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정체성의 본질은?
    [책]『인종주의의 덫을 넘어서』(캐서린 김. 강미경(옮긴이)/뿌리의집)
        2021년 01월 02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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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관점과 삶의 경험이 각기 다른 혼혈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친숙하게 와닿는 우리의 이야기들은 정체성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다루지만 개인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 다르다. 아울러 우리는 복잡한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시, 단편 소설, 회고담, 구술 역사, 산문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통해 우리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본질을 이루는 것은 피도 인종도 아니라 현대 한반도의 경험에 뿌리를 둔 공통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우리 어머니들 대다수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성별과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 구조 속에서의 여성의 지위, 나아가 국적, 즉 국가로부터의 법적 인정이 부계를 통해 대물림됐던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한국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혼혈 한국인을 동양인으로 본다는 소리를 들으면 대부분 깜짝 놀라며 이렇게 반문한다. 한국인의 눈에는 그렇게나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서구인 눈에는 어떻게 동양인으로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사실이다. 많은 경우 혼혈 한국인은 동양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듯이 서구에서도 국외자 취급을 받는다.

    20세기를 돌아보면 한국은 권위주의의 지배, 군사 독재, 급격한 경제 발전 같은 역학을 경험하면서도 한 가지만은 줄기차게 변하지 않았다. 바로 순혈 민족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런 만큼 혼혈 한국인들은 조직적 경로를 통해 해외로 입양됐고, 그렇지 않고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더러 대중 음악가나 운동선수로 성공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경우였을 뿐, 한국 사회에 통합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세기 말 이후로 한반도는 제국주의와 분단, 전쟁과 군국주의, 권위주의의 지배, 급속한 경제 발전과 세계화 등 전 세계 그 어떤 국가보다 격동적인 변화를 거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집단 역사에서 이러한 순간들은 한국인의 정신을 형성해왔다. 그러한 순간들은 우리를 하나로 결집하도록 한다. 따라서 혼혈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종종 잊히긴 해도 본질적으로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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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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