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글부글' 여당,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2006년 11월 01일 04: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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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11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사진 = 연합뉴스)
     

    올 들어 여당의 정계개편 논의는 세번의 변곡점을 거쳐왔다.

    이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2월 전당대회였다. 주로 당의 방향과 관련된 담론적 차원의 이슈로서 제기됐다. 5.31 지방선거 참패는 정계개편을 당면한 현실의 문제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10.25 재보선 참패는 정계개편을 구체적인 정치 일정으로 올려놓았다. 2일 예정되어 있는 여당의 의원총회는 이 제3국면의 본격적인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정계개편의 방법과 시기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전이 예상된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정계개편의 방법이다. 이 문제를 두고 크게 두 개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 편에는 이른바 ‘헤쳐모여식 통합신당론’이 있다.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과 새로운 당을 만들어 몸을 섞자는 주장이다.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법무장관 등 여당 주류가 이런 입장이다. 김근태 의장의 측근인 우원식 의원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을 묶는 구도로 가야한다"고 했다. 노웅래 의원은 "의원들 대부분이 통합신당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맞은편엔 ‘리모델링론’이 있다. 현재의 여당을 개보수해서 정계개편을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참정연’ 등 친노직계의 입장이 이렇다. 이들은 ‘통합신당론’을 지역주의 정치로 회귀하는 퇴행적 시도라고 비판한다. ‘참정연’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주 의원은 "정대철 고문같은 한물 간 인물들이 정계개편을 통해 지분 챙기려는 것으로 보지 않겠느냐"며 "그런 정계개편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양측의 입장차는 ‘열린우리당 3년’에 대한 상이한 평가를 바탕에 깔고 있다. 통합신당론자는 열린우리당 창당은 실패한 실험으로 결론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민주세력’의 분열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분열’이 실패의 원인이라면 ‘통합’에서 성공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리모델링론자들은 열린우리당 창당에서 실패의 원죄를 찾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백원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150석 이상 확보하면서 창당의 정당성은 확보된 것"이라며 "그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은 운영상의 잘못일 뿐"이라고 했다.

    정계개편을 위해 별도의 당내 기구를 둘 것이냐 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통합신당론자들은 별도의 당내 기구를 설치해 통합 논의를 주도하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당내 통합수임기구의 구성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우원식 의원은 "통합을 효과적으로 밀고 가려면 정파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특위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김혁규 의원은 "통합논의를 현재의 당 지도부가 주도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박원순 변호사나 정운찬 전 총장같은 중립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론자들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형주 의원은 "현 비대위는 정상적 전당대회까지의 위기관리체제"라며 "2월 전당대외에서 정통성있는 지도부를 구성한 후 이들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원우 의원은 "지금의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되 정계개편 관련 논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개편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노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다. 통합의 파트너인 민주당이 노대통령 배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고, 노대통령도 최근 여러 통로를 통해 민주당과의 합당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도 하고 노대통령과도 함께 갈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정계개편 문제는 앞으로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의 몫"이라며 "노대통령은 주요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노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거나 함께 가야 한다거나 하는 문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새로운 틀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민병두 의원은 "노대통령 배제론은 노대통령을 정치적 액터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김근태 의장의 한 측근은 ‘통합과 노대통령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과거에는 민주대연합을 주장해왔고, 지금은 민주개력세력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정계개편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좀 다른 대치선이 펼쳐진다.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친노직계 등은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일단 정기국회를 끝내놓고 결론을 내자는 것"이라고 했다. 백원우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여당의 기본 임무"라며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이 지금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여당 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근태 의장측은 "재보선 참패로 더 이상 논의를 미뤄두기 힘들게 됐다"며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총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하는 데서 의미를 찾자는 분위기다. 앞으로 있을 긴 토론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의총에서의 공방이 지나치게 달아오르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형주 의원은 "언론에서 마치 큰 대립이 있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커다란 격돌의 장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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