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FTA 조항이 통치한다?
        2006년 11월 09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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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학교급식조례. ○○시변호사회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고문변호사로 위촉하는 고문변호사 운영조례. ○○시에 위치한 금융기관에 시금고를 두는 시금고 운영조례….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도 안돼, 고문변호사도 안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이같은 조례들은 내국민 대우, 현지주재 의무 금지 등의 조항에 따라 줄줄이 폐기돼야 한다. 이런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인된 것만 8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가 지난 8월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한 ‘한미 FTA 협상 기본원칙 비합치 자치법규 조사 지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보고한 불합치 자치법규를 취합한 결과로 전국적인 현황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고를 하지 않은 곳도 많고, 유사한 내용의 조례를 어느 곳은 불합치로 보고하고 어느 곳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미FTA 협상 유보안에 적시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폐기돼야 하는 조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자회견 중인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사진 왼쪽)과 심재옥 최고위원(사진 오른쪽)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정부에 한미FTA 체결시 충돌되는 법안과 조례가 없는지를 질의했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충돌되는 바 없다는 입장만 밝혀왔다”며 “그러다 지난 8월에 들어서야 국내법 중 비합치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는 9월말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정부 거짓말, 이렇게 있는데도 없다니" 

    하지만 재경부는 심 의원의 자료요구에 대해 “취합중”이라고만 답해,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16개 광역시도에 자료를 요청,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28건, 광주시와 제주도는 각각 14건의 조례가 한미FTA와 충돌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반면 인천, 충남, 충북, 대구, 울산, 전북은 아예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보고했고, 서울시는 4건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특히 전남의 경우 도청 공무원들이 정부의 지침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몇 달 동안 손을 놓고 집행자체를 미루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또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해석이 달라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임에도 어느 지역은 비합치 사례로, 어느 지역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는 등 자치단체별 자의적 해석이 난무했으며, 집행과정에서 해당 기초자치단체에 조사협조 지침을 전달하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불합치한 것으로 보고된 자치조례는 △지역 환경을 보전하고 △재래시장에 대한 지원과 지역 중소기업 육성 지원 △지역산 농수축산물의 수급안정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 사용에 관한 조례들로, 서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 조례들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주민복지와 지역경제에 필수적인 이러한 조례들을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계획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주민들 수천 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자치법규들이 ‘협상 유보안을 제출하겠다’는 정도의 정부의 입장만으로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돌 조례는 주로 서민생활 밀접한 민생 조례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러한 민생 자치법규들이 일거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권한인 자치권과 행정권 자체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써 만든 민생조례들이 한미FTA협상으로 자동폐기 된다면,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의 역할 역시 자동폐기 되는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한미FTA 홍보를 확대하는 한편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려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지자체 한미FTA 대응 총괄부서 지정·운영 지침’에 따라 강원도는 각 시군에 지침을 내려 시군마다 FTA 전담부서 설치, 읍·면·동까지 홍보전 확대, 관련 동향 파악 보고 등 행정조직을 총동원하여 한미FTA를 홍보하도록 했다.

    또한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일선 시·군에 “한미FTA 체결을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을 중지하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지시를 내려 지역에서 심각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심 의원은 “행자부에 확인한 결과 이같은 지침을 내린 것이 확인 됐다”며 “독재정권이나 할 짓을 해서야 되겠냐”고 물었다. 심 의원은 “비상식적인 지침을 철회하고 행자부 장관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는 불합치조례 조사, 일방적인 지방정부 옭죄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한미FTA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한미FTA 체결로 인해 지방정부에서 제정한 단 하나의 조례라도 폐기된다면 민주노동당은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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