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노동당 8차대회와 핵잠수함 논란
    [국방칼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국방 기본역량
        2021년 01월 18일 10: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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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앞선 1월 6일에 진행된 ‘사업총화(평가) 보고 2일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 이후 추진해야 할 국방분야의 세부방향과 여러 계획들을 공개하였다.

    북한이 국가방위력 강화를 위해 제시한 중대 과업들로는 ‘전술핵무기 고도화’, ‘초대형 핵탄두의 지속적 생산’, ‘다탄두유도기술’, ‘극초음속 활공비행’ 그리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대륙간탄도탄 개발’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금번 ‘조선노동당 당대회’를 통해 ‘핵잠수함’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으며 이미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는 사실까지 자세히 공표함으로써 우리 언론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북한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인 ‘화성 15형’의 시험 발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과 별개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하 SLBM)’의 개발에 매진해왔다. ‘SLBM’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콜드런치’ 방식의 수중미사일발사체계의 개발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미 배수량 2,000톤급의 고래급(신포급) 디젤잠수함에 탑재하여 여러 차례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한바 있다. 우리의 ‘SLBM’ 개발은 ‘수중시험발사’의 전단계인 ‘수중사출시험’을 올해 안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도표 1) 북한이 공개한 ‘SLBM’ 개발 주요 연혁 – ‘ㅅ’은 ‘수중전략탄도탄’의 약자로 보인다.

    ‘SLBM’을 수중에서 안정적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수직발사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2020년 8월과 10월 국회 회의록에 나타난 국방부장관의 답변을 검토해보면 현재 북한은 3,000톤급으로 추정되는 ‘로미오급 잠수함’의 개량과 4,000~5,000톤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 건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북극성-3형’ 수준의 ‘SLBM’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의 발사관에서 고압가스의 힘으로 ‘SLBM’을 발사한 후에 남아있는 가스로 인한 반동을 잠수함 본체가 충분하게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의 대형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잠수함의 배수량이 디젤잠수함의 경우는 ‘3,000톤급’, 핵잠수함의 경우는 ‘4,000톤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북한에 대응하여 ‘SLBM’ 탑재를 목적으로 한 배수량 3,000톤급의 잠수함 3척을 속속 건조하고 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SLBM’이 갖고 있는 전략무기로서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핵잠수함’과의 결합을 통해 극대화된다. ‘핵잠수함’은 잠항능력의 한계와 속도에 제한이 있는 ‘디젤잠수함’의 단점을 극복한 무기체계로 특히 넓은 바다에서의 운용에 적합하다. ‘SLBM’을 뜻하는 북한의 제식명인 ‘북극성’과 미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SLBM’인 ‘폴라리스’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핵잠수함 개발’ 선언은 북한의 잠수함이 기존의 동해를 벗어나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수중을 통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임을 당대회 보고형식을 빌어 미국에 공개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만약 북한이 의도한 바와 같이 장차 현실화가 된다면 미국은 지상과 수중 모두에서 북한핵무기의 위협 아래에 놓이게 된다.

    [잠수함의 추진동력원으로 핵연료를 사용한다면 ‘핵추진잠수함(SSN)’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스라엘의 디젤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한다는 점에서 ‘핵무장잠수함’이다.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사용하는 잠수함이라면 ‘핵잠수함(SSBN)’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함경남도 신포시 마양도 잠수함기지(Strategic Sentinel) – 바다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으로 정찰위성을 통한 상시감시에 어려움이 있다

    북한의 ‘SLBM’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첫째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는 북한의 ‘SLBM’은 액체연료엔진을 사용하는 ‘ICBM’보다 발사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어 발사 전 탐지가 어렵다. 둘째 각종 미사일이 장착된 지상의 ‘이동식발사대(이하 TEL)’를 추적하는 것도 어렵지만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의 이동을 탐지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 우리 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공격형 방위시스템(킬체인) 등의 ‘핵WMD대응체계’는 북한의 지상발사무기체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써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의 공격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 한국해군이 ‘SLBM’에 대한 요격능력이 없음을 인정한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답변으로도 증명된다.

