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 유가족들, 2차 단식농성 결합
    “사람 살리기 위해 중재재해법 제정”
    민주당, 단계별 시행, 처벌요건 완화 등 후퇴안 논의
        2020년 12월 28일 0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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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와 고 이한빛PD의 아버지에 이어, 또 다른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단식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후퇴 없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재계와 야당 논의를 이유로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별 법 적용, 처벌 수위 완화 등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단일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 연내 입법 촉구
    산재 피해자 김재순·김동준·김태규 유족 단식 돌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산재 및 재난참사 유가족, 시민사회는 2차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며 중대재해법 연내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당은 그동안 단독 처리한 법안이 있음에도 국민의힘 핑계를 대고, 국민의힘은 말로만 법제정을 약속하며 여당을 핑계로 소위에 불참했다”며 “거대 양당이 짜기나 한 듯 서로를 핑계 대며 사실상 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유가족들의 2차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산재 유가족은 3명과 정당·시민사회 등 3인은 내일인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들고 이날부터 단식에 결합한다.

    광주광역시 하남 산단에 있는 (주)조선우드가 운영하는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수지 파쇄기 사전가동 및 점검업무를 하던 중 사망한 26살의 청년 노동자 고 김재순 씨,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김동준 군, 건설 현장에서 폐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진 25살 청년 노동자 김태규 씨 등의 유가족들이 이날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한다. 노동당 현린·변혁당 김태연 대표, 이진숙 충청남도 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유가족들과 함께 이날 단식을 결의했다.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저는 다시 한번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억울하게 산업 현장에서 희생당한 노동자의 부모로서 호소한다”며 “사업주들이 (일하다 죽은 노동자에게) 사죄하고 처벌 받을 수 있는 법을 제정해달라”고 말했다.

    김재순 씨는 2인 1조로 해야 하는 수지 파쇄기 사전가동 및 점검 업무를 혼자 하다가 사망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회사는 해당 업무에 대한 작업계획서 미작성, 관리·감독자의 유해위험요인 제거 의무 미준수, 수지 파쇄기 투입구 안전장치 미설치 상태였다. 당시 대책위는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수두룩했다”고 지적했는데, 김선양 씨는 조선우드 사업주가 유족 측에 “(고인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죽었다”며 사고의 원인을 김 씨에게 떠넘겼다고 전했다.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도 “해야 할 일 안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식 잃은 한빛 아버지와 용균 어머니가 18일째 밥을 굶고 있다”며 “174석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아직도 의석이 부족한가. 그렇게 많은 법이 통과됐는데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찰 저지로 기자회견장에 가지 못하는 김미숙, 이용관 씨

    국회 본청 앞에서 18일째 단식농성 중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10인 미만 집합 금지 방역수칙 때문에 기자회견에 결합하진 못했지만 먼발치에서 유가족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이날 단식에 들어가는 산재 유가족 중엔 오랜 단식으로 검게 변한 얼굴을 한 김미숙 이사장과 이용관 이사장을 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병력은 코로나19 방역을 근거로 두 사람이 기자회견 장소 인근 접근을 차단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법은 절대 안 된다”
    후퇴 없는 법 제정 요구하는 유가족…후퇴한 단일한 만든 민주당

    입법 시한만큼이나 ‘후퇴 없는’ 법 제정은 중요한 문제다. 2년 전 ‘김용균법’으로 불리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던 취지의 산안법 개정안이 재계와 보수정당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면서 누더기로 처리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라고 나선 것도 산안법 개정안이 제 구실을 못한 탓이다. 유가족들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한 수위 높은 처벌과 처벌 하한형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선양 씨는 “국민동의청원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조항 하나도 빼지 말고 원안 그대로 제정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김도현 씨는 “건설업에선 간단한 안전장치가 없어서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태규가 일했던 현장도 그랬다. 추락방지 시설도 없었고, 문도 닫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지게차도 신호수 없이 운행했다. 그런데도 건설연합회는 ‘안전사고가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저렇게 뻔뻔하다”며 “저렇게 뻔뻔한 기업들을 누가 만들었나”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매년 2400명 희생되는 악순환을 이제 끝내야 한다. 누더기 법으로 만들 생각도 하지말라. 누더기 법은 산안법으로 충분하다”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법, 죽는 사람 막지 못하는 법,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은 규모·단계별 시행, 처벌 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법 단일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 유예, 인과관계 추정 조항 완화, 경영책임자 처벌 삭제, 공무원 처벌 조항 완화 등이다. 국민의힘은 강도 높은 처벌 수위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반대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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