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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뽕 신드롬’과 국방 관련 기사들
    [국방평론]이 달의 몇 가지 국방분야 언론보도 비평
        2021년 02월 02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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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걸프전이 발발한 이래 대중은 전쟁의 양상을 마치 흥미진진한 ‘게임’과 ‘오락’의 전개물인 양 보도하는 미디어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유튜브의 국방 관련 콘텐츠들은 우리군이 보유했거나 보유해야만 하는 최첨단 군사무기들을 소개함으로써 시청자의 ‘국뽕 신드롬’을 자극하고 대중은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이들 영상에 도리어 안도감을 느낀다.

    이 흐름에는 신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방 관련 사안을 다룰 때 일부 기자들은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자신의 주관이나 관점을 독자에게 주입시키려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이는 그러한 기사들이 ‘독자의 선택(열독율)’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1년 1월에 보도된 국방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세 가지 사례를 선별하여 글쓴이의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 사례 1

    1월 3일 중앙일보의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 관련 기사이다. 중앙일보는 현대중공업이 ‘개념 설계(Concept Design)’한 ‘경항모’의 밑그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개념 설계’는 이정동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으로써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경항모’의 개념을 실제 정의해 보고 관련된 지식을 확립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경항모’의 모습을 ‘조감도’라고 부른다. ‘중앙일보’는 이 ‘조감도’를 공개했다.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 이후 연합뉴스와 SBS의 후속보도가 잇따르며 새해에도 ‘경항모’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 기자가 ‘조감도’와 같은 귀중한 정보를 자력으로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리뷰’ 2월호(42쪽)에 다음과 같이 자세한 뒷이야기가 나온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한국형 항공모함 조감도는 그냥 공개된 것이 아닌 한국형 항공모함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알아보고 보다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해군의 고도의 홍보전략이 담겨있다.” ‘밀리터리 리뷰’는 해군이 ‘경항모’의 홍보수단으로 중앙일보를 활용하였다고 보고 있다. 다른 기자의 기사에서도 비슷한 정황을 찾아볼 수 있다.

    위의 기사는 중앙일보의 작년 8월 10일자, 아래는 작년 12월 30일자 기사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위 기사는 기자가 ‘경항모’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아랫기사는 우호적인 입장에서 쓴 기사이다. 놀랍게도 이 기사들은 같은 사람이 작성했다. 해당 기자가 같은 주제를 놓고 4개월여만에 정반대의 관점을 담은 기사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일보에 그 해답이 나온다.

    작년 10월 28일 해군은 ‘제19회 함상토론회’를 제주도에서 개최했다. 국방일보(10월 28일)에 따르면 이 기자는 ‘함상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자로서 “개인적으로 경항모 도입에 여러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일본이 관련 개발에 뛰어들면서 동북아 역내 불안정성이 다각화되는 상황이 전개돼 경항모 도입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경항모’ 반대론자였던 기자가 해군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찬성론으로 전향한다는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해군측이 거둔 작은 승리이다.

    이렇듯 기자의 입장이 변하면서 기사의 내용도 바뀌었다. 기자의 입장이 재차 ‘경항모’ 반대로 선회한다면 기자의 신념은 후속 기사에 즉각 반영될 것 같다. 올해 들어 중앙일보 외교, 국방, 국제면에는 ‘중국해군의 서해상 군사력 증강’과 관련된 보도가 대대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신문이 인터뷰한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소장은 중국해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한국해군의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과학, 정보, 기술 등을 말하는 소프트웨어 측면까지 본다면 한국 해군의 역량은 믿을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다 보니 중앙일보의 최근 국방 관련 보도 경향은 ‘경항모’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조성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 사례 2

    조선일보 1월 7일자 30면 오피니언란에 실린 칼럼이다. 조선일보 칼럼과 위의 중앙일보 1월 3일자 기사는 ‘경항모’를 뜻하는 명칭에서부터 차이가 존재한다. 올해 들어서 ‘경항모’를 찬성하는 기사에는 ‘경항모’라는 말보다는 ‘한국형 항모’, ‘한국형 항공모함’, ‘한국형 경항모’라는 호칭이 즐겨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항공모함’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임으로써 대중에게 ‘경항모’를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시키려는 차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칼럼은 모든 것이 ‘문재인 탓’이라는 관점에서 쓰였다는 한계가 있지만 칼럼 주제인 ‘경항모’에만 국한해서 읽어보면 논리적인 완결성이 뛰어난 글이다. 조선일보가 평소 북한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미미사일지침’과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핵추진잠수함 건조’, ‘나토식 핵공유’ 등을 통한 한층 강화된 전략무기체계의 개발을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주필이 직접 쓴 이번 칼럼은 ‘경항모’는 조선일보가 주창하는 무기획득사업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나름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13일 조선일보 33면 ‘독자의견’ 코너란에 ‘경항모’ 를 옹호하는 글이 올라왔다. 윤연 예비역 해군 중장 명의의 이 글은 7일자 ‘고종 허세 생각나는 문의 6조 경항모 쇼’ 칼럼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고자가 전직 해군작전사령관 출신이라는 점이다. 해군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 언론의 비판적인 견해가 표출될 때마다 예비역 해군 장성을 비롯한 해군에 우호적인 인사들은 적극적인 기고를 통해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기고문은 그런 차원의 글이다.

