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수없는 홍대앞 클럽보다 성인나이트가 훨 낫다
    By
        2006년 11월 04일 12:3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힘내라”란 말이다. “야! 그럼 넌 뭐라고 하냐”고?

    0)일단 열~심히(‘열’자를 강조해서 발음해야 함을 유의할 것)들어주고
    1)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거나
    2)그게 힘들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신나게 놀아준다.

    물론 큰 고민거리가 있을 때 그걸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맘이 풀리고 왠지 일이 해결된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얘기 끝에 돌아온 대답이 “힘내라”라면 왠지 힘이 쪼옥 빠진다.

    "힘내라"는 "니 얘기 안들었거든"이란 뜻

    나름 말에는 울림이라는 게 있어서 내공이 있는 사람이거나,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해주는 “힘내라”는 그 말의 울림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 든다.(하지만 이런 분들은 고민 상담 시 “힘내라”란 말을 잘 안한다.-_-;)

    허나, 내가 비뚤어진 건지 많은 경우 “힘내라”는 “니 얘기 집중해서 안 들었어”. “난 모르겠다” 또는 “아! 나한테 위로를 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뿌듯하다”로 들릴 때가 많다.

    이 글을 쓰기 7시간 전. 모 대기업 면접을 보고 온 친구가 미장원에 찾아왔다. 이 친구는 “ 나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참 성실한 사람인데, 면접에만 가면 실수할까봐 긴장이 돼서 제대로 말을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보아하니 내 앞에서도 긴장하는 것이 면접관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긴장할 것임은, 방귀를 뀌면 똥이 마렵듯 당연해 보였고, 스타일 역시 처음 만날 사람한테 호감 줄 깜냥은 아니었다. 허 안타깝네. 어쩌지?

    1)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자니…
    그 회사에 청탁 전화 한 통화 넣어볼까?
    – 불가능.

    아 이거 일할 맛 안 나네. 나라 위해 몸 바치고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쯤 되면 ‘어험~’ 하고 헛기침 한 번 하면 공기업, 대기업 같은데서 일자리 하나 정도는 갖다 바쳐야 되는 거 아닌가? 다음 정기 국회 때는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공기업 · 대기업 인사 추천권을 주는 법안을 만들어 제출해 볼 생각이다.

    농담이다. 내가 미쳤나? 가뜩이나 국정원이 각색해 낸 어설픈 ‘간첩’ 사건으로 당 지지율이 흔들흔들 하는 판에 이 따우 법안을 냈다간 조선일보의 돌팔매에 맞아죽기 전에 의원님이 나를 손수 드보크(간첩장비 비밀 매설장고-편집자)에 갖다 파묻으실 것이다.

    그렇다고, 면접에 대처하는 요령 등등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자니, 12살 이후로는 학교도 뒷문, 입사도 뒷문, 국회도 뒷문으로 들어간 내가 해줄 말이 없다.(어떨 땐, 버스도 뒷문으로 타고 싶다-_-;)

    2) 그럼 놀아주자.
    꿀꿀한 표정의 이 놈을 이끌고 계속 술이나 먹을까?

    ① 얘기를 경청하자니 – 이놈의 꿀꿀한 하소연 덕에 내 기분은 물론 이놈의 기분 역시 수렁에 빠져들 터이고 ② 그렇다고 내가 얘길 하자니 – 취업걱정으로 온통 딴 생각인 놈 앞에서 원맨쇼 하는 것 밖에 안 되고.

       
     ▲ 공연문화의 메카로 아직까지 홍대앞. 명성에 금이 많이 가고 있다.
     

    그럼 춤이나 추러갈까?
    ① 홍대 클럽에 가자니 – 꿀꿀한 면접용 양복 입고 온 이놈 덕에 퇴짜 맞기 십상이고
    ② 나이트클럽에 가자니 – 돈이 없고

    그래서 데려 간 곳은, 신촌에 위치한 모 성인 나이트. 최고 영계가 40대라는 무서운 소문을 익히 듣기는 했으나, 자신감을 잃은 이놈을 위해선 아줌마들을 상대로 ‘오직’(ㅠ ㅠ) 젊음을 무기로 자신 있게 작업하고 그것도 면접을 위해선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성인나이트 클럽, "이것이 진정 춤이다"

    으흠. 끊임없이 부킹이 들어오는 ‘영계’(으아악!) 아줌마들을 면접연습 차원에서 친구에게 모두 양보했다. 그렇다고, ‘영계’들 틈 사이에서 춤출 기분도 아니었기에, 무대에서 벌어지는 DJ 쇼 및 플로어의 아줌마, 아자씨들을 구경하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추리닝에 구두를 신고나온 아줌마, 빠른 노래가 나오든 늦은 노래가 나오든 동네 구민회관에서 배운 듯한 사교댄스를 엄숙한 표정으로 재연하고 있는 아줌마, 되는 데로 하늘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아줌마. 배를 쑥 내밀고 되는 데로 팔을 허우적거리는 아저씨. 하하하.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의외로 아주 재미가 있었다. ‘웃기다’ 절대 이런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아주 멋져보였다. “이것이 진정한 춤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름 바짓단으로 홍대 클럽 바닥 좀 쓸고 다니던 내가, 클럽 출입을 안 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유는 ‘재수가 없어서’ 이다.

    춤이라는 게 정말 흥에 겨워서 리듬을 타야 되는 거 아닌가? 정말 흥에 겹고,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면 평상시 관절의 뻣뻣함은 문제가 안 된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에서 관절도 물렁물렁 잘 돌아가고 뭐 그런다.

