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질주'로 배달되는 퀵서비스
    By tathata
        2006년 11월 06일 05: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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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도로 위에서 ‘죽음의 질주’를 하고 있다. 서비스를 ‘퀵’하게 배달하기 위해 그들은 매연을 호흡하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한다.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의 목숨마저도 퀵서비스만큼 빠르게 마감하는 안타까운 비운을 겪고 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부르면 달려오는 퀵서비스는 ‘보다 더 빨리’ 배달하기 위해 항상 스피드를 몸에 지니며 살아간다. “퀵서비스 왔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는 이들 노동자의 위험천만한 질주가 숨어있다.

    그러나 그들은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도 이들의 가입을 꺼리고 있어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치명적인 오토바이 사고는 한 사람과 한 가정을 송두리째 앗아가지만, 정작 책임은 고스란히 퀵서비스 노동자가 떠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는 퀵서비스 업체 수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규모나 근로조건, 임금 실태 등도 통계자료가 없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정부의 이번 보호대책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매일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퀵서비스 노동자가 이처럼 어떠한 법적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회원 3백여명의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caft.daum.net/qhmc)는 퀵서비스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과 노동3권 인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뿔뿔이 흩어져 있던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죽음의 속도’를 줄이고 생존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이고 있다. 7일에는 퀵서비스 노동자 30여명이 민주노총 회의실에 모여 노조 설립 방안이나 투쟁계획을 논의한다.

    유정인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 대표에게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대책 등을 들어보았다. 그는 1994년에 퀵서비스 업체를 만들어, 현재 200여명의 퀵서비스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 유정인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 대표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물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퀵서비스에 대해 법제화가 전혀 없이 무책임하게 방치되고 있다. 지금은 해체된 ‘전국이륜특송업중앙회’ 회장직을 지난 2003년도에 2년간 맡으며 건설교통부의 물류담당 공무원을 찾아가서 퀵서비스 시장 진입을 규제하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규제완화가 대세인데, 규제를 해달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외면하더라. 정부는 ‘조용히 택배업에 붙어서 먹고 살아라’는 식인데, 우리의 요구는 물류업에 퀵서비스를 포함시켜 정책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우선 이번 특수고용직 노동자 대책에도 퀵서비스 노동자를 포함시키고, 산재보험도 적용시켜서 노동자로서 대우를 해 달라는 거다.

    -퀵서비스업체 ‘사용자’로서 퀵서비스 노동자 조직화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업체를 경영하면서 같이 일하던 기사 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3년 전에는 청계천 8가에서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가던 기사가 음주운전 차에 숨졌다. 그는 다행히 보상을 받았지만, 이듬해에는 다른 한 기사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의 목격자도, 가해자도 없이 사망했고, 그의 가족들은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퀵서비스의 90%는 오토바이로 배달되는데, 오토바이는 꽉 막힌 도로를 요리조리 추월해 앞지를 수 있고, 인도로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기 힘든 오토바이는 그만큼 사고위험도 높다.

    기사들이 사고가 나서 다치면 자신은 물론 딸린 식솔들도 모두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다. 그들은 여유가 있어 평소에 사고를 대비해 저축을 해 두는 사람들이 아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해 외면 받아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퀵서비스업체 ‘사장님’이 노동자 조직화에 앞장 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국이륜특송업중앙회를 하면서 업체 오너들이 기사들의 대우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너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너들과 함께 ‘운동’해보려 했는데 그들은 자기들의 이익만 생각하지, 기사들의 대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더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사들이 너무도 열악하고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도움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사들을 설득시켜 운동을 하면 더 쉽겠다고 여겼다. 내가 경영하는 업체 기사만 해도 200명이 되니까 2백명은 일단 조직한거 아닌가. 인권운동본부의 첫 회의 때 4명이 모였는데, 다음 회의에는 주위에 아는 기사 한 명 씩 반드시 데리고 오라고 해서 8명이 됐고, 그 다음에는 또 16명이 됐다. 이런 식으로 늘려나가면 된다. 자신감도 얻었다.

    =서비스 업체에서는 반발이 있을 것 같은데.

    오너들은 다시 뭉쳐서 퀵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중앙회 회장까지 맡은 내가 ‘삐딱선’을 타고 있다며 욕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눈엣가시인 셈인데,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밖에. 

    오너는 자금력이 되니까 단체도 만들어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지만, 퀵서비스 기사들은 당장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 하나도 없다. 업주에게 반발을 하면 ‘오더’(배달주문)을 안 때리면 그만이니까 바로 해고가 되는 셈이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보험 가입률은 어느 정도인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회사가 받아주지 않는다. 오토바이는 사고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가입하더라도 1년에 보험비가 70~80만원 정도 나오는데, 기사들이 이 금액을 부담스러워 한다. 자신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수입이 많지도 않은데 혜택을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르는 보험을 가입하기 꺼려한다. 퀵서비스 기사의 90%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퀵서비스 업체에서 따로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는가.