    조선일보의 ‘경항모 쇼’ 칼럼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주장은 한국일보 1월 19일자 ‘아침을 열며’란을 통해서도 게재되었다. 조선일보 칼럼이 일으킨 반향을 차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기고자는 2020년 8월 25일자 ‘아침을 열며’란을 통해서도 한국해군이 ‘경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인사는 국방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책임연구위원인데 한국국방연구원은 국방정책 추진의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국방부 산하기관이다. 이런 기고글은 연구원 개인의 연구업적(대외학술활동)으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은 이 글이 연구자 개인의 견해이지 연구원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해당 연구원은 먼저 “경항모는 국내개발이므로 밖으로 나가는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국책사업일수록 사업의 성공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해야만 한다. ‘경항모’와 같이 우리가 만들어 보지 못한 특수함정의 건조는 실제 만들어서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나라의 회사와 기술협력을 해야만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신규무기체계 도입마저도 국내개발만을 강조하며 애국주의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처사는 오히려 사업에 장애물을 쌓는 것이다.

    함재기로 유력시되는 “F-35B 20대 구매에는 약 2조원이 들어간다”는 주장은 이 글의 순수성과 국방분야 연구자인 기고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작년에 이미 조선일보는 ‘F-35B’ 20대의 도입비용을 ‘3조~4조원 이상’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주간동아는 군이 4조7천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작년 2월 미국이 판매 승인한 싱가포르의 ‘F-35B’ 12대와 최대 13개의 ‘Pratt & Whitney F135 엔진 및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총 조달비용은 대략 27억5천만달러(현재 환율로 3조731억원)에 달한다.

    ‘F-35B’는 우리가 보유한 ‘F-35A’와는 완연히 다른 기체로써 정비와 유지에 필요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고 조종사의 훈련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우리군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의 이착륙을 비롯한 각종 운용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구비한 국가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글의 필자는 ‘경항모 건조비’가 조선일보 칼럼이 말하는 것처럼 6~10조원대가 아니라 최대 5조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고 이 정도 금액이면 우리 재정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한국형 경항모’는 결국 작고 저렴하게 만들면 효과가 떨어지고, 충분하게 투자해서 크게 만들면 유지비 감당을 확신할 수 없는 계륵과 같은 무기체계가 될 수도 있다.

    ◇ 사례 3

    한국일보의 1월 25일자 기사이다. 글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핵잠수함 개발 선언’으로 우리가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할 명분이 커졌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필자가 주목한 기자가 쓴 한 단락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포클랜드 전쟁은 핵잠수함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영국은 핵잠수함과 디젤잠수함을 동시에 포클랜드로 출격시켰습니다. 핵잠수함은 2주 만에 현장에 도착, 아르헨티나의 순양함을 격침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디젤 잠수함은 전투가 끝난 5주 후에야 도착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디젤 잠수함을 조기 퇴역시키고 핵잠수함 건조에 올인합니다.”

    우리나라 일각에서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자고 하는 이유는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추적, 감시하기 위함인데 기자가 논거로 든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보여준 영국 핵추진잠수함(SSN)의 위력은 잠수함이 아니라 수상함을 상대로 한 전과이므로 비유가 맞지 않는다. 기자는 기사 말미에 “핵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을 빠르게 추적 감시하는 측면에서는 ‘핵무기를 못 쏘게 하는 잠수함’이기도 합니다.”라는 문장을 넣음으로써 기사 안에서도 논리의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으로 영국의 디젤잠수함이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영국 근해를 작전영역으로 하는 디젤잠수함을 무리하게 원양작전에 투입한 영국군 지휘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디젤 잠수함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핵추진잠수함과 디젤잠수함은 애초에 운용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가 적합하지 않다.

    영국의 주요 군사기지(출처 위키피디아 영문)

    마지막으로 영국해군의 디젤잠수함 조기퇴역 문제이다. 영국은 우리와는 달리 근해에는 적이 없고 대신에 전세계 곳곳에 해외군사기지가 많은 상황이다. 이런 먼 거리에 위치한 군사기지에 전력을 투사하려면 속도가 빠른 핵추진잠수함이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다. 결국 디젤잠수함의 도태는 영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지 이를 디젤잠수함이 가진 한계로 보기에는 적절치 못하다.

    기자가 쓴 위 단락은 아마도 ‘잠수함의 세계’(문근식, 플래닛미디어)라는 책의 일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기자는 아르헨티나의 ‘산 루이스’ 디젤잠수함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 루이스’는 디젤잠수함 특유의 ‘착저기동(엔진을 끈 상태로 해저에 내려 앉아있는 상태)’로 영국해군의 추적을 피해가며 3차례의 어뢰공격을 가하는 등 1982년 5월 17일 기지로 복귀할때까지 영국해군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기자는 핵잠수함의 우수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위의 단락을 썼겠지만 디젤잠수함도 이렇게 포클랜드전쟁에서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우호적인 기사들의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과 우수한 성능을 강조하며 독자의 기대를 부풀게 하다가 한미원자력협정을 거론하며 행정부에 미국을 설득하라는 조언으로 마무리한다. 핵추진잠수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기사 역시 그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최근 이슈화되고 쟁점이 많은 보도항목들 위주로 비평해 보았다. 일부 국방 기자들의 보도는 대체로 국방부의 입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세는 국방부의 시각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기자 개인의 신념을 기사화하는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서울신문 기자의 경우 ‘밀리터리 인사이드’라는 칼럼을 통해 주기적으로 낯 뜨거울 정도의 ‘경항모’ 예찬을 늘어놓은 경우가 있었다. 이런 기자와 그가 쓴 기사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신뢰성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라 단순 홍보매체에 불과할 것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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