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유권자 9.11 '정치적 마비'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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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09일 08: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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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주지사 선거 모두 승리했다. 박빙 선거구들이 여전히 개표를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은 하원의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상원에서도 재개표에 들어가는 주에서 앞서나가고 있어 전체 1백석 중 51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민주당의 승리에 기뻐하는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참전 전쟁 중 선거 예외없이 백악관 패배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참전한 전쟁 기간 동안에 치르게 되는 상하원 선거에서는 1차 대전에서 베트남 전쟁까지 예외없이 백악관을 운영하는 정당이 패배를 했다. 또한 재선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에 치르게 되는 중간선거에서 역시 어김없이 야당이 약진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러한 미국 정치의 선례들을 잘 아는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은 이번 중간 선거에서도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전면에 내세웠고, ‘변화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부시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중간선거를 규정했다. 공화당에서 연이어 터진 부정부패 문제들도 민주당에게는 호재였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호황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이 패배를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라크 전쟁이 민주당 선거 전략의 한가운데 있었고,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에서도 이라크 전쟁이 가장 중요했다는 반응 속에서 나타난 공화당의 대패는 미국 정치의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즉, 공화당의 선거 전략이 여전히 안보와 대테러 전쟁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이 이라크 전쟁의 현재 수행 방식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9.11 이후의 정치적 마비 상태에서 벗어날 조짐을 드디어 보여줬다는 면에서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 수행 과정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새로운 하원이 문제제기를 강하게 할 예정이고 이에 따라 논란이 가열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외정책의 급격한 노선변환을 섣부르게 예고하기는 힘들다. 대외정책의 수행 권한이 행정부에 있고, 민주당이 새로운 하원의 우선과제로서 새로운 대이라크 전략 수립을 제시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새로운 전략의 내용에 대한 이견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 협상파 입지 여전히 좁아 

    자칫 민주당의 압력에 굴복해 이라크와 관련된 기조를 바꿀 경우 행정부의 무기력증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딕 체니 부통령은 어제 이미 중간선거 결과가 “상관 없다”며 “(지금의 길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성격으로 꾸린 이라크 스터디 그룹(위원장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발표가 미국 내 이라크 정국의 다음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와 관련된 대응에 있어서도 변화를 선뜻 예상하기는 더욱 어렵다. 북한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정계의 당적을 뛰어넘는 콘센서스가 있고, 공화당 민주당 양측에서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에는 이러한 협상파의 입지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양당 전문위원들 모두 "민주당이 중간선거, 심지어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무언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듯이 이라크 문제와는 미국 내의 구도가 다르며, 무엇보다도 부시 대통령 본인이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국내 평화세력이 새롭게 구성될 미국 상하원의 새로운 주요 대북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미묘한 변화가 예상된다. 개성공단이 공화당의 보수주의와 민주당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해서 절대 논의 불가라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지만, 역시 핵심 쟁점인 농업, 자동차와 관련된 산업이 밀집된 주(미시간, 몬타나)들의 상하원 의원들 상당수가 민주당 출신이라서 이들의 시장 개방 및 규제 철폐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시장개방-규제철폐 압력 높아질 가능성

    그렇지 않아도 낮은 한국의 협상력이 증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이 무역촉진권한의 연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편이어서 FTA 반대 진영에서는 협상의 완료가 4월 이후까지 연장이 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원들로서는 하원의 동아태소위 위원장이었으며 대표적 지한파 중 한명이었던 짐 리치 공화당 의원이 낙선했고,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왔고, 맥아더 동상을 다시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서신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던 헨리 하이드 공화당 의원은 이번 선거 이전에 은퇴했다.

    하원에서는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넘어감에 따라 하원의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과 소위 위원장들도 바뀔 예정이다(미국은 다수당이 모든 위원장직을 독식한다). 한편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북미 직접 대화를 주장한 바 있는 상원 외교위원장인 리차드 루거는 무난히 승리했다.

    특이 사항으로는 상원 선거에서 버몬트 주 하원 의원이었던 버니 샌더스가 상원 선거에 당선됨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자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한미 정계의 사회주의자들 사이의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FTA 원정투쟁 당시 강기갑 의원과 면담한 바 있는 쿠시니치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66% 득표로 공화당 후보를 눌렀다. 이 외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하원 의장이 돼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는 여성 정치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흑인 주지사가 처음으로 당선이 됐고(미국 전체를 통틀어 역대 2번째), 이슬람 교도 출신의 하원 의원이 처음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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