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이 사건 경찰 사과,
    ‘소나기 피하기‘식 미봉책
    배상훈 "경찰, 복지부의 직무유기"
        2021년 01월 07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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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묵인한 서울 양천경찰서 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또 1~3차 아동학대 신고에도 분리 조치 등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엔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또 다른 ‘정인이’를 만들지 않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경찰청장의 사과를 보고 분노를 많이 했다.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내용”이라며 “죽지 않은 정인이가 지금도 많이 있는데 그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천경찰서장에 대한) 대기발령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데 가기 전에 있는 것이고, 어떤 조치도 아니다”라며 “경찰청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 무슨 조직을 만든다, 조직의 성격이 뭐다 아무것도 없다. 소나기 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이 발표한 재발방지대책은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 경찰서장 즉시 보고 및 지휘관 직접 관장 ▲아동학대 대응시스템 개선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부서 신설 및 국가수사본부와 시ㆍ도 자치경찰 간 협력체계 구축 ▲학대혐의자의 정신병력·알코올 중독과 피해아동의 과거 진료기록 확인 ▲국가수사본부 중심 TF 구성 등이다.

    김 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이날자로 현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정인이 사건’이 아동학대에 대한 경찰의 전문성 부족, 미흡한 매뉴얼 등 경찰 전반의 시스템 문제부터 개별 경찰관의 무책임과 정부 부처의 직무유기 등 총체적 부실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선 배 교수는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사건에 대해 최선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학대예방경찰관(APO)에 대해 “아동학대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라서 전문성 있는 것도 아니고 연락관 정도 역할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의 상처를 보고 (학대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동보호전문기관한테 넘기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또 경찰에 넘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 관련 매뉴얼에 대해선 “문제는 매뉴얼이 있어도 안 지키면 그만이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안 지켜도 상관없는 매뉴얼을 만들면 뭐하나. 그런데 (경찰청장 사과엔) 그에 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동학대로 1~3차 신고가 있었음에도 학대 혐의자와 피해아동을 분리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담당 경찰이 업무가 복잡해지는 상황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배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 현장에서 (학대 혐의자의) 폭력적인 대응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강제 분리했을 때 경찰관의 면책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입장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매뉴얼, 권한, 시스템 전환 자체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개인한테) 일이 많아지고 서류 처리 많고 나중에 민원 들어오고 그럴까 해서 아이를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마무리 짓는 게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다만)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 사건은 경찰관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듭 경찰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전문성 없는 경찰이 투여됐을 때 판단 못하면 애를 죽이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벌써 4, 5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이 문제를 경찰 수뇌부도, 복지부도 알고 있지만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소극적 행정이 ‘승진’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 담당 경찰은) 기피 보직이고 6개월, 1년 단위로 나가버립니다. 일은 많고 배워야 될 건 많은데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키울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순덩어리에 희생된 것이 정인이 같은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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