    이렇듯 방어가 쉽지 않은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도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박근혜 행정부’ 임기 후반인 2016년 8월부터 제기되기 시작했고 ‘문재인 행정부’는 도입을 위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기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북한의 북극성-3형 시험발사 장면 (CSIS)

    첫째 효용성의 문제이다. 2025년부터 건조에 들어갈 예정인 3,450톤급 디젤잠수함은 3척의 사업비만 해도 3조4천억원에 이르는 매우 고가의 무기체계이다. 그런데 ‘핵추진잠수함’은 1척의 건조비만 해도 2조원에 육박하고 운용유지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엔드 럭셔리’한 무기체계이다. 그래서인지 2019년 10월 미군사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마이클 펙’은 한국이 현재 건조 중인 3,000톤급 디젤잠수함보다 크고 비싸고 상대적으로 소음도 심한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려는 것은 ‘시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디젤잠수함이 경쟁력이 매우 떨어지는 무기체계라고 볼 수도 없다. 1982년의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르헨티나는 우리의 ‘장보고급’ 잠수함에 해당하는 209급 ‘산 루이스’ 디젤잠수함 단 1척만을 가지고서도 영국의 항공모함전단을 위협한 바 있으며 영국해군은 이 전쟁에 ‘핵추진잠수함(SSN)’ 5척과 디젤잠수함 1척을 파견해 놓고서도 아르헨티나해군이 유일하게 가동한 이 잠수함만은 탐지하는 데 실패했다.

    미해군참모대학의 ‘테렌스 로우릭’ 교수도 2017년 11월 호주의 ‘로위국제정책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핵추진잠수함’ 1척은 한국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손원일급(214급) 잠수함 5~6척에 해당하는 가격이라면서 한국정부가 투자 대비 가치가 떨어지는 ‘핵추진잠수함’보다는 다른 방위체계에 우선투자할 것을 조언한바 있다. ‘로우릭’ 교수는 ‘문재인 행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보, 감시, 정찰역량의 강화가 필요한데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한다면 전작권 전환 관련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어떤 유형의 잠수함이 비용 대비 효용가치가 있는 무기체계인지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투입비용을 산정할 때에는 잠수함이 ‘디젤전기추진’과 ‘핵추진’으로 이원화됨으로 인해 늘어날 관리비용과 ‘핵추진잠수함’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군기지(진해, 제주) 주변 주민들의 반발과 같은 사회적 갈등 해결비용, 한국조선산업이 갖고 있는 디젤잠수함의 향후 수출경쟁력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3,000톤급 제2번함 안무함(대한민국 해군) – 차차기 사업인 3,600~ 4,000톤급 잠수함 건조를 ‘핵추진’ 방식으로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적합성의 문제이다. ‘핵추진잠수함’은 태평양, 대서양과 같은 넓은 바다를 기동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체계이므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작전수행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주변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관할하는 한국해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디젤잠수함’의 추가 보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상당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디젤잠수함’을 도태시키고 ‘핵잠수함’에 집중한 이유는 ‘디젤잠수함’ 활용이 적합한 주변해역에는 우리와는 다르게 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북한의 잠수함기지가 있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 ‘핵추진잠수함’을 장기간 수중배치하면 ‘SLBM’ 탑재 잠수함에 대한 감시나 추적 혹은 격침이 용이할 것처럼 낙관적인 예상을 한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의 엔진인 ‘원자로’와 ‘냉각재 펌프’, ‘터빈’ 등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는 큰 바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반도 주변 수역과 같은 좁은 바다에서는 ‘핵추진잠수함’이 오히려 ‘디젤잠수함’의 기습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디젤잠수함’은 일종의 전기차와 같은 개념으로 디젤엔진으로 생산된 전기를 납축전지(향후 리튬이온전지)에 저장해 놓고 이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숙성이 보장된다. .‘디젤잠수함’이 가진 장점인 은밀한 정숙성을 잘만 활용한다면 바닷속 특정 길목에 대기하면서 수행하는 매복작전이 가능하다. ‘포클랜드전쟁’의 아르헨티나 잠수함이 영국에 그런 위협을 주었고 ‘천안함사건’ 직후인 2010년 4월에 보도된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등의 기사를 종합해 봤을때 NLL 이북의 북한측 수중구역의 길목에는 이미 북한 잠수정들이 상시적으로 매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현실성의 문제이다. ‘핵추진잠수함’은 핵보유국이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도 예외)인 초강대국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고도의 전략무기체계로서 이들 이외에는 보유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한미원자력협정’,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통해 이들 국가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국제비확산체제’를 지지해 왔다. 그동안의 전례를 봐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 내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정익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핵관련기술은 미국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것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적 적용 금지’ 조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적인 핵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2029년을 목표로 ‘핵추진잠수함’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만이 이런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확률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2019년 2월 프랑스회사와 40조원 규모의 차기 공격형 디젤잠수함 12척 건조계약(2030년대 초반부터 인수 예정)을 한 호주와 2020년 10월 ‘리튬이온전지’에 최적화된 설계기반의 디젤잠수함인 ‘타이게이(大鯨)급’ 1번함을 진수한 일본을 자극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새롭게 ‘잠수함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핵추진잠수함’ 문제는 2015년에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2035년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작 우리 해군이 현재 가장 원하는 무기체계도 ‘경항모’이지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다. ‘한국해군의 이데올로기인 ‘대양해군’은 ‘기동함대 건설’을 말한다. 기동함대의 핵심은 ‘경항모’를 주축으로 한 ‘항공모함전단(CSG, Carrier strike group)’이다. ‘핵추진잠수함’은 ‘항공모함전단’의 일원으로서 일차적으로 적잠수함으로부터 ‘항공모함전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해군이 목표로 하는 ‘핵추진잠수함’의 도입시기는 ‘경항모’ 건조보다 빠를 수가 없다.

