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교 18.5% 이유 있지만, 최병천 의견 동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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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31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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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천 ‘동지’가 얼마 전 <레디앙>에 기고한 글 ‘배진교 후보 18.5% 득표 이유가 있었네’는 자의적 왜곡 투성이다. 그는 배진교 후보의 선전이 "당이 아니라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비정치적 정치 이슈 컨셉으로 접근"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인천의 많은 당원들이 그랬듯이 배진교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한 나로서는, 이런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의원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이번 보궐선거를 두고 “(나의) 선거 전략과 유사”하다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삼으려 한다. “민노당 일부 좌파의 우둔함 비판”이라는 부제도 지방선거 당시 최병천 후보 선본에 제기됐던 좌파들의 비판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남동을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그의 평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인물론”과 “비정치적 쟁점 컨셉”이 성공의 비결인가?

    그는 배진교 후보 선본이 “‘인천대공원을 되찾은 남동일꾼’이라는 일종의 ‘인물론’”으로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정책”이 아닌 “비정치적 쟁점”을 내세운데 성공의 비결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배진교 후보는 ‘인천대공원 입장료 무료화’라는 지역 정치 쟁점 뿐 아니라, 전염병 예방법을 상징으로 하는 무상의료 정책을 핵심으로 제기했다. 또 최병천 ‘동지’처럼 “로고송에는 당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물만 강조하지도 않았다.(<레디앙> 6월 9일자 ‘당 정체성 잃으며 득표율만 높으면 무슨 소용?’ 참고)

    내가 지켜봤을 때, 배진교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이라는 말을 언제나 앞세웠다. 더구나 무릇 선거 결과는 ‘선거운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열우당의 선거 참패를 두고 ‘선거 전략이 나빠서’라고 판단하지 않듯 말이다.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는 당시 유권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보궐선거 전부터 우리 당은 한미FTA 반대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었고, 이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남동을 유권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인천시당은 벌써 몇 달째 한미FTA 반대시위와 캠페인 등에 매우 열성적으로 임했고, 남동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배진교 후보를 포함한 남동구위원회 당원들은 8월 초에 인천대공원에서 벌였던 하루 캠페인에서만 5백30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았다. 7월 이후부터 선거 직전까지 지속적인 서명전과 1인 시위 등이 이어졌다.

    또, 사회적 관심의 초점인 북한 핵실험 문제가 남동을 유권자들에게만 관심 밖의 일일 리가 없었다. 최병천 동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을 “혐오스러운 정치”라고 폄하했지만, 지금 국민의 49.9%가 북한 핵실험의 책임이 미국과 일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전쟁 불사론”에 반대하는 여론은 84.5%나 되고,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4.7% 하락했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발 빠르고 선명하게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일관되게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을 남동을 유권자들이 모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선거유세 지원에 나선 노회찬 의원은 “북 핵실험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열우당과 전쟁을 선동하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반전평화 정당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다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배진교 후보 선본 자체에서는 한미FTA 반대와 대북제재 반대 주장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이는 매우 아쉬운 점이다.

    배진교 후보가 “한미FTA 협상중단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운동에 임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의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면 전체 국민의 과반이 넘는 한미FTA 반대 여론에 더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어느 정당도 대북제재에 이견을 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배진교 후보가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에 반대해야 한다”고 선명한 주장을 펼쳤다면 훨씬 더 돋보였을 것이다.

    이런 선거운동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 활동이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데모하는 정당”이 문제인가?

    최병천 동지는 배진교 후보가 “데모하는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는 “합리적인 전략”을 택했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배진교 후보는 오히려 인천대공원 입장료 폐지를 위해 벌였던 투쟁들을 강조했다. 17일간의 농성과 5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던 일을 내세우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싸워서 얻은 소중한 성과”라고 거듭 얘기했다.
    내가 속한 지역위에서 파견돼 한 동의 책임을 맡았던 동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민주노동당이 데모하는 정당이라고 편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데, 왜 데모를 할 수밖에 없었나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려면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권력자들이 어느 것 하나 서민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인천대공원도 싸워서 입장료 폐지시켰다. 한미FTA 문제 많은데, 이거 어떻게 막을 거냐?”고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나는 우리가 모두 이 동지처럼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운동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지배자들이 퍼뜨리는 시위에 대한 부정적 이데올로기에 지레 겁먹고 도망쳐서는 안 된다.

    계급투표 전략은 버려야 하나?

    최병천 동지는 또 배진교 후보 선본이 “객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남성 직장인”이 아니라 “20대, 30대 여성”들을 “핵심 타켓층”으로 상정했던 것을 칭찬하면서, “30대, 40대 남성층”만을 겨냥한 “계급투표 노선”이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0대, 40대 남성들만이 노동계급은 아니다. 지금 많은 여성들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 전업 주부나 “어르신”들도 노동계급의 가족이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객관적인 조건상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계급투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의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사회양극화와 신자유주의, 전쟁에 분노하는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이익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병천 동지가 선거에서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정책”도 계급투표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하반기 한미FTA 반대운동과 반전운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도 예고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우익들은 이런 투쟁을 겨냥해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좌파들을 공격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배자들이 진정으로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운동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 우리 민주노동당은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밀려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선거 득표와 지지율을 앞세워 보다 온건한 정치와 전략을 추구하다 보면, ‘노동자 서민의 정치 실현’이라는 우리의 꿈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도 위기를 맞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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