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중수청 설립은
    흔드는 정도 아닌 검찰 폐지 시도”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
        2021년 03월 02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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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공소 유지 기능만 남겨 놓자는 취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총장은 여권이 중수청 도입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수청을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며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 수사·기소 분리는 진정한 검찰개혁이라 보느냐’는 질문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나는 국가 전체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강조할 뿐 검찰 조직의 권한 독점을 주장하지 않는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에도 찬성했다”고 답했다.

    다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 경찰이 주로 수사를 맡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검·경이 한몸이 돼 실질적 협력관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 검찰만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 사인소추(국가 기관이 아닌 일반 개인이 공소를 제기) 전통이 있는 영국조차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기소가 융합된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SFO를 모델로 중수청을 설립하겠다는 여당의 주장과 관련해선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영국의 국가소추주의 도입은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 전문화, 대형화하자 검사가 공소유지만 하는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한 일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SFO다. SFO의 인력은 상근 인원만 45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선 “기득권의 경제범죄를 파헤치면 검사를 ‘좌파’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권력자나 부패범죄를 수사하면 따라서 그것이 보수인가”라고 반문했다.

    중수청 설립을 ‘직을 걸고 막으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윤 총장은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 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하지만 중수청을 막는 일은)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며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것이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회와 접촉면을 넓히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엔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그저 합당한 사회적 실험 결과의 제시, 전문가의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형사사법 제도라는 것은 한번 잘못 디자인되면 국가 자체가 흔들리고 국민 전체가 고통 받게 된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검찰주의자’라는 중수청 도입을 막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내가 검찰주의자라서, 검찰이 무언가를 독점해야 한다고 여겨서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오히려 검찰을 쪼개라고 말해 왔다.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 수사관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법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을 해체해 수사를 못하게 하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히 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드신 줄 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이라며 “다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여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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