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 정치, 양심에 대하여
        2008년 02월 01일 08: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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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내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자는 세력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 구체적으로 뭘 종북이라고 하느냐고 할 때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세력이라고 한다면 그런 세력은 없다. 그러니 유령과 싸우게 되는 거다.” – 김창현(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자주파-평등파 긴급대담」, <한겨레>, 2007. 12. 31

    “민주노동당의 어느 누구도 북한을 무조건 따른다고 인정한 사람은 없다. 자기의 사상을 무조건 고백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 아닌가. … 당내에 그런 사람들은 없다고 본다. 본인들도 인정하지 않고 증거도 없다.” – 최규엽(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2008. 1. 11

    “남측 언론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2007년 12월에 실시된 대선기간에 수많은 공작원들을 추가로 파견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 그들의 분열공작, 와해공작이 노리는 첫 번째 목표는 민주노동당일 것이다. … 분당파는 진보정치운동을 둘로 쪼개놓음으로써 중앙정보국 한국지부가 추진하려는 분열공작을 앞질러 대행해주고 있으며”-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진보정당의 분열과 CIA공작」, 2008. 1. 31

       
    ▲ ‘종북주의’ 발언을 한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의 징계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학생당원들의 시위 (사진=진보정치)
     

    1998년 7월 열린 어느 조직의 최고간부회의에서 그 조직의 한 간부는 또 다른 간부가 모임 때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에 충성서약과 기도를 하였다고 보고한다. 그 조직 회의는 국민승리21 상무집행위원회였고, 그리 보고한 이는 이 조직의 관계자였으며, 그에게 그리 고백한 이는 현재도 민주노동당의 주요 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다.  

    법원은 ‘영남위원회’가 ‘반국가단체’는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고, 김모씨는 2년 옥살이했다. 남한 국가가 국가보안법으로 김모씨의 사상과 행동을 옭아매려 했다는 사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게 스스로 고백한 양심을 훼손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에 “종북주의는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은 거짓이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김모씨가 여전히 그리 행동하는지, 그리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그 같은 신념을 지키고 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적 공인인 그가 자신의 신념 체계가 변했다고 공적으로 토로하거나 사적으로 전언한 바 없으므로, 앞의 회의에서 그런 고백을 들었던 사람들은 김모씨가 여전히 그러하리라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김모씨는 “지금까지 우리가 취해온 태도가 틀린 게 없는데 뭘 또 새롭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안에 종북주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아무런 논쟁 사안이 아니다. 단지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 이야기되는 종북주의 문제는 그것 때문에 국민의 신망을 잃어 민주노동당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는 종북주의가 옳은가 그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이 빠져 있다.

    정치란 특정한 사상이나 신념을 사회구성원들에게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치를 한 정당 안에서 같이 한다는 것은 생각이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서로 지지, 지원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종북주의가 아닌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에게도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 앞에 충성서약토록 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그리고 그리 하도록 하는 일을 계속 도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자족적인 작은 단체였으므로 묵인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큰 정당인 지금 그런 사상이나 신념이나 행동을 정치적으로 긍정할 것인지 하는 판단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된다.

    종북 논란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 안에서 종북주의가 문제되는 것이 다양한 사상이나 양심에 대한 관용에서 벗어난 것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다양한 사상과 양심에 대한 관용이란 그것을 버리거나 바꾸도록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것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거나,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거나, 북한이 통일해야 하는 형제라거나, 민주노동당이 단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신념에 대해 판단하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도록 종용하는 것이야말로 남의 양심과 표현에 대한 침해이고, 불관용이다.

    종북 논란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고백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도 말한다. 물론 자연인은 부당한 권력의 탄압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그 신념이 공적 확산을 전제한 것이고, 그 신념의 소유자가 공적 확산을 업으로 삼은 정치인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을 대중 앞에 풀어놓지 않는 것은 그 신념에 영향 받을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고, 인민의 사상 선택권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혁명가들은 억압적 법 체제 앞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크나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자신들의 사상과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사상 그 자체와 인민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라는 결론에 이른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선전 방법이라 확신한다. 세상 어느 것도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

    민주노동당에게 묻는다. 종북주의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종북주의는 있는가, 없는가? 종북주의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거짓 정치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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