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경대 진실게임과 민주노동당
        2006년 11월 08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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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대 방문을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진실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방북대표단이 평양 방문 첫날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한 것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이 색깔론 공세를 폈고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박근혜 전 대표도 만경대를 방문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당 사이의 ‘만경대 논란’이 시작됐다.

    민주노동당은 박 전 대표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한편 7일에는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만경대에 다녀왔던 사실도 끄집어냈다. 또 8일에는 김형오 원내대표 외에도 현직 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만경대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 조선중앙TV로 공개된 민주노동당 방북단의 만경대 방문
     

    물론 한나라당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는 폭로할 필요는 있다. 또 유력한 대권주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밝혀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이 사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그리 적절치도 못하고 정치적인 이득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원하는 것은 ‘방문지 논란’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만경대를 갔냐, 안 갔냐를 놓고 벌이는 ‘정쟁’으로 보일 뿐이다. 더구나 민주노동당의 방북 성과는 ‘만경대 논란’에 파묻힌 채 한나라당이 건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어 옷만 더럽히고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당내에서도 이 싸움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전현직 당직자가 북측 공작원 접촉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데 방북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란만 벌인다면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지금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 인사들도 갔다는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도 못 가봤다면 한번 가보시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누구도 가고, 누구도 갔다’는 식의 대응에 묻혀버렸다.

    이번 싸움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제대로 붙었다고 보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도를 넘어선 공방을 벌이다 민주노동당이 상처만 입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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