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정신' 어디 가고 '쪽수' 논리만"
    2006년 11월 09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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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는 기업과 고용형태를 넘어 ‘계급적 연대와 단결’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연대정신’은 어디 가고 ‘쪽수’의 논리만 떠도는 느낌이다." (6일 금속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한국사회 최대 산별노조인 14만 금속산별노조의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속산별노조호가 어떤 모습으로 출항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장의 충분한 토론 없이 상층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산별노조의 정신인 단결과 연대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후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은 산별완성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이하 출범준비위)를 꾸려 넉 달간 토론을 벌여왔다. 출범준비위는 규약·교섭투쟁·교육훈련·예산 등 4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쟁을 벌였고, 공청회와 현장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해왔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8차 출범준비위 회의에서는 통합대의원대회에 단일한 안을 제출하기 위해 1박 2일동안 장장 15시간에 걸쳐 마라톤회의를 했다. 그러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는 10일 9차 회의로 넘기게 됐다.

   
 
 

산별노조 선택한 이유 "더 크게 뭉쳐 잘 싸우기 위해"

조합원들이 산별노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더 크게 뭉쳐서 더 잘 싸우기 위해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160만 금속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자는 것이다.

더 크게 뭉치고 더 잘 싸우기 위해서는 공장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해고된 광진상공 아줌마들과 동국대 청소아줌마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연대파업을 벌였던 것처럼, 대전충북지부가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을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연대파업을 했던 것처럼 지역으로 단결해서 같이 싸우는 것이 산별노조 정신이다.

지난 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대덕사의 하청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을 때 현대자동차노조가 연대파업에 나섰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중심의 산별노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노조 이재인 교육위원은 "산별노조의 꽃은 지역지부"라고 말했다.

14만 금속노조가 지역중심의 산별노조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20년 기업별노조의 경험과 전국에 흩어져있는 판매·정비노동자들의 문제, 산별전환 투표에서 기업지부 인정을 전제로 투표했던 과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금속노조-지역지부-기업지회로 즉시 재편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지부 인정하면 14만명 중 10만명이 기업지부 소속

이에 따라 지난 8차 회의까지는 대기업들에 한해 3년간 기업지부를 거쳐 2009년 10월 지역지부로 전환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조합원 수 3천명이 기준이 될 경우 14만 금속노조 중에서 10만명이 기업지부 조합원이 되는 상황이다.

기업지부를 인정하게 된다면 대기업노조들이 어떻게 지역사업에 결합하고 연대파업에 나서면서 산별노조 정신을 구현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해서 준비위 회의에서는 ▲기업지부는 2009년 10월부터 해당지역으로 자동으로 편재 ▲기업지부는 지역지부 사업에 적극 결합 ▲인력 1/3 파견·지역공동사업 예산 분담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지부를 해소하는 유력한 방안으로 기업지부 예산을 2007년 35%, 2008년 70%, 2009년 100%씩 지역지부로 이관해 자연스럽게 지역지부로 전환하자는 초안이 제출됐다. 일부 간부들이 "현장의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통과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 현재 조합비의 50%를 적립하고 있기 때문에 산별노조 전환으로 사업장의 예산부족 현상은 없기 때문이다.

한시적 기업지부를 인정하자는 의견의 경우 인력과 예산, 사업을 지역 중심으로 하자는 데는 대체적인 의견을 공감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예산을 단계적으로 기업지부로 이관하자는 것에 대해 큰 어려움이나 저항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구적 기업지부 가능성 높아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면 기업지부를 원하는 금속노조 대의원들 2/3 이상이 규약을 고쳐 기업지부를 영구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한시적으로 인정했다가 지금까지도 기업지부로 남아있는 금속노조 만도지부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금속산업연맹의 핵심 관계자는 "3년 뒤에 2/3의 대의원들이 현행대로 가자고 했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기업지부로는 단일한 노조에 대한 동질감과 소속감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4만명 규모로 운영해왔던 금속노조는 투쟁조끼 뒤에 회사 명칭을 모두 없애고 금속노조 ○○지부라고 해 단일노조 단일지역의 일체감을 형성해왔다. 이와 함께 지부연대파업을 비롯해 일상적인 지역활동을 통해 기업별 인식을 극복하고 산별노조의 정신을 체득해왔다.

기업지부를 인정하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아니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된다. 간부들이 지역사업에 결합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현대차노조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산별노조에 대한 인식을 체감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대해 "3년간 사업장지부 해소 때까지 6개 권역별 광역본부를 구성한다"는 안이 제출되어 있으나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본부를 구성하거나 철강을 업종지부로 구성하자는 안이 나와있으나 산별노조 정신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소수 의견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기업지부가 영구히 존속하는 것을 막고 조합원들이 하나의 지역에서 하나의 노조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조직을 금속노조-본부-지회로 편성하고 3년 간 인정되는 기업지부의 경우 본부 소속으로 편성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적인 권한인 교섭체결권은 본부까지 위임하자는 방안이다.

예산은 3:2:5로 편성하고 기업지부가 있는 본부에서는 3:1:1:5로 편성하며 기업지부 조합원의 경우 2중 맴버쉽을 가져 기업지부와 지역본부에 동일하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현장에서 논의가 되지 않아 동의를 얻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만 금속산별노조호의 1차적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금속노조 가입이다. 현재 금속산업연맹 사업장에는 8만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나 이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인원은 5천명밖에 안된다.

싸우다 해고된 비정규직의 생계비 지원방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거 산별노조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탄압에 맞서 정규직의 보호를 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많지 않다. 다만 비정규직과 사무직들의 독자적인 노조활동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싸우다 해고된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신분보장기금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최대과제인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신분보장기금을 지급하자는 의견인데 6개월이 경과한 후 6개월 동안 중앙교섭에서 합의된 금속산업최저임금을 지급하자는 안이 제출돼있다.

이에 대해 장기투쟁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중소영세사업장과의 형평성과 비정규직이 대량 계약해지됐을 때의 기금고갈 문제를 제기하며 신분보장기금 8% 중에 3%를 미조직비정규기금으로 적립하자는 안이 지난 달 27일 6차 예산소위에서 제출됐다.

신분보장기금은 징계해고만 지급하고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장기투쟁 사업장 생계비는 미조직비정규기금에서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서는 정규직-비정규직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산별노조의 정신에 위배되고, 정규직 대상의 신분보장기금은 쌓이고 비정규직기금은 얼마 못 가 고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끝장토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산별노조가 투쟁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일정하게 지원하게 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별노조를 믿고 노조가입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 금속노조의 1차 과제가 금속사업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8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이라고 했을 때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발레오만도 이길 부지회장은 "끝장토론할 때 자기 이익을 버리고 전체 노동자 계급정신을 가지고 토론을 해달라"며 "자기 이익을 버리고 금속산별노조의 의식을 갖고, 최초의 노동자 정신으로 돌아가 토론한다면 진심이 현장까지 통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14만 금속산별호가 무늬만 산별노조가 될 것이냐, 160만 금속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것이냐는 23일 통합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다. 여기에 제출될 안을 논의하는 10일 출범준비위 9차 회의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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