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요양 후 해고, 하청노동자 자살
        2006년 10월 31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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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의장생산부 냉천공장 사내하청업체인 한성ENG에 근무하던 손창현(37)씨가 지난 10월 29일 밤 10시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인 부인과 두 딸이 27일 부산에 있는 친정에 갔다가 29일 밤 집에 돌아왔을 때 손창현씨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이들을 맞이했다. 손창현씨의 목과 손목에는 자해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체, “산재수속 밟으면 퇴사로 알겠다”

    1998년 한성ENG의 전신인 보현기업에 입사해 9년 간 소지공으로 일해온 손창현씨는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지난 7월 11일 업체 지정병원인 <21세기좋은병원>을 찾았고, ‘요추부염좌’,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진단을 받았다.

       
     
    ▲ 현대중공업 하청회사에 다니다 자살한 고 손창현씨가 안치되어 있는 21세기좋은병원 영안실
     

    손창현씨는 업체와 얘기하여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1달간 공상처리하여 치료를 받았고, 이 시기에는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허리통증은 가실 줄 몰랐고, 그는 8월 13일 업체에 출근하여 8월 말까지 요양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는 “치료비는 지원하겠으나 임금은 못 준다”고 하였고, 손창현씨는 8월 말까지 무급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통장에 10만원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등 당장의 치료비와 생계 때문에 고심하던 손창현씨는 8월 23일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산재신청을 냈고, 10월 13일이 돼서야 ‘요추부염좌’만 승인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손창현씨가 산재수속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성ENG업체 총무가 “산재수속을 밟으면 퇴사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협박한 것이 알려졌다. 실제로 업체는 고인이 산재신청을 하자 퇴사 처리하였고, 산재종결 후에도 복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창현씨는 9월 1일부터 업체로 출근해 복직을 호소했으나 업체측은 “이런 몸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 복직하려면 깨끗하게 나았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서와 각서를 받아 올 것”을 요구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산재치료를 마친 손창현씨는 복직을 위해 회사측의 요구대로 10월 26일 “작업과 일상생활에 지정없음”이라는 내용의 담당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다음 날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업체는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고인의 복직을 거부했다.

    손창현씨는 업체로부터 복직 거부를 받은 27일 부인과 초등학교 1년, 돌도 채 안된 두 딸을 부산으로 가는 역까지 바래다 준 것을 마지막으로 29일 저녁 끝내 주검으로 유족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한 노동자의 죽음과 맞바꾼 ‘무재해 130만 시간 달성’ 표창

    한편 한성ENG는 손창현씨가 산재치료 중인 지난 10월 1일 현대중공업 원청으로부터 ‘무재해 130만 시간 달성’ 표창을 받기까지 했다. 또한 한성ENG의 사장은 현대중공업 원청 부서장(의장생산부)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업체는 ‘무재해 130만 시간 달성’을 위해 고인의 산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고 협박하였으며, 산재신청을 하자 퇴사처리한 것이다.

    또한 업체는 ‘휴업급여 신청’을 미끼로 ‘퇴직동의서’ 서명을 받는가하면, ‘출입증갱신’을 이유로 출입증을 강제로 빼앗아 고인이 경비로부터 출입이 봉쇄되었던 과정, ‘의사 각서’을 강요하며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협박에 이르기까지 한성ENG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과정을 유족들은 세세히 알고 있다고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속보를 통해 전하고 있다.

    산재승인은 10월 13일, 종결일은 10월 4일?

       
     
     

    한편,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인은 8월 23일 공단에 산재신청을 했고, 10월 13일 산재승인을 판결받았다. 그러나 산재 종결일은 10월 4일로 되어 있다. 또한 고인이 10월 16일에 산재요양연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과정에 대한 확인이 진행 중이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산재종결일이 산재승인 판결보다 먼저 끝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공단 포항지사와 병원을 대상으로 확인을 하고 있지만 의혹은 감출 수 없다”고 전해왔다.

    지회, 유족과 함께 대책 논의 중

    지회는 속보를 통해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21세기좋은병원> 영안실에 지난 30일 늦은 밤, 업체 총무가 찾아와 사과는커녕 유족들에게 거짓말로 일관하며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같이 온 업체 관리자들은 ‘총무가 한 말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총무를 감금하고 있다며 경찰까지 부르는 몰상식한 짓까지 자행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31일 오전 11시에는 유족들의 요청에 의해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 유족은 현재 “진상규명,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전진하는 노동자회’와 ‘청년노동자회’, ‘노동재해추방모임’ 등 현대중공업의 정규직활동가들과 금속노조울산지부, 민주노총울산본부, 산재추방운동연합, 북구비정규직지원센터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30일 오후 7시부터 병원 영안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유족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성웅지회장은 각 단체별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31일에도 긴급회의를 개최해 이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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