    =업체들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업체들로서도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내뺄 수밖에 없다. 사보험보다는 정부에서 산재보험 적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퀵서비스 업체를 설립하기 위한 규제조건은 없나.

    퀵서비스 업체는 10~20인의 기사를 고용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중고 오토바이 몇 십만원짜리 몇 대만 있으면 누구나 업체를 차릴 수 있다. 부인에게 전화 받으라고 하고, 누구나 하루, 이틀만 준비하면 업체를 차릴 수 있다. 진입문턱이 대단히 낮다.

    퀵서비스 업체는 이전에 기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분가’해서 새 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거래처를 찾아가 1~2천원 싸게 해 줄 테니 맡겨달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거래처가 나눠지고, 새로 떨어져나간 업체가 계속 가격을 인하하는 바람에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인하 경쟁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30번 이용하면 3만원 이용할인권을 주는 쿠폰행위도 같은 경우다.

    -퀵서비스 노동자는 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나.

    =퀵서비스 종류에는 급송과 일반이 있는데, 급송은 가격이 높은 대신 1~2시간 안에 바로 배달된다. 일반은 같은 방향의 여러 개 물건을 가지고 배달하기 때문에 급송에 비해 느리다. 기사들은 한 탕이라도 더 뛰어야 수입이 늘기 때문에 빨리 가려고 한다. 신호를 위반하고, 정체된 길은 인도로라도 간다.

    몇 해 전에는 오토바이가 우회전 차로에서 유턴하다가 오는 차를 들이박아 보도블럭에 끼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기사들이 빨리, 많은 것을 실으려 하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실을 수 없는 물건도 많이 올려서 과적위험도 높다.

    -퀵서비스 노동자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사업 진출 규제를 만들어 제살 깎아먹기 식 과열경쟁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성 인정도 장기적으로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산재보험 적용이 하루 속히 되도록 해서 숨넘어가는 노동자들의 숨통을 일단 트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조직화해서 화물연대와 함께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다.

    -조직화를 위한 방안은.

    =퀵서비스 기사의 연령층은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고등학교 때 자유분방하게 오토바이를 타다가 퀵서비스로 입문한 경우도 있고, 40대, 50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배달업에 종사하다 퀵서비스로 전향한 사람도 있다.

    오토바이 라이더는 급진적이고, 와일드하고, 자유분방하며, 틀에 묶어두기가 싶지 않다. 하지만, 기사들은 대부분 모두다 울분이 있다. 이번 정부대책에 퀵서비스 노동자가 제외된 것이 오히려 큰 호기로 작용했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칼을 빼들 것이다.

    매연노출로 호흡기 질환 무방비

    연봉 1500~2000만원 사이, 유지비 등 기본물품 모두 부담

    퀵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운수업체 전문지 등의 보도에 의하면, 2004년 현재 서울시의 퀵서비스 규모는 연간 규모는 7천억에 이르며, 약 2만~3만명의 퀵서비스노동자가 고용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퀵서비스 업주 대표로 구성된 한국이륜특송업중앙회에서는 전국적으로 3,000여개 업체에 총 10만~13만 정도로 파악하고 있어 각각의 추정자료간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비정규센터가 발표한 퀵서비스 노동자의 면접조사 결과에 의하면, 근무 중 교통사고의 경험을 묻는 설문에 답변자 모두가 사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중 1명은 15회의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 83.3%가 산재보험의 가입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교통사고 위험과 동시에 매일 매연가스에 노출되어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 지난 2004년 대전환경연합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퀵서비스 기사는 이산화질소 인체노출 정도가 가장 심한 직업”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 보도에 의하면 “도심 공해 노출로 인해 퀵서비스 기사의 정자 활동성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속적인 매연에 노출되는 퀵서비스 기사는 기관지나 폐질환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위험이 높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없었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26.7%가 연봉 1500~2000만원 사이를 받고 있으며, 1000만원~1500만원, 2000~2500만원도 각각 13.3%로 나타났다.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배송업무 책임을 전적으로 기사가 부담해 물품파손이나 분실, 운송지체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기사의 책임으로 전가됐다.

    배송수단은 오토바이는 대부분 본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유지비 외에 유니폼비, 무선장비도 대부분 기사가 부담하였다. 배송 중 물품파손이나 분실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은 모두 “기사가 전적으로 부담한다”고 답변하였으며, 근로서약서에도 이같은 사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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