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규명’ vs ‘정치공세’
    MB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 논란
    민주 "보궐선거와 무관", 국힘 "선거 후 전수조사"
        2021년 02월 17일 04: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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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대대적 불법사찰 의혹을 둘러싸고 거대양당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만큼 불법사찰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보궐선거 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를 겨냥한 “저급한 정치공세”라며 선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를 포함해 전수조사를 벌이자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16일 사찰 당사자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불법 사찰 내용은 폐기하라는 내용의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판결문, 정보공개 청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서 18대 국회의원 전원 등 1천여명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299명, 법조인과 언론인까지 1000여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파악한 자료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민정수석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시작했다는 자료가 나왔다”며 “피해자들도 자기의 어떤 정보가 사찰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청와대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불법사찰 의혹 제기가) 마치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야당이 있다. 박형준 후보가 당시 정무수석이라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인데, 오히려 (부산시장 선거에서의) 1위 후보이기 때문에 더 따져봐야 한다”며 “만약 박형준 후보가 관여돼 있다면 (새로운) 부산시장이 사찰했던 분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강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을) 중단했다는 자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며 “후보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거 끝나고 확인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당의 선거에 도움 된다고 생각 안한다”며 “이렇게 드러난 잘못을 진상규명하자는 것도 ‘선거 때문에 그런다’고 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니라 밝힐 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불법사찰 여부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면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제안한 ‘국정원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은 역대 정부의 불법사찰 조사는 4월 보궐선거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민간인 사찰이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정부들, DJ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다 조사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적폐 청산한다면서 6개월 동안 국정원을 탈탈 털었다. 그 당시에 이거(불법사찰)를 (조사) 안 했나”라며 “(적폐청산에) 부족한 게 있으면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끊고 가는 것이 국민적인 요구이고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박형준 후보를 얘기하는데 정무수석이 국정과 무슨 관련이 있나”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앞두고 이런 일을 집권여당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한다 하더라도 선거 끝나고 하는 게 맞다. 그래서 특별법을 비롯해서 모든 정권들 다 함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대규모 불법사찰 진상규명에 동참하라고 국민의힘에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찰의) 규모와 대상 등 충격 말고는 달리 표현이 없을 정도다. 이 정도면 빅브라더의 현신”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드러난 사실에 있어 고 노회찬 의원 또한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은 아연실색케 한다. 고 노회찬 의원 유족이 관련한 정보공개청구 결과 불법사찰이 확인됐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보공개 문서는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더욱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범죄행위 의혹을 덮어두고 가자는 것은 국가범죄를 은폐하는 것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권위주의 군사독재정권 시절, 통제와 감시 수단으로 자행된 불법사찰이 민주정부 이후에도 버젓이 자행됐다는 점에서 독재정권에 미련이 남아있지 않는 한 여야와 진영을 떠나 진상 규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라며 마냥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다. 대규모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 동참이야말로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의 척도”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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