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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랜드, 무수히 밝히고
    다짐한 초심으로 돌아오라
    [기고] 윤리적이지 않은 '윤리경영'
        2021년 02월 15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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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랜드를 다시 돌아보며

    이랜드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2007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2007년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허울뿐이었던 비정규직 보호법의 여파로 이랜드 내에서도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발생하였고 그 부당함에 저항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434일간의 눈물겨운 파업 투쟁을 벌였다.

    비정규직을 위한 정규직의 투쟁.

    대기업 중심의 산별노조가 주축이 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판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투쟁이었지만 당시의 이랜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결기 하나로 단결하여 변화하는 역사의 물줄기 앞에 저항하였다. 투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남긴 노사는 각자의 상처를 회복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상처를 기억 하는 것조차 힘겨웠던 탓일까, 노사는 늘 상생을 이야기하였고 신뢰를 강조했다. 그렇게 이어온 세월이 13년이다.

    13년 후 왜 이랜드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일까? 그 기간 동안 평화선언을 통해 내세웠던 노사 상생과 상호 신뢰의 틀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임원을 통한 새로운 법인이 설립되고 직원들을 회유하여 설립된 회사로 이직시키는 계획은 이미 오래전 수립된 듯 2020년에 들어 새로운 법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름을 대면 알법한 임원들이 대표이사를 맡았고 새로운 법인의 주축이 되는 사업부와 영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생 회사의 직원으로 되라고 독려했다. 그 이유에 대해 회사는 답변을 안 하거나 궁색했으며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다시 이랜드의 구조조정은 새로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구조조정은 여러 종류가 있다. 매각, 분할, 분사… IMF 이후 기업의 체질 개선을 쉽게 만드는 방법들이다.

    이랜드의 신규법인은 위의 구조조정의 종류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3자에게 매각한 것도 아니고 분할(물적,인적)한 것도 아니며 분사한 것도 아니다. 보통 분할 과정을 통해 회사를 분리하면 계열사로 편입되는데 이랜드는 신규법인에 대하여 이랜드와 관계없는 완전한 독립법인이라는 입장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독립법인”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임원을 통한 신규회사의 설립. 목적이 무엇입니까?”

    이랜드 가산 사옥 앞에서는 지난 20년 12월 15일부터 50여일간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뉴코아/이랜드노조)는 과연 신규법인이 완전한 독립법인인지 판단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랜드리테일을 고발했다.

    목적이 무엇인가에 수단과 정당성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윤리적으로 그리고 사회통념에 맞지 않을 경우 중단해야 하며 이는 이랜드의 경영방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랜드는 윤리경영이란 핵심 경영방침이 있다. 법적인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에 어긋나면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기준을 선택하는 경영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노사분규 이후부터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줄곧 강조해온 경영방침이다. 또한 M&A를 통해 회사의 몸집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위법적인 문제들을 단속하고 불식시키겠다는 자정의 노력이기도 했다.

    경영방침은 윤리적인데 실행단계에서 준법 과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에도 맞지 않다면 과연 올바른 방침일까? 이랜드는 윤리경영이 현재까지 유효한 경영방침인가에 묻고 있고 목적이 무엇이냐는 직원들의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하고 사회 각계의 지식인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멀쩡한 기업을 계열사도 아닌 독립법인으로 분리 매각하고 천금으로도 얻을 수 없는 직원들을 이직을 독려시켜 이랜드가 얻는 이득은 과연 무엇일까?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직원들의 의욕을 추동하던 방식이 “직접 하기와 멀티플레이어”였다. 우리 손으로 우리 회사를 갈고닦아 일으켜 세우자는 취지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한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캠페인이다. 직원 수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현장 채용은 씨가 말라갔다. 옆의 동료가 퇴사하고 출산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그 빈자리는 자연스레 옆 사람의 몫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직원들은 최일선에서 현장을 지켰다. 무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코로나19 실적 저하에 무급휴직을 권고 받아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관리직 직원들과 랜섬웨어 해커들의 공격으로 현장의 기반시설이 셧다운 된 상황 속에서도 계산대를 지키고 상담실을 지키며 고객들에게 고개 숙이며 사죄를 한 것도 직원들이다.

    회사가 해커집단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며 여론전을 펴는 그 순간에도 정상영업을 위해 불철주야 고군분투하던 이들이 현장의 직원들이다. 쥐어 짤 대로 짜내 이익을 취했으면 마땅히 환원할 줄 알아야 한다. 돌려주지는 못할망정 지치고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임원을 통해 이상하게 설립한 회사로 넘겨버리는 것은 윤리경영 정신에 위배다.

    삼성그룹의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 뇌물공여 관련 재판을 받을 때 파기환송심에서 주심 판사가 삼성에도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니 참고하라는 지시를 하며 1심의 징역형을 뒤집어 버렸고 이랜드에서도 준법 경영 선포식을 통해 “준법”을 강조했었다.

    시류에 따라 빠르게 대처하고 행동하는 순발력은 탁월하기에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본다. 또한 선포하고 출정한다 해서 책임을 다한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 행한 말과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의 생존전략, 미래의 먹거리, 효율경영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앞으로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경영자들의 몫이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행해서는 안 될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회사는 무수히도 선언하고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오라. 이것이 의문을 표하고 잘못되었다 지적하며 길거리로 나선 금쪽 같은 직원들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필자소개
    뉴코아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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