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장이 지금 언론플레이 할 때인가
        2006년 10월 30일 07: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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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일심회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나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 한 차례 없었지만 이미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돼 버렸다.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취재원을 살펴보면 ‘국정원 관계자’ 혹은 ‘검찰 관계자’뿐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사건 초기부터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정원과 <조선일보>가 서로 장단을 맞춰가며 사건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장민호씨 등 5명을 연행한 것과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조항 위반의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는 것뿐이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이지만 국정원측이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려가며 사건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국정원이 조직의 위상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터뜨리고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김승규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를 단속해야 할 정보기관의 수장인 김승규 국정원장은 더더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이 “명백한 간첩단 사건”이고 “이번 간첩 수사에 나를 비롯해 국정원 수사국 전 직원이 밤잠을 안 자 가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명백한 간첩단 사건인지 아닌지는 국정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명백한 증거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이다. 국정원 등에서 슬금슬금 흘리는 것을 냉큼냉큼 받아먹는 정보부처-언론 사이의 밀거래를 그만 두고, 증거를 내놓으면 된다. 남한 정보부처의 오랜 전력을 볼 때 명백한 증거라는 것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직 국정원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도 이례적이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원측은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며 "교회를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거듭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선 채로 몇 마디 물어보는데 답변을 한 것이 그렇게 보도됐고, 엄정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30여분 동안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은 뭔가 작정을 하고 인터뷰를 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김 원장은 후임 국정원장과 관련해 “코드를 맞출 인사도 안 되고 국정원 내부 발탁도 국정원 개혁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또 비록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지만 특정인을 적임자로 거론하기도 했다. 아무리 사의를 표명한 상태라고 해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신문지면을 뒤덮고 있다. 국정원장은 “국민들의 안보관이 해이해졌다”고 질책했지만 국정원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는 상황이 더 불안하다. 직원들의 언론플레이를 단속해도 모자랄 판에 국정원장이 스스로 언론플레이에 나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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