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원·하청 공모”
    노조, LG자회사와 용역업체 2곳 부당노동행위 고소
        2021년 01월 06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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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로 집단 해고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6일 LG자회사 ‘S&I코퍼레이션’(이하 LG측)과 용역업체 2곳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는 제반 정황과 전체적인 과정을 볼 때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원·하청 공모의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된다”며 노조법상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S&I코퍼레이션과 함께 고소한 용역업체는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주)지수아이앤씨와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백상기업이다.

    지난해 12월 31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원청인 LG를 상대로 22일째 건물 로비에서 집단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LG측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권 행사에 대해 불법 대체인력 투입과 직장폐쇄, 사업장 출입 저지로 대응하며 어떠한 해결노력이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노조는 지수아이앤씨와 지난해 11월부터 노사교섭을 시작해 수십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조활동, 임금, 정년 등 입장 차이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같은 달 26일 교섭 이후 원청인 LG측은 노조가 없는 시설직에 대한 계약은 그대로 유지한 반면, 노조가 있는 미화직에 한해 지수아이앤씨와의 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특히 이 업체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사직을 대가로 위로금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측과 새로 계약을 맺은 백상기업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통상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기존 인원을 고용하는 게 관례지만 백상기업은 완전 경쟁 공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백상기업은 2017년 1월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서울신문사, 수출입은행, 2017년 4월 1일 한국거래소 등 다른 계약 건에 있어선 이전 업체의 청소노동자를 전원 고용승계를 해왔다.

    납득하기 힘든 해고 사유…결국은 노조 때문?

    LG측은 백상기업에 기존 인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노력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백상기업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 경영자율권에 따라 고용승계를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리한 정년연장 요구, 만족도 하락 등도 LG측이 언급한 계약해지 사유다.

    그러나 3가지 이유 모두 납득하기 힘든 ‘해고’ 사유다. 우선 백상기업의 경영자율권 존중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강요할 수 없다는 LG측의 주장은 한국의 원·하청 관계를 고려했을 때 원청의 고용승계 요구를 용역업체가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과거 홍익대를 비롯해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용역업체 변경을 이용해 집단해고를 추진한 사례들과 동일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원청인 LG측의 요구에 따라 백상기업이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인데, 원·하청이 공모해 노조를 파괴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해고’ 사유인 정년연장은 노사교섭의 여러 쟁점 중 하나였다. 다만 회사는 입사 면접, 근무자 개선사항 답변 게시 등을 통해 ‘정년을 65세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19년 3월 퇴사한 남성 2명은 67세까지 근무한 사례도 있다. 올해 65세인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장 또한 5년 전 입사 면접 당시 ‘몸만 건강하면 65세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회사의 답변을 받은 바 있다.

    박 분회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도 “노조가 있는 다른 회사들은 70세까지 연장해 일한다. 노조가 교섭에서 이를 요구했더니 사측은 60세가 정년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우리가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정년은 없다’, ‘건강하면 언제든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정년 60세라는 핑계로 우리를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측은 매해 말 고객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도가 하락해 계약을 종료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만족도 조사는 LG자회사로 임직원 불편을 접수하는 회사도 LG 계열사들이다. 용역업체를 변경하기 위해 얼마든지 만족도 조사의 결과는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노조는 “만족도 하락과 품질 저하 문제가 사실이라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이지 개별 청소노동자가 아니다. 전문성과 관리 역량을 갖춘 업체로 변경하되 청소노동자는 고용승계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해고된 청소노동자 박순옥 조합원도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책잡힐까봐 전보다 훨씬 더 깨끗하게 청소했다. LG의 다른 건물에서는 여전히 계약을 유지하면서 엘지트윈타워에서만 해지하는 이유가 뭐냐”며 “결국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회사가 직접 노동조합 못하게 하면 불법이니 아예 사람을 내쫓겠다는 심보”라고 말했다.

    박 조합원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에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고용승계 하라는 지침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고용승계를 법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다”며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일하던 사람은 계속 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업체 변경 때마다 원하청 공모로 노조 와해 시도 이어져

    업체 변경을 핑계로 조합원을 해고하는 원·하청 공모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에 가입한 지 한 달만에 용역업체 변경을 핑계로 집단해고를 당한 적이 있고, 지난해 7~8월에도 한동대에서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던 생활관과 본관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당해 농성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들도 모두 이번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와 같은 과정을 해고됐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는 신속하게 수사하는 반면 부당노동행위는 소극적 수동적 수사로 일관한다. 이렇다보니 부당노동행위 기소율은 10% 대에 불과하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제대로 조사받고 처벌받지 않음에 따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청인 LG계열사 S&I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 백상기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노동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건에서조차 재벌의 눈치만 보며 형식적인 조사로 대충 덮으려 한다면 노동부가 이명박·박근혜 시절 노조파괴에 조력하던 모습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라며 “사용자의 노조파괴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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