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 희망 일구려고
    힘쓴 교회, 영주 내매교회
    [그림 한국교회] 경북 북부지역 최초의 기독신앙공동체로 출발
        2021년 01월 12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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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염려로 불안감이 만연해있고, 노동자들의 산재사고, 아동학대 사건 등으로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는데….. 평화운동가 박노해 시인은 “거짓희망”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전략) 더는 희망을 말하지 마라 / 이 땅에 희망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희망을 찾지도 마라 / (중략) 희망은/ 헛된 희망을 버리는 것 / 희망은 / 거짓 희망에 맞서는 것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눈물어린 저항이 희망의 시작이다.(하략)”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2010), 477,478쪽)

    희망 추구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진정한 희망에 대한 갈망일 것입니다. 일제 압제에서 민족의 참된 희망을 일구기 위해 힘쓴 경북 영주의 내매교회 출신들이 있습니다. 작년 11월 9일, 경북 영주문화원 주최의 “제11회 영주역사인물 학술대회”에서 연구발표한 강병주 목사와 강신명 목사가 대표적입니다. 그날 기조발표에서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 은퇴교수)는 우리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두 분에 대하여 의미있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19세기말 조선의 상황과 유사하면서도 대비된다. 그때처럼 지금도 우리는 문명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고, 그때는 서구 문명이 새로운 대안이었는데,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그때와 달리 전혀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요청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문명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우리는 강병주. 강신명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강병주는 당시의 조선에게 아주 낯선 문명인 서구 문명을 적극 받아들이면서 그 문명을 소개하는 기독내명학교를 운영하고 새 시대를 열어갔다. 또 그는 새로운 문명을 담는 그릇인 한글을 발전시키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 그는 고향 영주사람이자 성내교회 목사로서 피폐한 농촌의 경제를 일으키는데 10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의 아들 강신명은 새로운 문화(음악 작곡, 체육)를 창출하고 모급하는 데 기여했다. 이 부자(父子)는, 마치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듯, 20세기 초중반 교육.경제.문화 발전에 지대한 역학을 했다. 무에서 유를 창의적으로 창출해 내었다”(학술대회 자료집 32쪽)

    강신명 목사님은 제가 처음 출석하여 신앙생활을 하였던 새문안교회의 담임목사이셨고, 저희 부부의 결혼주례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목사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예장통합의 총회장을 지내셨는데, 동생 강신정 목사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총회장을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신정 목사는 1953년 제38회 예장총회에서 김재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당시 직영신학교였던 조선신학교를 제치고 새로운 신학교 설립을 가결하는 것을 보고, 교단에서 탈퇴하기로 결심하여 형제가 갈라서는 아픔을 겪습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이혜정 교수(영남신학대학교)는 강신명 목사에 대한 기독교계의 다양한 평가를 소개하고 있는바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목회자, 기독교교육가, 한국교회 연합사업의 선구자”(김동익 목사), “교회연합정신, 교회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실천적 목회활동과 한국교회음악에 대한 공헌”(윤경로 장로), “복음주의적 신앙, 에큐메니칼 신학, 통합교단 기초를 쌓은 인물”(정병준 교수)(앞 자료집 113-114쪽) 강 목사님이 대단한 평가를 얻은 뿌리는 아버지 강병주 목사입니다. 이 교수는 부친 강병주 목사에 대하여 내매교회의 윤재현 목사에 의해 종합적으로 평가되었다고 소개하며 “독립운동가, 농촌계몽, 한글 목사, 교육가, 주일학교 부흥강사”라고 말하며(앞 자료집 115쪽), 강병주 목사의 폭넓은 목회활동,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강신명 목사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내매교회는 영주 지역 최초의 기독교인 강재원 장로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그는 대구 약령시장을 방문했을 때, 배위량(William M. Baird) 선교사에게 전도를 받아 세례를 받았습니다. 대구지역 최초의 교회인 대구제일교회를 다니다가, 1906년(고종 43년) 고향 내매마을로 돌아오자마자 유병두의 사랑방을 빌려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자기 집에 십자가를 달고 예배처소를 만들어 주일예배를 드린 것이 경북 북부 최초의 기독신앙공동체인 내매교회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의 헌신으로 진주 강씨 집성촌인 마을 전체(20가구)가 기독교 신자가 되었고, 그는 영주와 봉화 지역에 19개 교회가 설립되는 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1909년 미국 북장로회 소속 오월번(Arthur. G. Welbon) 선교사가 지역 최초로 남자 성경공부반을 내매교회에서 열었고, 1910년 강병주 목사가 기독내명학교를 부설로 운영하면서 신앙과 학문 교육이 함께 이뤄졌습니다.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최초의 기독 사립학교로서 개화기의 신문화 도입과 문맹퇴치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 일제의 궁성요배를 거부하다 박해를 받는 등 항일운동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내매교회와 기독내명학교는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는데, 강병주 목사와 강신명 목사, 계명대학교를 설립한 강인구 목사,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강진구 전 삼성반도체 회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독내명학교는 아쉽게도 1955년 평은초교에 흡수되어 폐교되었습니다. 다행히 2009년 영주댐 건설로 수몰되는 위기에서 지금의 자리에 옛 학교건물(한옥)이 복원되어, 신축한 내매교회 옆에 의연하게 서 있습니다.

    그림=이근복

    지난 11월 말, 내매교회를 방문하려다가 영주시에서 갑자기 코로나가 확산되어 가지 못하고, 윤재현 목사님에게서 사진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8월 중순, 명성교회 세습반대 걷기대회가 경북 안동에서 열렸을 때 윤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윤 목사님은 역사의식이 분명하고 열정이 큰 분이어서 내매교회가 민족의 희망이 되고자 했던 가치를 잘 전파할 것입니다.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과연 우리시대에 희망이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희망의 근본뿌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달 전 강치원 박사는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의 마지막 12차 ‘기독교고전읽기 모임’에서 위르겐 몰트만의 저서 “희망의 신학”에 대하여 강연하였습니다.

    저는 발제문의 나오는 ‘Zunfuft’란 단어에서 새로운 전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독일어에는 미래를 뜻하는 말로 ‘Zukunft’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Zukunft는 ‘~로’나 ‘~에게로’라는 뜻을 가진 접두어 ‘zu’와 ‘오다’, ‘가다’라는 뜻을 가진 ‘kommen’이 합성된 단어인데, ‘가다’라는 말에 방점을 찍을 때는 현재의 이쪽에서 미래의 저쪽으로 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면에 ‘오다’라는 방점을 찍을 경우에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태복음 24장에는 ‘재림’을 의미하는 헬라어 ‘파루시아’가 네 번이나 나오는데, 루터는 이를 모두 ‘Zukunft’로 번역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라틴어성경도 모두 ‘adventus’로 번역하였습니다. 교회가 중요하게 지키는 절기인 대림절은 ‘Advent’인데, 루터의 신학에 따르면 대림절은 ‘미래’라는 뜻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치원 박사는 루터의 ‘Zukunft’를 주목하여, 대림절은 인간에게만 미래가 아니라 하나님께도 미래가 되는 그 종말이 ‘하나님의 오심’과 함께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미래의 어떤 시점에 나타나는 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그 미래는 하나님의 섭리로 역사를 뚫고 들어와 지금 이곳에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인 까닭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궁극적인 희망인 것입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있어서 불교와 유교가 왕성했던 영주에서 내매교회가 민족의 미래를 열고자 힘쓰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귀한 역사를 주목하여,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반성적 성찰을 통하여 스스로 변혁하여,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섬김으로, 절망의 끝자락에 있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가길 소망합니다.

    필자소개
    이근복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역임.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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