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이후 스웨덴식 복지 모델 후퇴
        2006년 11월 04일 0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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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회모델로 스웨덴식 모델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사민당이 패하자 국내 보수 언론은 스웨덴식 모델이 조종을 고했다는 듯이 보도했다. 이런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스웨덴식 모델이란 도대체 뭘까.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4일 열린 비판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한 ‘1980년대 이후 스웨덴 모델의 변모 : 정책영역별 변모 양상과 모델 전환과정상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스웨덴 모델의 특징으로 ▲중앙단체교섭과 연대임금정책으로 대표되는 노사관계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조합주의적 의사결정 구조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문화 ▲대기업의 이익이 과잉 대표되는 성장주의적, 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스웨덴 모델의 이런 특징들은 지난 80년대를 경과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스웨덴식 노사관계는 80년대에 사실상 해체됐고, 조합주의적 의사결정구조도 90년대 들어 크게 약화됐다.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모델도 골간은 유지하고 있으나 부분적인 변형을 겪었다. 다만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문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는 80년대 사민당 정부가 ‘제3의 길’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제3의 길’ 정책의 핵심은 금융자유화였다. 금융기관의 자율성 강화와 몇몇 금융기관의 사유화가 골자였다.

    대표적인 조치로는 금융기관의 대출총량에 대한 수량규제 해제조치를 들 수 있다. 이는  80년대 중반 이후의 초호황 국면에서 부동산 부문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원인이 됐는데, 90년대 경기 침체기에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또 외환규제 완화 조치는 스웨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를 크게 늘림으로써 ‘산업공동화’ 문제를 불러왔고, 이는 노동과 국가에 대한 자본의 교섭력을 크게 증대시켰다.

    산업정책 면에서도 정책 변화가 두드러졌다. 통신, 운송 등 국가 인프라 사업의 경우 국가기관의 공기업화를 통해 경영 자율성을 강화하거나 민간기업의 진입을 허용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됐다.

    통신 서비스 관련 국가기관인 Televerket의 독점 사업권 해제와 통신 서비스 시장에의 민간기업 참여 허용, 택시 서비스 부문에서의 다양한 규제(가격통제, 진입장벽 등) 해제 조치를 들 수 있다.

    중소기업 육성정책도 눈에 띈다.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크게 늘면서 국내 고용이 줄어들자 국내 고용을 늘리기 위한 대안으로 사민당 정부가 94년부터 추진한 정책이다. 이전까지 스웨덴은 발렌베리 가문 등 거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왔었다. 조세부담 경감, 재정 지원 및 컨설팅 지원 강화, 지방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이 분권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노동시장정책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이뤄졌지만 변화의 정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노사간의 세력변화와 고용주단체의 전략 변화에 따라 83년 중앙단체교섭의 틀이 최초로 깨지고 90년 이후 완전히 해체되면서 노사관계의 틀과 노동시장의 작동원리가 시장주의적인 방향으로 크게 변화했다.

    사회정책의 경우 90년대 들어 복지 지출의 삭감이 두드러졌다. 특히 사민당 정부 집권기간인 90년대 중후반에 집중적으로 삭감됐다. 소득연계 프로그램에서 급여의 소득대체율 인하, 사회서비스 일부 영역에 이용자 요금 부과, 공공부문 고용 감축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활용됐다. 이들 복지 지출은 경기가 살아난 97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변화의 진폭이 크다 보니 저항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런데 분야별 저항의 강도차가 다소 재미있다.

    변화의 폭이 가장 크고 사회적 파급 효과도 막대했던 금융자유화의 경우엔 사회적 저항이 거의 없었다. 정책효과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다 개혁 의제가 전문적이어서 일반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의 경우도 정치적, 이념적 논란은 별로 없었고, 기술적인 고려가 주로 작용했다.

    스웨덴 모델의 핵심 영역인 사회정책의 영역에서도 저항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사회정책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한데다 프로그램별로 차별화된 개혁이 추진되면서 단일한 정치적 전선이 형성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전체적으로는 복지 지출을 삭감하면서도 최약자층의 처지는 개선시키는 정책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했던 게 주효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복지 지출 축소에 대한 사회적 동의의 기반이 형성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변화의 정도가 가장 적었던 노동시장 정책의 경우 시장주의적 개혁에 대한 저항이 가장 컸다. 정책효과가 바로 피부에 와닿는데다 노조라는 잘 조직된 이익단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이처럼 큰 폭으로, 신속하게 모델 변화를 경험하게 된 이유는 뭘까.

    신 교수는 먼저 스웨덴이 좌파적 개혁의 한계지점에 먼저 도달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의 충격이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동력이 됐고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중앙집권적 제도와 합의주의적 정치문화도 신속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배경이 됐다.  

    스웨덴의 모델 변화와 90년대 후반 스웨덴 경제 호황의 상관성도 흥미로운 주제다.

    신 교수는 "최근 북유럽 모델이 고용과 혁신의 모든 측면에서도 영미 모델에 못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스웨덴도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성공적인 복지국가 모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등 모두에서 유럽 최수위권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를 설명하는 두 개의 시각이 있다.

    우파적 입장의 논자들은 이런 성과의 원인을 시장주의적 개혁에서 찾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시장주의적 개혁의 강화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최근 스웨덴 사민당의 패배에서 복지국가 모델의 종말이라도 본 것처럼 열을 냈던 국내 보수언론은 죄다 이런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중도좌파적 입장의 논자들은 복지국가의 완충역할과 ‘생산적 복지’를 가능케 한 스웨덴 복지국가의 특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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