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우리가 내일의 지구를 결정한다
    [책소개] 『내일 지구』 (김추령(지은이) / 빨간소금)
        2021년 03월 13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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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 《과학, 일시정지》,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등으로 지구와 환경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품은 과학 지식’을 전달해온 김추령이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행성 지구가 기후위기라는 언덕의 꼭대기로 너무나 빠르게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 지구는 언덕의 꼭대기에서 자칫 한순간에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과학교사 김추령이 관심을 촉구하는 방식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앎’이다. 안다는 것은 곧 실천한다는 뜻이며, 제대로 알아야 정확히 실천할 수 있다. 지구는 끊임없이 조화와 균형을 향해 나아간다. 지금의 기후위기도 지구에게는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그 결과가 대멸종이나 지구의 죽음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생명체들에게는 비극일 이 지구의 조화와 균형 찾기에 대한 책임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우리에게 있다. 바다와 대기, 숲과 땅,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는 지구의 내일은 오늘의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30년 내내 북극 사진만 싣는” 교과서

    지구가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기후위기의 복잡한 양상만큼이나 복잡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과학교사로서 저자 김추령이 주목하는 것은 현행 교과서다. 2021년 3월 3일 에서는 “30년 내내 북극곰 사진만…교과서 이대로 괜찮나?”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교육을 돌아보는 연속보도’ 두 번째 순서였다. 취재기자는 이렇게 전한다.

    “1990년대 고등학교 공통사회,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 빙하가 녹아내려 세계 여러 나라가 물에 잠기고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겁니다. 중학교 사회 과목도 온실효과와 기후변화를 언급하며 아직 많은 것이 불확실하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2000년대 들어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지만, 교과서의 변화는 더딥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 즉 IPCC를 처음 소개했지만, 정작 내용은 10년도 넘은 겁니다. (중략) 2010년대에야 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나라들과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30년 동안 교과서에서 바뀌지 않은 것.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상징이 ‘북극곰’이란 점입니다.”

    이에 대해 김추령은 뉴스에 출연해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속도와 비교해 교육과정 개정은 너무 느려요. 너무 느릴 뿐더러 너무 보수적”이며,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이 아니야. 기후변화는 북극에 있는 곰들의 문제야, 라는 그런 식의 잘못된 개념을, 절박함을 희화화시켜버리는 이미지”라고 비판한다.

    기후위기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저자가 콘텐츠 하나를 더 보탠 까닭은, 상황의 급박함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

    저자 김추령은 과학교사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친다. ‘과학교사’의 이름표를 달고 사회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며 산다. 이해한다는 것은 실천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고질병이 있어, 학생, 교사 들과 다양한 일을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 일환으로 가꿈(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가꿈은 과학 윤리, 인권, 환경, 현대 과학기술의 양면성 등을 주제로 수업 자료를 개발하고 책을 펴내며, 청소년 과학 윤리 토의 토론 프로그램 ‘유쾌한 과학 논쟁’을 진행한다.

    그동안 《과학, 일시정지》,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등으로 지구와 환경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품은 과학 지식’을 전달해온 그가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행성 지구가 기후위기라는 언덕의 꼭대기로 너무나 빠르게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 지구는 언덕의 꼭대기에서 자칫 한순간에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과학교사 김추령이 관심을 촉구하는 방식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앎’이다. 안다는 것은 곧 실천한다는 뜻이며, 제대로 알아야 정확히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끊임없이 조화와 균형을 향해 나아간다. 지금의 기후위기도 지구에게는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그 결과가 대멸종이나 지구의 죽음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생명체들에게는 비극일 이 지구의 조화와 균형 찾기에 대한 책임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인간에게 있다. 바다와 대기, 숲과 땅,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는 지구의 내일은 오늘의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되먹임, 급변점, 탄소예산, 3개의 열쇠말로 풀어가는 기후위기 이야기

    지구의 기온 상승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다. 단순히 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거나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 도시가 위협받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와 대기의 수상한 컬래버로 ‘변종 엘니뇨’가 나타나며, ‘인도양쌍극자’로 인해 오스트레일리아는 가뭄과 산불로 난리를 겪는 반면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아프리카 동쪽 지역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난리를 겪는다.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숲인 ‘타이가’는 빠르게 북쪽으로 밀려하고 있으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1분자당 25배나 힘이 센 온실가스인 메테인을 토해내고 있다. 《내일 지구》는 이렇게 다양한 양상을 과학적으로 연관지어 밝히는 데 힘 쏟고 있다.

