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반값? “사회주의 아닙니다”
        2006년 11월 09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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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반값’.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며 서민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아파트 반값’ 정책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 9일 ‘아파트 반값’ 입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그 가능성이 모색됐다.

    아파트 반값 진짜 가능한가

    홍준표 의원은 9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반값 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법안의 공식 명칭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대한토지주택공사법’이다.

    ‘아파트 반값’의 핵심은 토지는 공영 개발해 임대하고, 건물은 국가기관나공사 또는 민간업자가 건설, 분양토록 하는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이다. 공공이 토지를 임대하면 시행사는 일반 소비자에게 건물을 판매하고 매입자는 공공기관에 토지 임대료를 물게 된다.

       
      ▲  5.31 지방선거 당시 `수도 서울의 꿈’ 정책토론회를 발표하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홍 의원이 마련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은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 시 이러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우선 건설하도록 했다.

    무주택자와 서민을 분양 우선순위로 정하고 1가구 1주택만 공급하도록 했다. 또한 대지 임대료의 경우 대지 소유자와 계약을 통해 임대보증금이나 월 임대료 방법을 선택하거나 혼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초 분양자로 선정된 날부터 10년간 전매도 금지된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법안인 만큼 다양한 특혜를 허용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건설 재정과 관련 연금 및 기금의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등의 조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용적률을 400%이상으로 허용했는가 하면 임대기간 만료전이라도 재건축이 가능토록 했다. 더불어 대지의 임대기간을 40년으로 정했으며 계약 갱신 청구도 가능토록 했다.

    홍 의원은 또한 ‘특별조치법’의 전제조건으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대한토지주택공사법’을 내놓기도 했다. 집장사, 땅장사로 비난을 사고 있는 두 기관의 중복 업무와 중복 자산을 통합하고 임대주택과 대지임대 분양주택만 짓게 해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평당 5백~6백만원대 이하 공급가능

    홍 의원은 이날 공청회 발제문을 통해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토지 불로소득, 즉 개발이익 때문”이라며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통해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 가수요가 확실하게 제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아파트 가격 산정 시 토지 가격이 빠져서 평당 500~600만원대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를 기할 수 있고, 주변지역 아파트 가격의 동반 상승 또는 투기적 가수요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헌법 제119조 제2항, 제120조 제2항, 제122조, 제126조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하면서 토지에 대한 규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더더욱 이 시점에 있어 토지불로소득의 제거는 긴요하다”고 강조해 일부에서 제기된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성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홍 의원은 “급격한 부동산 상승세는 90년대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하게 한다”며 “부동산 거품이 사라진 후 12년간 마이너스 성장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이했던 일본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정책이 극한치에 다다른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계, 학계, 시민단체의 공청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토지임대 분양주택’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냈으며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헌법적 근거도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부동산 문제 최우선 과제로 지하방, 옥탑방 등 주택극빈층과 무주택자 문제 해소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주택 소유, 주택 담보 대출, 신규 분양 제한 등을 제안했다.

    법안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국가, 지자체, 공기업이 직접 공공주택을 지어 환매조건으로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면서 “다만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가 심각한 현실을 감안할 때, 토지는 정부가 소유하되 이를 민간에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여 소유를 인정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도 차선책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심 의원은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아파트)값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다는 게 장점”이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 반값’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판단되고 일정한 소득 이상의 계층에게 내집 장만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 의원은 “아울러 이같은 제도를 단지 주택공급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기업도시 등 재벌대기업이 막대한 특혜를 받고 토지 불로소득의 폭리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개발 정책 일반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아파트 반값 입법 공청회에서 발제 중인 홍준표 의원
     

    심상정, 복지부 산하에 주택청 신설 바람직

    또한 토공과 주공의 통합과 관련 “주택정책을 ‘건설’에서 ‘복지’로, 공급중심에서 서민주거안정 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하려면 건교부, 토공, 주공 등 주택조직을 전면개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주택조직(예컨대 주택청)은 복지부 산하 기구로 편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거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춘 체제로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도 공영개발 원칙을 강조하며 “정부가 낮은 가격으로 인한 투기적 수요 우려로 공영개발을 반대하지만 공공택지를 전부 장기임대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 공공이 주택을 소유하면 투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강남 지역의 그린벨트 지역을 활용해 렌탈 전용 신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김 의원은 건교부, 복지부, 환경부, 주공, 토공 등 주택과 관련되어 각각 분산되어 있는 정부 부처, 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해 건교부나 복지부 산하에 ‘주택청’ 신설을 주장했다. 그는 “주택청은 수익을 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 국내외 주택 사업의 계획과 집행, 운영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지임대 분양주택은 시장친화적 정책

    충북대 도시공학과 반영운 교수는 토지임대 분양주택은 시의적절하고 공공의 토지 개발과 민간의 주택 건설 방식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 교수는 “자동차나 주택이나 모두 사용함에 따라 그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그런데 그 동안 토지 불로소득의 개인 소유를 보장해 온 한국 사회의 악습 때문에, 사유화된 지대가 주택가격에 반영되어 집값을 상승시킴으로써, 집값은 절대 떨어져서는 안 되고 나날이 올라야만 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우리 사회에 유포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 교수는 홍 의원의 ‘토지임대 분양주택’이 “시장친화적 성격이고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맨하튼이 토지를 임차해 이룩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며 “20세기 들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록펠러 센터, 아스토리아 호텔 등 유명 건물도 임차 토지 위에 건설됐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원주인 인디언으로부터 개발회사가 토지를 임차해 개발한 미국 팜스프링 휴양지 등의 예를 들어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소유한 채 임대하는 것이 사회주의라는 일부의 주장은 이 미국 사례들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의 신만섭 대표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면 개혁을 주장하며 “분양가 자율화를 철회하고 분양가 고시를 하든지, 토지임대 건물분양 방식으로 주택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양자 모두를 채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주택 문제 제대로 대응 못하면 사라질 수도

    신 대표는 “토지임대부 분양의 경우, 싱가포르 사례처럼 주택환매부 분양정책도 병행해서 써야 할 것”이라며 “공공주택을 분양 받은 자는 일정기간 이상 거주해야 하며 이후 매매하는 경우에는 주택개발청이 지정한 가격으로 환매하는 식으로 과도한 프리미엄을 사전에 원천봉쇄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오늘 논의한 정책대안마저 토론에 그치고 실현되지 않는다면 무주택 서민들은 정치권에 다른 주문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이든, 지방자치 차원이든 토지를 원가에 제공 또는 매입하게 해준다면 공인된 시민단체와 관계자 등의 협력 하에 공동주택을 지어 원가를 스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무관심한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은 주택정책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끊임없이 파기하고 말을 바꾸며 그 위기를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려고만 해왔고 한나라당 또한 현재의 부동산 거품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현 정권의 노선에 거의 거역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특히 민주노동당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진보를 표방한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처럼 ‘토대’의 고민 없는 ‘정치과잉’ 노선 전철을 밟을 것이냐”면서 “민주노동당은 주택문제를 말해도 경제력이 거의 없는 빈민 주거권만 자주 거론하는데 그것은 기초생활 복지차원의 문제로 진짜 고민해야 할 점은 거시 경제적으로 전반적 소비를 옥죄고 있는 주범인 집값의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전제하고 “민주노동당이 주택문제 등 국민 기초 생활권이라는 ‘토대’에 대한 성찰과 적극적 해결의지 없다면, 그들이 말하는대로 2012년 집권목표가 아니라 당장 다음 총선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위기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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