    호주 공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Defence Connect) – 한국 해군에는 ‘경항모’와 ‘핵추진잠수함’보다 ‘해상초계기’가 더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 무기도입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사업은 핵심인 전투기의 기종이 확정도 되지 않은 단계에서 설레발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핵추진잠수함’사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인 핵연료수급문제가 해결이 난망한 상황에서 세부논의들을 진행해봤자 이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쓸모 없는 무기는 없다’지만 초고가의 무기체계를 이렇게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도입하려는 것은 올바른 국방강화의 길이 아니다.

    지금의 ‘핵추진잠수함’논란은 ‘핵’을 국력의 척도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핵무장’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우호적이며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하게도 북한의 ‘핵보유’이다. 이 틈을 노려 현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핵무장’의 동력을 ‘핵추진잠수함’과 ‘미국과의 전술핵 공유’에서 찾으려는 ‘핵무장론자’들과 ‘잠수함 탑재용 소형원자로’의 개발을 통해 관련 산업의 부흥을 바라는 업계종사자들, 그리고 ‘핵안보’에 대한 대중의 민감한 감성을 민족주의정서로 자극하는 한국언론의 안보상업주의가 파고들고 있다.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행정부’가 왜 하필 ‘핵추진잠수함’의 도입을 추진했는지는 크나큰 의문이다. 이것은 ‘노무현 행정부’가 과거 ‘362사업’으로 명명한 ‘핵추진잠수함’ 건조사업을 ‘문재인 행정부’가 계승한 것으로 이해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노무현 행정부’는 ‘동북아 균형자’의 관점에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목적으로 ‘362사업’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조가 진행중인 3,000톤급 잠수함 3척은 수직발사관을 각각 6기나 갖춘 흔치 않은 디젤잠수함으로 ‘현무-2B’에 기반한 ‘SLBM’을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고, 후속 잠수함 3척은 각각 수직발사관 10기를 갖출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정도의 전력만으로도 주변국에 대한 억지력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문재인 행정부’는 ‘경항모’나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주위의 의심만 살 뿐인 번지르르한 무기체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주변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선에서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국방부문의 기본역량 강화(예를 들자면 심각한 수준의 잠수함 승조원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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