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혜영, 코로나 긴급탈시설법 발의
    “코호트 격리, 출입제한 조치는 실패”
    유엔 장애인권리위, 작년에 '탈시설' 등 각국에 권고
        2021년 02월 25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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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이 집단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코호트 격리(동일집단격리)를 금지하는 ‘코로나 긴급탈시설법’(감염병예방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뤄진 사후적·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기본권 침해는 물론 방역조치로서도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장혜영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호트 격리와 시설 거주인의 출입제한 조치라는 정부의 방역조치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제 다른 해결책을 마련할 때”라며 “집단 감염의 우려가 높은 집단거주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긴급 탈시설’ 조치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고 거주인들의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집단 감염과 인권 침해의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자의 단기 탈시설을 지원하고 단기간 시설 밖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과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이 집단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는 경우 시설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시설의 거주인을 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 및 임시거주시설로 분산하는 ‘긴급탈시설’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이 분산 조치된 거주인에 대해 의료·방역 물품 지급을 비롯해 의료 및 복지서비스 등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의무화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코호트 격리는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에서 시작됐다. 이 병원에서 2월 19일 사망한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나흘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가 이뤄졌다. 이곳에서 입원한 환자 103명 중 2명을 빼고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사망자는 60대 남성으로 20년 동안 이 병원의 정신병동에 거주해왔다.

    이후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민들에게 거리두기를 강제해온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요양병원 등 취약계층 거주시설에 한해서만 코호트격리, 예방적 코호트격리, 입소자 통제 등의 조치를 시행해왔다. 국내 장애인 단체와 국제사회는 이를 인권침해이자 생명권 침해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 기자회견(박스안은 작년 탈시설 촉구 장애인단체 회견. 사진=비마이너)

    장 의원은 코호트 격리가 인권침해는 물론 방역조치로서도 효과가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가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1,486명 중 절반 이상인 777명이 집단거주시설에서 나왔다. 코호트 격리의 부작용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신아재활원 확진 사태로 잘 드러난다. 신아재활원은 최초 확진 발생 이후 코호트 격리가 이뤄지면서 114명의 거주인 중 56명이 집단 감염됐다. 앞서 청도대남병원 격리 환자 대부분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요양병원 거주자의 긴급 탈시설 요구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집단 감염과 인권침해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즉각적인 탈시설 조치를 통해 ‘단기간 시설 밖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을 제공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ENIL, European Network on Independent Living)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단라미 바사루(Danlami Basharu)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감염 예방을 위해 감옥과 재활센터 사람들이 풀려난 것에 반해 요양시설이나 정신병원 등의 경우에는 조기 퇴소·퇴원이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장애인의 ‘긴급 탈시설’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첫 사망자가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인이었다는 사실과 국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집단거주형태 시설에서 나왔다는 것은 재난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두가 K-방역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 요양원과 장애인거주시설은 집단감염 위험으로부터 방치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급탈시설’을 통해 감염취약계층의 안전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K-방역”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단체는 코로나 긴급탈시설법 발의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거주시설 내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현 상황에서 이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수용되어 이 순간에도 속수무책으로 집단 감염의 위험 속에 방치된 시설 거주 장애인을 긴급 이전 및 지원할 수 있는 감염병예방법 개정 발의를 환영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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