    이 책은 본문은 ‘이 책의 열쇠말’로 시작한다. 되먹임(feedback), 급변점(Tipping Point), 탄소예산. 이 3개의 열쇠말이 지금의 복잡하고도 급박한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핵심 용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현상이 다른 현상을 일으키고, 두 번째 현상은 다시 첫 번째 현상에 영향을 주어 스스로 증폭하는 되먹임을 ‘양의 되먹임’ 현상”이라고 한다. 금성에 한때는 2,000미터 깊이에 이르는 바다가 있었다. 그런데 그 바닷물이 모두 증발되어 사라지고 마침내 금성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 원인이 바로 ‘양의 되먹임’이다. 지구는 절묘한 시스템이다. 지구의 모든 곳들과 모든 것들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스스로 증폭하는 되먹임 과정을 밟는다.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지금도 이 되먹임 고리는 지구 시스템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차량이 몇 대 증가했다, 그래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얼마 늘어났으므로 그것에 비례해서 기온이 이 정도 오르겠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기온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만큼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가 폭주하듯이, 되먹임하며 스스로 증폭해 인간이 배출한 책임 이상으로 기온을 올린다.

    급변점은 “작은 변화로 인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폭발적으로 퍼지는 순간”을 말한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되, 되도록이면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된 과학자들의 집단인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서는 일찍이 20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5℃ 높아지면 급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2018년 송도에서 IPCC 1.5℃ 특별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왜 1.5℃를 지켜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표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를 밝힌 보고서이다. 1.5℃는 기후위기라는 ‘젠가’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목표이다. 이미 지구의 기온은 상승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대기 중 탄소가 증가한다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1.5℃를 넘는 기온 상승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그 온도에 도달했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기후위기를 피하려면 지구의 기온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그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정 양 이상의 탄소를 방출하지 말아야 한다. 탄소 배출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며, 지구 전체 대기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특정 양’이 곧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배출량이고, 전 세계의 “탄소예산”이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기후파국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이 제한된 배출량을 지켜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누가 얼마만큼 써야 할까?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계산한 결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2018년 기준)은 420~580Gt(기가 톤)이다. 2019년 전 세계는 약 43Gt의 탄소를 배출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이대로 배출한다면, 2021년 오늘 남아 있는 시간은 대략 7~11년이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확률은 고작 50~60%이다.

    온실효과를 최초로 증명한 여성 과학자, 유니스 푸트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00여 년이라는 지난한 시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 가운데 주목해야 할 과학자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유니스 푸트’이다.

    200년 전 지구의 거리를 측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며 가리는 일식 현상인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측정한 태양과 지구의 거리에 비해 지구의 온도가 높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진 과학자가 있었다. 조제프 푸리에다. 그는 뭔가 다른 요인이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푸리에가 죽고 26년이나 지난 뒤 한 여성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담요’ 역할을 하는 무엇이 대기 중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그동안 사람들은 이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가 아일랜드의 존 틴들이라고 알고 있었다. 2010년 한 은퇴한 지질학자가 도서관에서 어떤 여성의 논문을 발견하고, 그 논문의 발표 시점이 틴들의 논문보다 3년이나 앞선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여성의 이름은 유니스 뉴턴 푸트이다.

    푸트는 지름 10cm, 길이 76cm의 막힌 유리관을 실험에 사용했다. 밀도가 큰 공기와 낮은 공기, 습한 공기와 건조한 공기, 순수한 이산화탄소와 일반 대기 성분이 들어 있는 유리관 등으로 실험 샘플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유리관들을 각각 햇볕과 그늘에 일정 시간 둔 뒤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를 <태양광선열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라는 논문으로 썼다.

    하지만 푸트는 이 논문을 미국과학학회에서 직접 발표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과학학회는 여성의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푸트의 논문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초대관장이 대신 발표했다. 푸트의 남편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기상학자로 일하면서 맺은 인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푸트의 실험과 그 뒤를 이은 틴들의 실험 모두 푸리에가 생각한 ‘담요 역할을 하는 공기 안의 무엇’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들은 이후 스반테 아레니우스에 의해 지구 온도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수증기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아레니우스는 전체 대기에서 수증기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지만 총량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기온 변화를 이끌었다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처럼 지구의 기온을 올리는 가스를 ‘온실가스’로, 지구가 내보내는 열을 잡아두는 과정을 ‘온실효과’로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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