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수입 소고기 다 사버려?
        2006년 11월 02일 08: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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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1차 소고기 수입분을 구매, 폐기한다고 하면 난 정부에 낸 세금만큼 얄량한 내 주머니에서 갹출할 생각이 있다.”

    지난 10월31일 <레디앙>에 실린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의 글 “광우병 공포, 양지머리를 조심하라…”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제안이다.

    어쩌면 장난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민주노동당과 관련 단체들이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 1차 수입분을 전량 구매해 폐기하자는 이 제안에 진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이 대중들한테 해준 게 뭐 있나, 이번 기회에…"

    먼저 <레디앙> 독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징검다리’라는 아이디의 독자는 미국산 소고기가 킬로그램당 4만원으로 가정해 “1차분은 대략 3~4억 내외일듯”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하정호’ 독자는 “좋다. 어차피 들어온 거면 민주노동당이 구매해서 불태워버리자. 당이 대중들을 위해 해 준 게 몇 개나 되냐? 이거라도 하자. 더 망하기 전에. 한 번이 안 된다면 더 하자. 특별당비를 모아서라도”라는 댓글을 올렸다.

       
      ▲ 분뇨위에서 뒹굴고 있는 미국 농장의 소떼 (사진위)와 기계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살코기에 뼛조각이 섞일 수 밖에 없는 분류 현장 (사진아래) (사진=KBS)
     

    ‘행인’이라는 아이디의 독자도 “특별당비 오케이~! 민주노동당 8만 당원이 1만원씩만 내면 까이꺼(그까짓 것) 껌이군요. 정 안되면 특별당비 오케입니다. 이건 진짜 해볼만한 이벤트네요”라고 동의를 표시했다.

    ‘새벽길’이라는 아이디의 독자도 “’간첩단 사건’으로 민주노동당이 뜬 김에 바람몰이 합시다. 1차분을 전량 구입하여 폐기한다면 저도 특별당비 낼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크아’, ‘민기호’ 독자도 동의를 나타냈다.

    정경섭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은 “당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농을 비롯해 학교급식조례운동을 함께 펼친 단체들과 함께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다른 지역위원장들한테도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소속 한재각 연구원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당내에서 이와 관련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뿐 아니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과도 협의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해 전량 폐기할 수도 있고, 뼈조각이 들어있는지를 별도로 확인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 원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도 의원단 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보겠다는 태세다. 심상정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돈을 들인 것 이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해볼만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도 "미국산 쇠고기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심상정 의원, 범국본 등 "좋은 생각…적극 검토"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범국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전량구매 방안이 논의됐다. 당초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기본 대응기조로 세웠던 범국본은 2일 오후 광화문 농성장에서 한미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 수의사연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책회의를 열어 이 제안을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범국본은 전량 다 구매하기는 어렵더라도 국민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모금운동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다음주 초에 정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돈’이다. 1차 수입분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등심과 뼈를 제거한 갈빗살 등 9톤에 달한다.

    현재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에서 팔리는 한우지육(도축후 부위를 나누지 않은 고기)의 10월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당 1만4천5백원. 지난 2004년 수입중단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한우의 30~50% 선이었다. 따라서 한우 가격의 절반으로 잡으면 수입 쇠고기의 가격은 1킬로그램에 7천원선으로 9톤이면 대략 6천3백만원이 드는 셈이다. 넉넉잡고 1억원 안팎이면 구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폐기처분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고, 만약 구매분에 대해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검사를 벌인다면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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