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차명주식
    허위 제출 “10년만에 수사···일벌백계”
    "금융실명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등 철저 수사해야"
        2021년 02월 26일 0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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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을 차명주식 관련 허위자료 제출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는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불공정과 불법의 온상인 태광그룹을 엄벌해 재벌대기업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강력한 법치와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공정위는 지난 3일 이호진 전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요청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아 이호진 전 회장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차명주식을 임직원과 친족이 보유한 것처럼 꾸민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1996년 부친으로부터 태광산업 주식 57만2105주, 대한화섬 주식 33만5525주를 차명 주식(친족, 태광 임직원 등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으로 상속받았다. 이 중 일부를 1997년, 2017년에 실명으로 전환했으나 2019년 기준으로 15만1천338주의 차명주식이 남아있었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이 2016~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주주 현황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남은 차명주식을 기업 동일인란에 기재하지 않고 친족·임원·기타란 등에 넣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허위 자료 제출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명주식 관련 문제를 은폐하려 했다는 뜻인 셈이다.

    태광그룹 차명주식 문제는 지난 2011년 검찰의 태광산업 비자금 사건 기소 과정에서도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태광그룹 계열사와 이호진 회장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조사를 통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차명계좌와 차명주식을 이용해 거액의 출처 불명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검찰은 차명주식 문제에 대해선 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흥국생명해고복직투쟁위원회는 같은 해 해당 문제를 금융감독원에 진정했고 9년 만인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들에 따르면, 주주명부에서 이 전 회장이 차명주식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난다. 2010년 12월 31일 기준 태광그룹 주주명부 상 차명주주로 의심되는 상당수가 임직원이었고 동일한 주식수를 보유(131주 3명, 158주 49명, 262주 6명)하고 있었다. 주소지도 전부 ‘중구 장충동’(태광산업 본사)이었다.

    이 단체들은 태광그룹이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 조세 포탈과 공정거래법 회피 등의 부가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는 의견서 제출 취지를 설명하면서 “허위 자료 제출 건뿐만 아니라 검찰이 태광그룹의 차명주식 보유와 관련하여 금융실명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등 범죄행위까지 철저하게 수사하여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2011년 금감원에 차명주식과 관련해 조사요청을 했는데 10년 만에 수사가 이뤄진다”며 “만시지탄이지만 철저한 검찰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해 재벌들의 상습적인 차명주식 범죄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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