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노위 산재 청문회,
    포스코·현중·쿠팡 등 질타
    노동자에 책임 전가 현중 대표 사과
        2021년 02월 22일 07: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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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건설·제조·택배업 등 각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벌어진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처음으로 ‘산재 청문회’를 개최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산재 청문회엔 이날 산재 청문회에는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과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위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 받아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문회에 불려 나온 9개 기업의 산재 인정 건수가 최근 5년 사이에 2.3배 증가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쿠팡풀필먼트 대표를 향한 질문과 질타가 쏟아졌다. 3개 기업은 모두 최근 산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 비판이 높았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에 비해 지난해 120% 이상 산재 승인 건수가 증가했고, 제조업에서의 포스코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 직전인 2017년에 2건이었던 산재가 최 회장 취임 이후 불과 2년 만에 21배나 폭증했다. 청문회는 시작하자마자 요추부 염좌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최 회장에게 질의가 집중됐다.

    김웅 의원은 “요추부 염좌 진단서를 제출하셨던데 그 진단서 내라고 한 사람은 아마 증인의 친구라기보다 적일 것”이라며 “요추부 염좌상은 주로 보험 사기꾼들이 내는 것인데 주식회사 포스코 대표이사가 낼 만한 진단서는 아니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축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은 하는데 2018년 (최 회장이) 취임한 후 19명이 죽었고, 그 중 14명은 하청업체 노동자”라며 “(특히 최 회장) 취임 전인 2017년엔 사망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적절한 리더십과 잘못된 조직문화가 산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연이은 사고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려 유족들에게도 사죄한다”며 “회사에선 여러 기술 투자 등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 같다. 무재해 사업장 만들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내 손톱 밑 가시는 아프다고 하면서…억울하게 사망한 노동자와 유가족에게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라”고 언성을 높였고, 최 회장은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했다.

    “포스코는 매번 사과와 대책 발표만 하는데 지금까지 산재 발생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포스코 제철소가 50년이 넘은 노후 시설 많고 그 외에 관리감독자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로 하청업체 노동자를 중심으로 산재가 발생하는 데엔 “그 부분까지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시인했다.

    윤 의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대재해로 낸 과태료만 10억 9천 만원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회사인가”라며 “포스코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보면 최 회장의 지난 3년은 실패한 3년이라고 평가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거듭 저자세를 보였다.

    매해 발표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현대중공업은 산재 발생의 원인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질타가 쏟아졌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산재 건수가 지난해 653건으로 2016년(297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하자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산재 사고가 늘어난 게 아니고 집계 기준이 바뀌었다. 2016년 이후부터 난청과 근골격계질환이 산재로 집계된 탓”이라고 답했다.

    산재 통계 기준과 별개로 다른 제조업 사업장과 비교해도 산재 발생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박 의원의 질문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면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로 바꾸겠지만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바꾸기 어렵다. 표준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노동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산재 감소도 못하고 중대재해법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도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만으로 산재가 벌어지진 않는다. 시설·장비, 불안전 행동, 관리감독 이 세 가지 측면이 모두 망가졌을 때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불안전 행동으로 낙하했어도 그 아래에 안전망이 있다면 사망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장 의원은 “그럼에도 대책을 만들고자 하는 이 자리에서 산재를 하나의 원인, 특히나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만을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청문회를 왜 하나“라고 질타했다.

    한 대표는 이어진 오후 질의에서도 같은 비판이 나오자 “말솜씨가 없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택배업에선 쿠팡풀필먼트에 대한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냉난방 시설 미비, 혹한기 보온병 반입금지 규정, 화장실 사용 시 관리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반인권적 근무환경과 장시간·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는 노동자의 산재 불인정 의견 비율이 3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사업장 평균(8.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윤미향 의원은 “냉난방 시설도 안 돼 있고 덕평센터는 노동자가 2천명인데 화장실이 두개밖에 없다. 부천센터는 화장실 갈 때 이름가지 쓰고 가면서 통제한다고 하고 휴대폰이나 보온병 반입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고 장덕준 씨 사망에 대해 “물류센터 내 공용공간과 휴게실, 탈의실 등엔 냉난방을 제공하고 있다”며 “야외 지역은 다양한 유형으로 인해 냉난방 제공이 여의치 않아서 직원들에게 방한복이나 보호장구를 제공하고 있다”며, 작업 공간에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업무 중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선 “본래 의도는 안전 상 이유 때문에 직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조치에 대해 재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하다 사망해 산재 판정을 받은 고 장덕준 씨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박덕흠 의원은 “쿠팡이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은 어디에 올린 것인지 확인조차 안 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서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든 대표는 “유족을 뵙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약간의 어려움 때문에 보지 못했다”며 “반드시 뵙고 필요한 사과와 보상을 하고 다른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가 진행되던 시간 국회 앞에선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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