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왜 이명박만 칭찬했나?
    2006년 11월 06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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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손 전 지사는 6일 “이명박 전 시장이 우리 정치의 비전과 정책 제시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칭찬했다. 손 전 지사는 그러나 또다른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학규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며칠 전 제가 이명박 전 시장을 공격했다는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상대방의 실정에만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의 지도자들이 미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는 일이 될 것이며, 한나라당을 수권정당으로 탈바꿈 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이 전 시장 ‘내륙운하’ 언급은 ‘공격’이 아닌 ‘경쟁’임을 강조했다.

   
  ▲ 미소 짓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들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손 전 지사는 “내륙운하구상은 이명박 전 시장과 같이 국토건설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만이 내놓을 수 있는 계획”이라며 “깊이 연구하고 검토해서 내륙 운하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저부터 나서서 팔 걷어 부치고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손 전 지사는 “우리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충실히 제시해야 한다”며 “이명박 전 시장이 이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이 전 시장을 치켜세웠다. 손 전 지사는 그 예로 이 전 시장의 청계천, 버스운행체계 개편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는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를 언급한 후 “다만 지금 대한민국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역사적 · 국가적 과제는 국가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라며 “국토개조계획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확고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이고 시급한 일”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또한 이 전 시장의 정책과 비전 제시를 칭찬하면서도 손 전 지사는 자신의 경기지사 시절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저 역시 141억 달러에 달하는 첨단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8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며 “영어마을을 성공시켰고, 교육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청계천이 하드웨어라면 손 전 지사의 외자유치, 일자리, 교육 등은 소프트웨어로 “도지사 시절부터 이 전 시장과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었다”는 게 손 전 지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손 전 지사는 이날 “21세기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나아가 손 전 지사는 이날 새로운 리더십으로 “특정한 분야에 편중된 문제해결능력이 아니라 종합적인 국가경영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과거 개발 시대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70~80년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나 몇 개의 산발적인 프로젝트로 선진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해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물론 손 전 지사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발언에 대해 “(손 전 지사의 언급이) 네거티브 비판이 아니고 기본 생각의 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권에서 정치공학과 지역주의를 들고 나오는 것과 달리 이명박 전 시장이 비전, 경쟁 쪽으로 방향을 만든 것은 분명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는 비전 경쟁 흐름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 전 시장과 컨텐츠 경쟁에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쨌든 (손 전 지사의) 비전 경쟁 대상은 이명박 전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먼저 비전을 제시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의 여유를 보였다.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이명박 전 시장이 정책과 이슈를 제기하고 국민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으니까 다른 주자들도 강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경쟁적으로 (이슈 제기를) 하는 게 아니겠냐”며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비전으로 경쟁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느 게 우선이다 또는 맞다, 틀렸다고 토론할 문제가 아니다”고 손 전 지사의 ‘국가체질개선론’ 우선 주장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또다른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손 전 지사 캠프 관계자는 “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다”며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 뿐 아니라 누구든 한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대권 주자로 나섰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는 이유, 비전을 내놔야 하지 않겠냐”며 “비전, 정책을 지금부터 내걸고 대결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라고 말해 아직까지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를 꼬집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명박 전 시장이나 손학규 전 지사가 설익은 정책 대결로 대선 분위기를 조기 과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가 제시한 정책에 대해 “국가운영 정책일 수 없는 사업 구상일 뿐”이라며 “정책 개념에서부터 혼동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외교안보, 경제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큰 정책이 정해지고 나서 (다른 대권 주자들이 제시한 것 같은) 사업은 구상하고 결정해나가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지율 때문에 성급한 마음으로 당장 정책 내놔야 한다는 급박함은 갖고 있지 않다”며 “때가 되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나갈 사항이고 (박 전 대표의) 스케줄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는 이날 동아시아미래재단 강연에서 자신이 “한나라당의 미래를 대표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제게 왜 한나라당에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손학규가 없는 한나라당을 상상해보라고 말해준다”며 “손학규가 있기에 한나라당이 민주정당, 개혁정당, 평화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손 전 지사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국가 체질 개선과 국가 자원의 재편성을 강조하고 그 주요 방향으로 ▲국가, 민간 자원의 교육 분야 우선·대량 투입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통한 ‘기업 르네상스 시대’ ▲과감한 행정체계 개편과 재정의 개혁 ▲국가, 민간 자원 복지 투입 통한 사회통합 ▲동북아 평화경영에 주도적 역할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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