참여활동은 북한과의 해상무력충돌로 비화되지 않을 지혜로운 방식과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을햇볕전략’은 고 전 총리가 내세우는 ‘중도실용주의’의 대북정책 버전이다. 고 전 총리는 "양극단을 모두 배격하고 중도실용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고와 현실적인 감각으로 위기를 판단하고 균형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총론격인 ‘중도실용주의’의 내용이 모호하듯 ‘가을햇볕전략’도 이른바 ‘양극단’의 기계적 절충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남북교류를 지속하되 "신축적으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신축적인 변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게 지금 대단히 중요하다. 또 PSI에 참여하되 북한과의 해상무력충돌로 비화되지 않을 지혜로운 방식과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 ‘지혜로운 방식’과 ‘적절한 수준’이란 게 과연 무엇인지가 현재 주된 논점이다.

고 전 총리의 이날 강연은 정책의 구체성에서 ‘햇볕정책’의 원조격인 같은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산 강연과 비교된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북한의 NPT 복귀 및 IAEA 사찰 수용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및 경제제재 해제 ▲방코델아아시아 은행 억류자금 중 증거가 불충분한 자금의 억류 해제 ▲6자회담과 북미 직접 대화의 병행 등을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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