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사건,
    무죄 판결에 학자들 문제 제기
    "과학에 대한 이해 없거나, 연구결과 선별 선택"
        2021년 01월 19일 09: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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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환경보건학자들이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애경‧이마트 임직원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은 동물실험, 전문가 진술 등을 통해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폐질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학자들은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연구자들의 증언을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와 연구자 등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특히 1심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박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판결에서의 연구책임자의 증언이 원래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인용되거나,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박사의 연구 결과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언급하며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을 유발 또는 기유발되어 있는 천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동물실험과 기도 내 점적 시험의 한계점을 언급했을 뿐 “(그 한계점으로 인해) 폐손상 및 천식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낼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100% 완전하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도 경험적으로 인과성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누적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며 “만약 질문을 마우스실험을 가지고 사람에게서 천식이 일어난 것을 100% 증명할 수 있는가라 하지 않고, 실험결과로 CMIT/MIT가 마우스에서 천식 유사증상을 일으켰는가 라고 한다면 ‘분명히 그러하다’라고 증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CMIT/MIT와 피해질환과의 인과성 규명을 위해 임상, 역학, 노출, 독성 등의 여러 과학분야가 동원됐고 이 여러 가지 결과들을 종합해 인과성을 설명해왔지, 어느 하나의 실험결과로 인과성을 얻어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하나씩 분해해 특정 실험결과 하나로 한정해 분명한 인과성을 주장할 수 있느냐 라고 심문하고 이를 단정적으로 증언하지 못한다고 해 판단에 배제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도 이날 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세상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A가 B로 말미암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와 신앙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이를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이 입증될 것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 받아들일지에 대한 판단은 판사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서 CMIT/MIT가 피해 질환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존재하는 한 동물실험을 근거로 무죄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회는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 국제암연구소의 1급 발암물질 인정여부는 충분한 증거가 인체에서 나오면 지정된다”며 “실험동물의 증거나 기전적 증거는 필요로 하지 않다.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의 대상이 유해물질을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과학의 한계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의 일부 단정적이지 않은 표현과 과학의 한계만을 증거로 채택해 무죄의 근거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학회는 “문제의 제품사용과 폐질환 발생의 인과성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아 무죄 결과가 나왔다”며 “재판의 대상은 피고의 잘못이었어야 했는데 CMIT/MIT의 질환 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형사사건의 판결에 엄격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함을 인정하지만, 그 대상은 물질과 건강피해의 입증이 아니라 피고의 범행 의도와 행적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형사 재판의 판결 대상은 기업의 위법 행위가 아니고 과학과 연구가 갖게 되는 본질적 한계점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CMIT/MIT를 마음껏 흡입하게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조사에 참여하고 1심 재판에 출석해 소견을 밝힌 박동욱 한국방송통신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도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집단 건강피해의 원인을 찾아 헤맸던 건강피해 판정 프로토콜, 연구에서 맥락은 사라지고 몇 줄 한계점만이 선택되어 증거 부족으로 둔갑했고, 전문가들의 며칠 증언 중 ‘확신하지 못한다’는 몇 마디가 무죄의 근거로 사용됐다”며 “판결문 전체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CMIT/MIT 제품의 건강피해를 증명하는 것은 CCTV, 국과수 지원 없이 범죄 증거를 찾아야 하는 상황보다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판부는 더 많은 자료와 연구가 쌓여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국내외 화학물질과 건강피해를 다투는 쟁송 역사에서 기업과 재판부가 늘 요구하는 주장이다. 기업과 법원의 일부는 증거 부족과 불확실성을 근거로 더 많이 연구해서 엄격한 인과관계 요건을 채우라고 요구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사라졌고 적극적 피해자가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요구하는 엄격한 인과관계를 달성하는 방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 CMIT/MIT 건강피해를 두고 법원은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형사판결하고, 전문가는 피해를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법원의 가치판단과 과학 판단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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