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직원, 내부정보 이용
    광명·시흥 토지 투기 의혹
    "7천평 100억원대···전수조사해야"
        2021년 03월 02일 07: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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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7천 평의 토지를 사전 매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토지들의 매입 가격은 100억 원에 가깝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외 전체 3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공무원들의 사전투기 행위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 등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2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의 기간 동안 LH 공사 임직원과 배우자 등 14명이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원 10개 필지의 토지(23,028㎡, 약 7천평)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해당 토지들의 매입가격만 약 100억원대에 이르며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액만 약 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참여연대

    이는 민변과 참여연대가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발표 전후로 해당 지역에서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고 2018년부터 2020년 거래된 토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일부 필지를 선정해서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상당수가 LH 공사에서 보상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서로 다른 시기에 2개 필지를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배우자 명의로 함께 취득한 경우나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취득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김태근 변호사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마치 LH 공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비판하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투기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4일 주택공급 대책으로 광명·시흥지구를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해당 지구는 광명시 광명동·옥길동· 노은사동·가학동,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금이동 일원 1,271만㎡(약 384만평)에 총 7만 세대를 공급하는 계획으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이 단체들은 LH 임직원들이 토지보상금을 받거나 투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 여부는 조사를 해야겠지만 의혹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한 건당 10억 원이 넘는 수준으로 거래 금액 자체가 굉장히 크고 상당 부분 대출을 통해 토지 매입이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라며 “확신이 없었다면 (무리해서) 투자를 감행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확실한 정보를 갖고 추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조사 대상이 된) 토지들이 전부 농지들이다. 농지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농사를 져야만 취득이 가능한데, LH 공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농사를 병행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며 “실제 농사를 지을 목적이라기보다 투기 목적으로 개발 이익이 날 것이라고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제보를 받은 일부 필지의 자료만 특정해 찾아본 결과라 광명·시흥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배우자나 친인척 명의로 취득한 경우까지 조사할 경우 공직자 투기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태근 변호사는 “오늘 발표한 내용은 제보를 받고 하루 동안 조사한 내용이다. 더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나 LH에서 전수조사를 하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당 지구 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에서 LH 공사 등 공공기관의 임직원 및 그 가족, 국토교통부 등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사전 투기 행위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공익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성민 변호사는 “신도시 토지뿐 아니라 과거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잘못된 관행이 많이 있어 왔을 것이라 강하게 추정된다”며 “공익감사 청구를 통해 토지소유자 중 국토부, 정보 부처 소속 공무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임직원이 포함돼있는지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하고 취득일자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LH공사가 3기 신도시 후보군 중 광명·시흥 신도시를 업무상 비밀로 지정해 관리했다면 LH공사 직원들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 내부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김태근 변호사는 “LH공사 직원들이 비밀을 이용해 투기 행위를 했다면 명백한 부패방지법 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의무 위반 행위”라며 “이런 행위가 자본 시장에서 일어났다면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는 1년 이상 징역 뿐 아니라 투기 이익의 3배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행 부동산 시장에선 이런 엄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과 같은 공직자의 부동산 시장 투기 행위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에 준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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