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항공모함’ 논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①
    [국방칼럼] 해군의 도입 주장 배경
        2020년 12월 21일 01: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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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의 뜨거운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2020년 우리 군의 무기 도입 사업 핵심은 ‘경항모’로 불리는 ‘항공모함’이었다. 1996년 5월 김영삼 행정부의 지원 아래 해군이 ‘전력증강 계획’의 일환으로 ‘1만톤급 경항공모함’ 건조를 공식화한 후 부침을 거듭해왔던 이 사업은 문재인 행정부에 와서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지만,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1년 국방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되면서 추진에 일부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사업비 삭감’을 계기로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 ‘경항모’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해군이 ‘경항모’를 도입해야 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의 위협’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정책 당국자들이 곤란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북한’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로 삼아왔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경항모’는 한반도와 같은 좁은 전장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연못 속의 고래’와 같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의 해군 전략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해군은 전통적으로 잠수함(정)을 통한 수중전을 선호하며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전략(A2AD, Anti-Access Area Denial)’을 수용하여 ‘반(反)함선 로켓(대함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북한 대함미사일 금성-3호는 함대함, 지대함용이 있다[데일리NK(노동신문)]

    이는 유사시 한국 해군의 군사적 접근을 해상에서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경항모’가 단지 ‘눈에 잘 띄는 표적’에 불과할 뿐이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한국 공군기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경우 ‘경항모’의 탑재기들을 대체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경항모’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적절치 않은 무기체계라고 하더라도 해군의 입장에서는 이를 강조함으로써 실재하는 위험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두 번째는 ‘해상교통로 확보’이다.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 1840~1914년)’이 주창한 이래로 해군의 기본목표는 해상통제(제해권 확보)에 전력을 다함으로써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 교역을 활성화하고 통상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해군 역시 석유,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수입에 있어서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이용하고 있는 ‘남방항로(부산항-바시해협-믈라카해협-인도양-호르무즈해협)’는 우리나라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수송로이므로 ‘경항모’를 중심으로 한 기동함대를 편성하여 해상교통로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양해군론’이 처음 제기된 1995년 한참 이전부터 현재까지 이 항로는 미국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어왔다.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힘은 해상운송로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있으며 만약 미국이 이 항로를 독자적인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에 내준다면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하게 쇠퇴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각국의 미국에 대한 불평등한 지위는 역설적으로 해상교통로의 안전에 대한 반대급부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해상수송로상에 있을 수 있는 불씨(예를 들면 스프래틀리군도 분쟁)에 대비는 해야 하겠지만 ‘경항모’를 확보할 만큼의 시급한 사안이 미국이 사활을 걸고 지키고 있는 이 해상로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할 수 있는 요충지

    그렇다면 해군이 ‘경항모’를 도입하려는 실제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그 기저에는 ‘일본과의 정치적 갈등’이 존재한다. 해군이 ‘경항모’ 도입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1996년에는 일본측이 독도 망언을 통한 도발을 해온 상황이었다. 지금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구축함(세종대왕급), 3000톤급 중잠수함(KSS-Ⅲ), 대형수송함(LPX)의 건조는 당시 ‘전력 증강 계획’의 주요한 내용들이었다.

    이번에는 2018년 10월에 있었던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발화점이 되어 일본은 2019년 7월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를 압박했다. 8월 28일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조치’로 추가 보복하자 문재인 행정부의 국가안보실은 8월 14일 국방부가 발표했던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의 내용 중에서 ‘이·착륙 전투기 탑재 대형 수송함’’ 을 ‘경항모’로 새롭게 정의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를 일본에 통보하는 등의 맞대응을 했다.

    이렇게 일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마다 ‘해군전력 증강 계획’이 등장하는 이유는 한일 간의 해군력 격차가 매우 크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함정톤수 기준으로 한국해군(19만2천톤)의 규모는 일본해상자위대(46만2007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한국은 지상군이 주력이고 일본은 해상자위대가 주력인데 기인한다. ‘경항모’의 건조는 일본이 2018년 12월 ‘이즈모급 헬기 구축함’을 2023년 목표로 ‘F-35B수직이착륙기’ 탑재를 위한 경항모로 개조하기로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휴우가급’까지 그렇게 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미국의 ‘와습 강습상륙함’(위)과 일본의 ‘이즈모급 헬기구축함’(아래) – 한국의 경항모는 미국의 ‘와습(WASP) 강습상륙함’의 만재배수량과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의 역대 행정부가 이러한 ‘한일 간의 갈등’에서 촉발되는 반일 감정을 국내정치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행정부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시행되는 ‘독도방어훈련’이 그때그때의 한일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 훈련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작동한다는 뜻이다. 또한 항공모함은 강대국의 상징이므로 ‘경항모’의 도입은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국격 상승의 계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행정부의 공통점은 PK에 기반한 정권이라는 것이다. PK지역의 핵심산업이 바로 해양산업이고 한국조선업의 기반이 바로 이 지역에 있다. 조선산업의 경기동향은 정권 핵심부에게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울산의 현대중공업이 ‘경항모’의 개념설계를 맡고 있으며 이미 작년 10월 현대중공업은 컴퓨터그래픽 기반의 설계 조감도를 공개한바 있다. (2편 계속)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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