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범죄 의사면허 취소 요건’
    의료법 둘러싸고 정부-의협 또 충돌
    국민 생명·안전 볼모 협박 vs 총파업 등 전면 투쟁
        2021년 02월 22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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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또 충돌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변호사 등 다른 전문 직종의 면허 취소 요건 등 형평성을 고려한 법안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될 경우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실형이 집행되면 5년간, 집행유예는 2년, 선고유예는 유예 기간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다만 의료 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의협 “의료법 개정 통과되면 총파업…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협조 않을 것”

    의협은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에 나서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협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도 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법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면허 취소 요건을) 의료 관련 법을 위반에서 전체 모든 법에 대한 금고형 이상, 그것도 선고유예만 해도 면허를 제한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교통사고나 임대차 관련 법을 어겼을 때나 법을 잘 몰라서 어김으로써 금고형 이상의 선고유예만 받아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과연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고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고취하는 것과 어떤 상관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살인, 강도, 강간 등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당연히 동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그런 분들은 학술적으로 지역의 교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등도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고 있다며 그간 의사계가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는 게 의료법 개정안 찬성론자들의 지적이다. 반면 의협은 변호사와 의사의 직업적 역할의 차이가 있다며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대변인은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이고 의사는 국민 건강을 수호하고 증진하는 역할”이라며 “헌법재판소도 ‘의사와 달리 변호사는 광범위한 법을 어겼을 때 자격을 박탈하냐’는 2019년 변호사의 헌법소원에 ‘의사와 달리 변호사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 따라서 이것은 합헌이다’라고 명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적용을 받을 의료인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선 “대다수 선량한 보통의 의사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일이 많지 않을 것이고, 살인범이나 강간범의 의료행위는 당연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의협이 이 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강간이나 살인을 저지른 동료를 변호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다수의 선량한 보통 의사가 법을 잘 모르거나 혹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과실에 의한 사고에 엮여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의사 면허가 ‘강력범죄 프리패스권’인가…집단행동 단호히 대처”

    여당은 의협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라며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하고 의료의 특수성을 감안해 보건복지위가 오랜 기간 숙의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의협이 이를 거부하고 코로나로 고통 받는 국민 앞에서 백신 접종 협력 거부를 말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명백한 협박이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대다수 의료진의 헌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의협의 총파업 예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이제까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형기만 마치면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다”며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를 전신마취 후 수차례 성폭행했던 의사 역시 평생 의사여야 한다는 것인가. 당시 의협이 해당 의사에게 내렸던 징계는 고작 회원 자격정지 2년이다. 의사 면허는 ‘강력범죄 프리패스권’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의원도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고 선거에 나갈 수 없고,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직업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며 “게다가 이법 법안이 의사 면허를 영구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왜 하필 지금인가”
    정의당 “의사 면허가 치외법권인가…물러섬 없이 개정안 처리해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야당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자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법안 처리 시점만 문제 삼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코로나 사태 계속 진행 중이라 의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의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시도를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답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지난 21일 구두논평을 내고 “지금 의료계는 우리의 코로나19와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 전위부대”라며 “6.25전쟁 때 국인 자격 박탈을 규정화는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전쟁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당은 “의협의 집단 이기주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생명을 볼모로 겁박하는 실력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의협은) 국민의 생명을 도대체 얼마나 가벼이 보기에 매번 환자의 생명을 볼모 삼아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냐”며 “비뚤어진 엘리트 특권 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개정안은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제외하는 등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최근 5년 동안 살인·강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2800여명을 넘어서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600여명인데도 다수가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시 상황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도 본인들의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이들을 의사라 칭하기에는 헌신적인 의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21일 브리핑을 내고 “대국민 협박도 정도껏 해야지 살인, 강도 등 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면허는 허용해야 한다니 의사면허가 치외법권인가”라며 “진작 개정됐어야 할 법임에도 의료계만 예외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심도 눈치도 염치도 없는 행위다. 한마디로 반사회적 집단이나 할 발상”라고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의료단체의 도를 넘는 요구 때마다 번번이 한 발짝 물러선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가 의사들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키우는데 한 몫을 했다”며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협 등 의료계의 반발에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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