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 가는 길'과 '안보 교육'
    By tathata
        2006년 10월 30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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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강원도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를 다녀왔다. 1984년 개관된 통일전망대는 연인원 1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라고 한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남한의 최북단에 위치한 전망대로 북한 핵실험 사태에도 꾸준히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녘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고향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픈 실향민, 통일-안보 교육장으로 찾아오는 청소년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통일전망대 외경

    관광명소라는 통일전망대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작동하는 망원경을 통해 남북 군사 분계선 및 남방한계선을 바라보고, 북녘의 땅 자투리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는 것이 전부이다.

    새만금에서 평화의 댐, 그리고 강원도 2차 수해현장 조사를 다녀오면서 쌓인 1주일간의 고단함을 통일전망대에서 풀 수 있으리라는 큰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다만, 무리한 일정에 통일전망대를 찾아간 것은 그곳에 가면 최소한 평화를 이야기하고, 남북의 공존에 대한 단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그 소박한 기대는 안보교육에서부터 산산조각 난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7분짜리 안보교육은 여전히 예비군 교육시간에 지겹게 들어야 했던 내용이었을 뿐, 평화가 무엇인지,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북녘은 여전히 우리에게 회복하여야 할 미수복지였을 뿐이다.

    대립의 시대를 넘어 공존의 시대로?

    통일전망대에서 최근의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쟁불사까지 외쳐대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권의 파당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최단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군사분계선과 남북방한계선의 철책선, 그리고 그것을 가로질러 북녘으로 길게 나 있는 ‘금강산 가는 길’은 남한과 북한의 50여년이 넘는 대치상황을 극복하고 1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 어렵게 형성된 평화공존의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동서로 길게 형성된 저 철책선을 뚫고 남북이 공존하기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였던가? 그나마 지난 10년의 평화를 위한 공존 노력이 만든 결실이 바로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50년간 남한과 북한은 서로 상대방을 적으로 상정하면서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시켜왔다. 그리고 지난 시기에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거짓된 내용 전달과 상대방에게 분노를 유발케 하는 거짓 기제들은 여전히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과거 시기 남한의 정권과 북한의 정권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었으며, 동일한 시대적 상황에서 형성되었고, 한편으로는 의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하면서 존재하지 않았던가.

    평화(?)로 유지되는 안보

    남한에서는 평화라는 이름을 팔아 안보 장사를 하였던 대표적인 사기극이 바로 평화의 댐이다. 86년 전두환 정권은 북한의 금강산 댐에 대한 대응 댐인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내놓았고, 전국은 ‘반북-반공’의 열기에 휩싸였다. 금강산댐(임남댐)이 폭파되면 여의도에 있는 63빌딩 절반이상의 높이로 서울이 물에 잠긴다는 허위로, 전국에서 이를 규탄하는 반공시위가 연일 벌어졌었다.

    당시 전체 사업비 1,666억원중 국민성금으로 639억원을 모았었다. 하지만 이후 이는 전두환 정권의 정권유지 차원의 조작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계속 진행되었으며, 심지어 2002년 이후에는 또다시 금강산댐 제방 안전성을 이유로 댐의 높이를 80m에서 125m로 높이는 2단계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2005년 10월 완공되었다. 2단계 공사에서는 2,329억 원이 들었으며, 1단계 비용을 합쳐 총 3,995억 원이 투입되었다.

    이렇듯이 평화의 댐은 ‘평화’라는 이름을 팔아 안보를 이야기하고 권력을 유지하였던 시대의 산물이다. 또한 안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 대한 수탈을 정당화한 시대의 산물이다.

    물론 모두가 알듯이 평화와 폭력은 동일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평화적 폭력’과 같이 비정상적인 궤변과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등장하였던 ‘친환경적 간척’이라는 말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 비핵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진보진영 모두에게 시련을 주고 있다. 북의 2차 핵실험 유보로 인해 잠시 관망의 시기가 찾아오기는 하였지만, 본격적인 시련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북핵실험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논란 등 남한 사회 내부의 갈등은 계속 될 전망이며, 한반도를 둘러 싼 긴장 역시 고조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의 원인을 둘러 싼 여러 논쟁에서 미국의 강경 일변도의 대북봉쇄정책이 북한 핵실험을 만들어 낸 분명한 원인이라 지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정당화 할 수도 없다.

    다만, 북-미간의 갈등을 기본축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과, 현재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계속 추진여부에 대한 남한 내 사회적 논란에 아무런 대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사회적 논쟁을 주도적으로 견인해 내지 못한 시민사회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심지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일부 시민사회의 경우 보수단체와 아무런 차별성 없는 입장이 제출되는 상황은 시민운동의 위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 강행 과정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사회를 과거와 같이 대립과 반목의 시대로 회귀시킬 수도 없다.

    통일전망대에서 보았던 동서로 가로뉘어 남북을 가로 막았던 군사분계선과 남북방한계선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그 사이 남북으로 새로이 난 금강산 가는 길과 같이 남북의 평화 공존을 향한 걸음은 앞으로 계속 확대 지속되어야 한다.

    통일전망대와 인접한 지역인 ‘비무장 지대’는 정말 모호한 표현이다. 남북의 첨예한 군사력이 대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비무장지대’라 칭한다. 이 지역이 시사하는 것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50년간 인간에 의해 파괴되었던 자연이 스스로의 치유력으로 복원해 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의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복원해 가듯이,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는 남-북한의 공동 노력으로 복원시켜 가야 한다. 그리고 이 속에서 공동의 상생의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은 생명과 평화의 힘을 믿는 시민사회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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