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건강관리 민영화
    개인의료정보 상품화 추진
    “문재인 정부, 말로만 공공의료···역대 가장 심각한 의료 민영화 추진”
        2021년 03월 16일 08: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건강관리서비스 운영을 허용하고 개인의료정보를 활용 가능하게 한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다. 건강보험의 공적 영역인 건강관리, 만성질환 치료 행위까지 민간보험사에 넘겨주고, 개인건강·의료정보를 상업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의료공공성 강화 요구에 역행하는 직접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운동본부)는 16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와 사실상 의료행위까지 하도록 해 전국민건강보험제도와 비영리 병원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말로만 공공의료를 언급할 뿐 의료 민영화 정책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의료민영화 정책은 민간 보험회사 등 영리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이와 연계해 개인의료정보를 상품화하는 ‘마이헬스웨이’가 있다.

    민간 보험사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으로 처음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9년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만성질환 관리까지 민간보험사의 사업 영역으로 규정했다.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내일인 17일까지가 입법예고 기한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예방·재활 등 건강관리는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 보험급여로 해야 할 공공보험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 영역인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의 활동을 민간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넘겨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운동본부는 “민간 보험사가 만성질환 관리 등 기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던 의료서비스를 이용해 돈벌이를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까지 추진해왔으나 감히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코로나19 시기에 완성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에 황당함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제외한다고 밝혔으나, 예방·상담·관리·재활 등은 모두 진단·치료의 연속선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부 유권해석으로 구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억지스런 일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 단체는 “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인데, 이는 민간보험사가 질병 치료 영역에까지 침투하도록 허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의료행위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하 비영리 의료기관이 한다는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는 의료민영화를 갈망해온 재벌대기업이 요구해온 사업이다. 실제로 삼성이 2010년 발표한 의료 민영화 보고서 ‘HT 보고서’에서도 민간기업의 건강관리서비스 운영이 핵심 내용이다. 민간보험사가 의료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현재도, 거대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가 그 시작이었다.

    운동본부는 “미국에선 거대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하고, 보험사와 계약한 의료기관과 연계함으로써 치료영역까지 장악하는 민간보험 중심의 의료 민영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 길로 향하는 중요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간기업의 건강관리서비스 운영은 정부가 건강정보 고속도로라고 지칭하는 ‘마이헬스웨이’와 연계돼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마이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방안’과 ‘나의건강기록 앱’ 출시를 발표했다. 2019년 12월 13일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개인 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략’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정부는 마이헬스웨이에 대해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서비스의 ‘혁신’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쌓여있는 진료기록·상담기록·의료영상 등의 진료정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건강정보,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등 공공기관 정보를 한 데 모아 ‘개인주도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운동본부는 “개인 주도 건강관리의 핵심은 바로 영리회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이라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건강증진 영역을 민간업체 돈 벌이로 넘겨주는 것도 황당한데, 이 상품판매를 뒷받침해 주기 위해 개인 건강·질병정보를 한 데 모은 플랫폼을 직접 만들겠다는 발상은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플랫폼은 결과적으로 개인정보가 한 데 모여 영리기업에 넘어가는 통로가 될 뿐”이라며 “만약 영리기업이 이런 시스템을 만든다면 국가가 나서서 규제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개인정보를 한 데 모아 영리기업에 퍼주려 한다는 점에서 이 정부가 얼마나 의료 상업화에 혈안이 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병상·인력 확충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가 전국민건강보험제도와 비영리 병원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가장 심각한 의료 민영화 추진이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규탄한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와 ‘마이헬스웨이’ 추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