    약 10년 전 홍대 클럽 초기엔 정말 멋진 양반들이 많았다. 일렉트로니카, 힙합, 하우스, 올드팝 등등 클럽 마다 내세우는 음악이 있었고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클럽에 가서 자기 좋아하는 음악의 리듬에 몸을 내맡긴, 정말로 ‘리듬을 탈 줄 아는’ 그런 양반들이 많았다.

    "홍대 클럽인지 고등학교 조회시간인지, 나원 참"

    동작이 어려운 동작도 아니고, 어디서 배운 춤도 아닌 그 춤을 보고 있노라면 남자든 여자든 ‘섹시하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타일 역시도 TV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았다.

       
      ▲ 비슷비슷한 춤과 교복같이 비슷한 복장으로 무장한 장소로 변하다니 안타깝다. 
     

    그러던 홍대가 어느 날부터 ‘교복학생들의 맨손체조’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충만한 상태에서 터져 나오는 자신의 표현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춤이 되어버렸다.

    클럽댄스가 발산의 장이 아닌, 이성을 꼬시기 위한 자기 전시의 장으로 변해버린 탓이 크다. 에, 뭐 과거에도 부킹 비스무리 한 게 없었던 건 아니다.

    허나, 그 땐 그저 재밌게 노는 게 주였고, 부킹은 가끔 운 때 맞으면 자연스럽게 되던 그런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부킹이 주가 되 버렸다. 각종 뿅뿅한 소문들, 미디어의 선정적인 보도를 듣고 온 잿밥에만 관심 있는 ‘외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 이후부터 생긴 현상으로 짐작된다.

    ‘부비부비’만 해도, 힙합클럽의 좁은 공간, 끈적끈적한 리듬, 뿅뿅한 기분 덕택에 그냥 남녀가 자연스럽게 닥치는 대로 비비적대는 걸 지칭하는 현상이었다!(아~과거가 들통 났으니 장가는 다 갔다ㅠㅠ)

    허나, 언제부턴가 다들 똑같이 TV에서 보여준 ‘부비부비 댄스’를 충실하게 재연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초식(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표현으로 검술의 형식. 태권도의 품세와 비슷한 뜻-편집자) 외우느라 머리 복잡해서, 이성의 살 냄새 제대로 느낄 시간이나 있을까?”란 생각에 측은하기까지 하다.

    똑같은 힙합스타일의 모자, 똑같은 힙합스타일의 후드티셔츠, 똑같은 스타일의 헐렁한 청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똑같은 스타일의 춤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추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홍대인지 고등학교 아침 조회시간인지 분간이 안 간다.

    허나.
    성인 나이트에는 잃어버린 ‘춤의 본류’가 있었다. 누구는 아프리카에 가서, 누구는 브라질 삼바축제에 가서 춤의 본류를 보고 왔다는 둥 하지만, 멀리 갈 것 없다. 진정한 디오니소스 축제가 동네 성인 나이트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아줌마, 아저씨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누가 비웃든 말든 정말 자유롭게 자신을 분출하고 있었다. 이게 TV에서 광고에서 그토록 떠들어 대는 진정한 젊음, 자유 아닌가? (그 옛날 홍대에서 멋지게 춤추던 양반들이 이제는 나이를 먹어 성인 나이트에 모여 있는 게 아닐까? ㅋㅋ)

    춤추는 것과 칼럼 쓰는 것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글을 끝맺어야 하니… 이쯤에서 교훈적인 말 한 마디쯤 하자면…
    칼럼도 비슷하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쓰고 싶은 글이 있을 때 미니 홈피나 이런데 쓰던 글은 술술 잘 써지고 내가 읽어봐도 재밌고 문장도 긴장감이 있다. 근데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영 ‘관절‘이 뻣뻣하다.ㅋㅋ 자기검열도 심해지고, 이게 재밌어 보일까 고민도 되고, 그래서 글 하나 쓰는데도 며칠씩 걸리고 그만큼 고민한다. 쓰고 나서도 왠지 문장이 뻑뻑해서, 여러 번 퇴고를 해야 한다.

    오늘 간만에, 글을 술술 썼다.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겨서 글을 쓰니 설날 가래떡 뽑듯 글이 술술 써진다. 이 글 쓰는데 채 한 시간 걸렸나?ㅋㅋ 열성적으로 춤을 추시던 아줌마, 아저씨들의 기를 받고 와서 그런 듯하다.

    여튼… 성인 나이트… 멋지다. 술값도 싸고. 히히. (근데 다시는 안간다ㅠㅠ ‘영계’가 무섭다. 당분간 영계백숙도 못 먹을 듯싶다.)

    <독자 사은 대 잔치!!>

    에, 저 신민영군의 사법시험 합격을 자축하는 한편,
    칼럼을 사랑해 주시는 독자들의 은혜에 답하고자 사은대잔치를 열어볼까 합니다.

    자기 스타일을 바꿔 보고 싶은 분들이나
    ‘주변사람 중 이 사람만큼은 스타일을 바꿔주고 싶다!’란 사람 있으면
    사연을 리플로 달아주세요. 달린 리플 중 가장 절박한 사연 남녀 한 명씩을 뽑아서 머리를 새로 해드립니다.(원하신다면 옷도 같이 골라드립니다. 웬만하면 옷까지 사드리고 싶지만 자금 문제로-_-;)

    PS twisthead.cyworld.com에 [13년째신인개그맨] 말머리를 달아서 사진 올려주시면 가점 있습니다.(사태의 절박성을 판단하기가 훨씬 용이한 관계로..ㅋㅋ)

    PS2 – 당첨자 발표는 담주 칼럼에서 하겠습니다. 패션으로 분석해본 민주노동당 의원 – 여성편은 다음 주에 쓰겠습니다. 메롱메롱~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