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피소 유출
    여연, 상임대표 직무배제
    “책임 통감, 피해자에게 진심 사과”
        2020년 12월 31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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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소 사실이 한 여성단체 관계자에 의해 유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여성단체연합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 관계자가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상임대표라고 알리며 이에 따라 김 상임대표를 직무 배제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관한 고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한 결과 김영순 여성단체 상임대표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 사건은 청와대와 검찰, 경찰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대한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자 통화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외부로 피소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여성단체 관계자가 피소 사실을 알린 행위에 대해서도 개인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 일이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와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성추행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37분경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에게 박 전 시장을 ‘미투’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지원을 요청했다. 이미경 소장이 여연 측과 사건의 공동지원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 미투 사건을 들은 김 상임대표는 7월 8일 오전 10시 31분 경 이 단체 상임대표를 역임했던 남인순 민주당 의원에게 이를 전달했다.

    남 의원은 같은 날 오전 10시 33분경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데 무슨 일 있나”라고 물었다. 임 특보는 이날 오후 3시 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해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4일 남 의원은 자신에 의해 피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저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피소 사실을 몰랐다. 피소 상황을 알려줬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 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선 후,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 전 시장은 10일 오전 12시 경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동행동 측은 김 상임대표를 통해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 지원단체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의 성격과 규모, 위험성을 판단했을 때 다른 지방자치단체장 위력성폭력 사건을 함께 대응한 바 있는 OO 단체와 공동 지원할 필요성을 타진했다”며 “그러나 서울시 특보 연락을 받은 후 OO 단체 소속 D 대표가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변호사 A가 단체 대표 C에게 지원 요청한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즉시 OO 단체를 배제한 후 어떠한 관련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에 대한 공동 지원을 준비하고 결정하는 시기였던 7월 8일 10시 39분경과 7월 8일 오후 10시 43분경, 7월 9일 오전 7시 9분경에 임 특보에게 ‘무슨 일이냐’, ‘상담을 하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법적인 조치(고소 등)를 취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안되겠냐’ 등의 질문과 메시지를 받았으나 “알려줄 수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응대했다고 한다.

    공동행동은 “OO 단체를 배제한 가운데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7월 9일 아침 7시 30분 피해자를 처음 면담하고 자료를 접했다”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공동행동은 결성 시기부터 D 대표 소속 OO 단체를 배제했으며 OO 단체에 해당 일에 대한 소명, 평가,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연 “책임 통감,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여연 측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박 전 시장 피소사실을 유출한 김 상임대표를 직무 배제했다고 밝혔다.

    여연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에 의해 ‘사건 파악 관련 약속 일정’이 외부로 전해졌다. 이는 반성폭력운동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여성연합은 피해자와의 충분한 신뢰 관계 속에서 함께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활동을 펼쳐야 하는 단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성연합은 정의로운 싸움에 함께 할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까웠고 송구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분투하신 피해자와 공동행동단체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여연은 김 상임대표가 피소 사실을 유출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피해자와 지원단체에 대한 2차 가해, 사건 본질의 왜곡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내용이 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파장, 사건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바로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그러나 여성연합은 이 일을 확인하고 상임대표를 직무 배제했으며, 그동안 반성폭력운동의 원칙과 책무에 대해 다시 고민했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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