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문제의식 부정하는 전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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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2월 01일 07: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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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는 오늘 국회간담회에서 ‘혁신안을 수정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대회 최종 안건은 원래 제출되었던 원안을 ‘수정’한 정도가 아니라 원안의 문제의식 자체를 스스로 부정해버렸다. 몇 시간도 안 되어 바로 밝혀질 내용을 굳이 ‘수정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이유가 뭔지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살펴보자. 우선 원안은 2004년 이후 당 활동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는 관점에서 작성된 반면, 수정안은 단지 대선 패배에 대한 간단한 평가로 그치고 있다. 즉, 그동안의 당 활동을 전면적으로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표를 못 얻었으니 어느 정도는 반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관점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도의 인식으로 민주노동당이 혁신될 수 있을까?

편향적 친북행위 재평가 취지 사라져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내 쟁점 사안에 대한 재평가 부분’이다. 원안은 ‘2-1 편향적 친북행위 관련’, ‘2-2 패권주의 및 민주주의 왜곡 건’, ‘2-3 재정 혁신 및 조직혁신 방향 건’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수정안은 중간 제목들이 다 삭제됐다.

대신 일심회 사건 및 북핵 문제에 대해 당원정보유출 사건 및 당 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편향적 친북행위’를 재평가하겠다는 원래의 취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는 결국 원안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일심회 사건의 경우, 원안에 있었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에게서 지침을 받아 활동한 명백한 편향적 친북행위’이며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단지 당원정보를 당 외부에 유출한 것만을 문제 삼고 있거니와, 구체적인 조치 또한 ‘제명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제명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 즉 당기위에 제소하는 것으로 비대위의 책임을 다하였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당기위 제소는 비대위가 아니더라도 당원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기껏 당기위에 제소해서 최종 판단을 당기위에 맡기기 위해 ‘성역 없는 혁신’을 말했단 말인가?

게다가, 원안의 경우 ‘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시키려한 북한당국에 엄중 항의하며 이후 북한 당국은 남한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북한당국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나, 수정안은 ‘당은 북한을 포함해 어떠한 외부세력에 의해서도 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만 그치고 있다.

당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려 한 당사자들에 대해 직접 항의하지 않고 ‘우리의 각오’ 수준에 그치는 방어적인 선언을 할 거라면 굳이 대의원 대회에 안건을 올릴 이유도 없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왜 굳이 새로 확인하는가?

미군이 철수해야 북핵은 폐기되는 건가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원안은 ‘정책위 의장의 북핵 자위론은 당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수정안은 ‘당 지도부의 일원이 당 강령에 부합하지 못하는 행위를 했다’는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람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강령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는 식으로 지극히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강태운 고문 사건, 북한인권, 탈북자, 국군포로문제 등에 대한 외면, 배제, 회피 등으로 민주노동당의 친북정당 이미지가 누적’되었다는 내용과 ‘미군철수 완료시점에 북핵무기 폐기 완료는 당론으로 정해진 바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은 완전 삭제되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북한인권이나 탈북자 등은 굳이 문제 삼을 것이 없다는 것이며 북핵 폐기는 미군철수가 완료되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친북당을 벗어나자는 것인지 그냥 이대로 가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패권주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원안에는 각종 위장전입이나 당비대납 사건 및 회계부정 사건 등의 구체적인 예가 적시되어 있었으나 수정안에는 이런 구체적인 예시는 모두 삭제되고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극복 의지만이 천명되고 있다. 나중에 가서는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구체적인 조치가 행해지지 않는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을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미 원안이 제출되었음에도 당 대회에 임박해서 원안의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의 전면적인 수정안이 새로 제출된 것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배후에서 어떤 타협이 없었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비대위가 알아서 스스로 타협한 건지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비대위는 왜 원안의 문제의식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는지에 대해 그 경위를 전 당원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당의 혁신을 염원했던 수많은 당원들은 더 큰 의혹과 좌절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비대위는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외면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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