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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사』를 새롭게 다시 써야
    [기고] 이젠 분단의 한계 상황에 갇힌 틀을 벗어나야
        2021년 01월 28일 1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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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1973)는 대학가 국문학도들에게 오랫동안 교과서처럼 여겨졌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유신 시대로 접어든 시기에 이렇다 할 사상사나 문학사 하나 없던 불모지에 『한국문학사』(1973)는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에 출간된 늘샘 김상천의 『네거리의 예술가들』(사실과 가치, 2020)은 기존 문학사 서술과 인물 연구를 전복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책의 부제가 「문학사 100년의 덴시티한 인물 에세이」이다. 임화, 김수영, 한용운을 재평가하고 역시 친일문인 서정주, 김동인에 드리운 신화를 명징하게 분석한다. 한 마디로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1973)가 분단이라는 한계 상황에 갇혀 작가들을 온전히 바라보질 못했다는 문예비평서이다.

    <네거리의 예술가들> : 한국문학사 서술의 문제점을 인물 중심으로 새롭게 비평한 책 표지.(출처 : 사실과 가치) 2020년 12월 31일 발간된 이 책에서 글쓴이 늘샘 김상천은 기존 <한국문학사>가 반공주의 시각에 갇혀 ‘국뽕’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음을 준열히 비판했다.

    『한국문학사』(1973)가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 작가의 표현을 빌면 ‘좁직한’ – 문학사 서술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카프(KAPF) 문학에 대해 반공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심하게 다룬 것을 비판한다. 카프(KAPF)에 소속된 이기영의 장편소설 『고향』이 국내외를 통틀어 일제강점기 최고의 문학작품이었음에도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음을 비판한다. 당대 문인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작품이었음에도 농촌 계몽소설 이광수의 『흙』이나 심훈의 『상록수』보다 못한 것으로 치부되었다고 비평한다.

    나아가 카프(KAPF)의 수장 임화와 『조선소설사』를 쓴 김태준을 의식적으로 배제한 것을 개탄한다. 시인이자 비평가 임화는 한국근대문학의 특징을 ‘이식문학’으로 비평한 인물이다. 근대 ‘이식문학’을 통해 전통을 새롭게 창조하려는 ‘이식문학사’를 주장했던 당대 뛰어난 문학평론가이다. 북쪽에서 남로당계 인물들이 숙청당할 때 미제스파이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 아까운 문인이다.

    대한민국 걸출한 국문학자조차도 임화를 평가할 때 “한국근대문학에 역사성과 과학성을 부여한 인물”로 기술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네거리의 예술가들』을 통해 임화의 문학사적 위상을 높게 평가한 늘샘의 연구물 – 「임화의 조선학 운동과 현실주의 언어관」 – 은 매우 의미 있는 역작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다 보면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이 민족주의 계열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일제강점기 말기로 치달을수록 항일독립운동의 치열함으로 보자면 깊이와 폭, 모든 면에서 사회주의 계열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은 이미 드러난 역사적 사실이지 않은가!

    임화와 함께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을 펼쳤던 김태준은 중국문학 등 비교문학에 기초해 『조선소설사』를 쓴 항일독립운동가이다. 김태준의 『조선소설사』와 『춘향전』은 한국문학사에 기념비적 업적을 남겼음에도 일절 언급이 없다. 아마도 해방 공간 남로당에 소속돼 지리산 빨치산 문화선전대 활동 중 체포돼 처형된 때문이리라. 늘샘은 이를 이데올로기 탓으로 규정해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1973)를 ‘국뽕 수준의 문학사’라고 개탄한다.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1973)가 의도적으로 카프(KAPF)문학을 배제하고 폄하함으로써 한국문학사를 풍부하게 해줄 문학사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을 스스로 외면했음을 비판한다. 반대로 김동인, 서정주 등 친일반민족 문인들의 문학적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기보다 긍정 일변도로 미화하였음을 비판한다.

    글쓴이 늘샘은 김동인을 일본 유학 시절 서구 자연주의 문예사조를 ‘사소설’ 형식으로 풍미하게 한 메이지(明治)학원 스승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의 제자임을 밝힌다. 요컨대 김동인의 문학을 제국주의 강대국에 순응하듯이 강자 앞에 자신의 운명으로 순응하게 하는 ‘야비한 자연주의’로 규정한다. 최초의 순문예동인지 『창조』(1919) 창간호에 발표한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1919. 2) 역시 스승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의 작품 「신생 新生」(1919. 1.)을 모방한 작품으로 비평한다. 당시 일본 문단은 불륜과 임신 등 ‘사소설’이 지배하던 시대였음을 강조하면서…

    <친일문인기념상> 비판 세미나 포스터 :(출처 : 하성환)

    2020년 10월 31일 홍대 근처 청년문화공간 JU에서 개최된 ‘김동인 문학’ 비판 세미나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한 행사로 조선일보가 매년 <김동인 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고 거액의 상금을 제공하는데 이것이 왜 문제인지 김동인 문학 작품 세계를 소장학자들 중심으로 연구 발표한 세미나였다.

    늘샘의 문학사 인물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당이 어떻게 ‘시인부락의 족장’이 되어 순수문학을 주창했는지 그 시대배경을 분석한다. 나아가 미당이 ‘시의 정부’로 기능하면서 독재 권력을 찬양하며 일그러진 면모를 드러냈는지 미당 신화를 벗겨낸다. 게다가 미당 신화를 만들고 확산시키면서 미당을 권력화한 문단 내 괴물엘리트들의 존재를 매섭게 비판한다.

    반면에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어떻게 식민지 민족 현실을 탁월한 서정성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는지를 시인이 카프(KAPF)의 창립 멤버였음을 밝혀줌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다. 한용운의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아니더면」, 「님의 침묵」(1926) 등 산문시가 ‘개인’이 결코 ‘민족’과 분리될 수 없는 불이(不二)의 대승 정신의 창조물임을 칸트-피히테-헤겔 철학을 바탕으로 명징하게 분석해 낸다.

    그런가 하면 50-60년대 김수영의 문학은 극도의 빈곤과 가치 혼돈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성찰적으로 모색한 작품들이다. 나아가 어두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양심을 지키는 것인지 자신의 삶을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이다. 늘샘은 이를 두고 시인이자 지식인 김수영을 ‘모럴리스트’라고 단언한다. 한 마디로 김수영의 문학을 당대 지식인의 도덕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빛나는 승리로 해석한다.

    지식인이라면 사르트르의 표현대로 이데올로기와 진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김수영의 삶과 문학은 사르트르의 ‘진실’과 지식인의 ‘양심’이란 도덕적 기반에 서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김수영이 전두환의 전기를 쓴 이병주의 뺨을 때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소시민적 내면을 성찰적으로 고백한 작품이다. 이 역시 김수영의 삶과 문학이 일치된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50년대의 ‘거미’와 60년대 ‘풀’, ‘거대한 뿌리’는 김수영 문학이 민족의 사회 현실에 깊이 천착한 참여문학, 민중문학으로서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김수영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고했을 때 신동엽은 “어두운 시대 위대한 증인을 잃었다”며 슬퍼했다. 나아가 “서양의 일개 대통령의 죽음보다 5천만 배나 더 가슴 아픈 민족의 손실”이라고 애달파했다.

    그런 면에서 늘샘의 『네거리의 예술가들』은 75년 넘게 외면당한 다른 한쪽을 발굴하고 재평가함으로써 분명 한국문학사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채워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한국문학사 서술에서 전복적 사고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선구적인 역작으로 문단에 회자될 것이다. 문학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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