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보 이슈'로 이명박 견제
    2006년 11월 03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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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지지율 격차에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던 박 전 대표가 2일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는 ‘북핵 위기 해결’과 ‘박근혜 역할론’이었다. 본인의 ‘카드’인 외교, 안보 이슈를 내민 동시에 ‘북핵 해결’이 ‘경제’에 우선한다는 논리로 이명박 전 시장을 견제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서초포럼’ 주최 조찬특강에서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북특사’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부인도 하지 않아 수용 의사를 시사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도 이와 관련 “외교적인 수단, 특수한 방안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특사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이날 특강에서 “68년 1월 21일 밤, 북한 무장간첩 31명이 청와대 앞까지 침투했지만 지금은 북 핵위협이 국민 모두의 집 앞까지 왔다”, “핵실험을 하면 어떤 비참한 결과가 오는지 (북한이) 알게 하는 단호한 레드라인 설정이 중요하다” 등 강경 발언을 멈추지는 않았다. 측근인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에 대한 차단과 레드라인 설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대북특사 시사 발언과 함께 “식량과 에너지를 통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또한 2002년 방북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진 회담을 회고하며 “당시 저는 제대로만 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내년 12월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건 역사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조국과 민족에게 닥친 이 시련을 극복하는데 앞장 서겠다”며 자못 ‘비장하게’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이날 박 전 대표가 밝힌 ‘북핵 위기 해결’은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의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른바 ‘안보 이슈’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국토 개발’, ‘경제’ 화두를 일찌감치 내놓았고, 전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국가 체질 개선론’을 제시한 데 이어 이날 박 전 대표까지 각자 내년 대선을 향한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박 대표의 발언의 핵심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박근혜 역할론’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북핵 위기 해결이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이슈’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고 그만큼 구체적이지도 않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오늘과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할 것이고 평화구상이 될지 뭐가 될지 앞으로 나올 것”이라며 “하지만 이 사태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만큼 아직 (이슈로 부각하는 것은) 조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특히 유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지지율은 연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유정복 의원 역시 “조급하게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원래 행보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행보가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나 손 전 지사의 ‘국가체질 개선’ 발표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오늘 발언은 안보가 해결돼야 경제도, 과학도, 교육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박 전 대표의 ‘북핵 이슈’가 이 전 시장의 ‘국토 개발’이나 손 전 지사의 ‘국가 체질 개선’보다 앞서 있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실제 이날 특강에서 “아무리 좋은 설계도면이 있더라도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며 “북핵을 없애야만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말해 그와 지지율 격차를 벌여가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과학기술도시’ 등 경제 이슈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슈 선정은 물론 조직세에서도 이 전 시장 측을 견제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특강에는 시작 전부터 유정복, 유승민, 이혜훈, 허태열 의원 등 친박 계열 의원 26명이 행사장에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줄서기’에서 감지되는 기류 변화를 의식한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난 만큼 이후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갈 예정이다. 주말 전북 익산에서 원불교 특강에 이어 다음주 충남 단국대 특강, 인터넷 기자간담회 등 일정이 계속 잡혀 있다. 공식 일정 중간 중간에는 선거 전문가들과 회의가 주로 배정돼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반격’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나 행보와 관련 정치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와 조언은 엇갈린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박 전 대표가 다른 한나라당 대선 주자보다 남북 문제 접근에 진일보했다고 본다”면서 “원론적으로 박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외교안보) 카드를 활용한 것으로 당내 전쟁불사론하고는 선을 그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 소장은 “이후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진전이 따라와 줘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특사’의 경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후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에서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홍 소장은 “사람들의 반응은 2가지”라며 “왜 차 떠나고 난 뒤 손을 흔들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니겠냐는 반응과 그렇더라도 어떤 방법을 찾아서 극단적 대치국면의 위기 상황을 해소해야 하지 않냐는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지지율 회복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박 전 대표는 당내 지지에서 우위”라며 “이 전 시장의 대세를 쫓아갔던 사람들은 박 전 대표 쪽에서 얼마든지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지지율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는 추세를 막고 10%p 이내로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라며 박 전 대표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 역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성과에 기초한 만큼 박 전 대표측에서 컨텐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소장은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컨텐츠를 갖고 움직이거나 조직을 정비하거나 외부 세력과 연대하는 등 당내 상황 변화가 지지율 변화와 가장 직결된다”며 “여론조사는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움직이지만 당내 여론 방향에 따라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 가능성을 보다 높게 전망했다. 그는 “지지율은 앞으로도 요동을 칠 것이고 내년 경선에서 현재의 지지율은 크게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최근 지지율에는 박 전 대표의 활동 자제, 범 여권 후보의 부재에 따른 일시적인 이탈 표가 포함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지지율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지지 않는 한 승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고건 전 총리가 반등하고 올라갈 가능성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는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 박 전 대표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김윤재 국제변호사 역시 “지금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행보, 이슈 대응, 후보 진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중요한 것은 트렌드”라면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가, 아니면 원래 벌어진 정도로 크게 벌어지지 않고 이어지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현재의 지지율이 공고한가 하는 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 지지율이 지속돼 내년까지 넘어가면 고착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은 경선까지도 몇 개월이 남았고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관련 “차분한 행보가 맞다”며 “주도하려고 조급해지면 오히려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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