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언론 주도 '공안정국'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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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30일 08: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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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이 가까워 오면서 아침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다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오는 2일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지만 정치권 관련 소식은 여전히 주요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정계개편 소식은 빠질 수 없는 주요 뉴스이다.

    지난 주말 목포를 다녀온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소식도 30일자 주요 지면에 배치됐다. 11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예정돼 있다. 숨가쁜 10월 보내고 더 숨가쁠 11월을 준비하는 지금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야할 시기이다.

    <다음은 30일자 주요 조간신문의 관련기사>

    경향신문 <천정배 ‘신당 창당 앞장서겠다’>
    국민일보 <‘소비자 위장’ 댓글 인터넷 마케팅 활개>
    동아일보 <통신호출 무시 올 22차례 통과>
    서울신문 <‘송민순 원톱’ 체제 유력>
    세계일보 <정책 연구용역도 ‘코드발주’>
    조선일보 <"야 대선후보 동향 보고하라">
    중앙일보 <"50년간 글 쓴 나도 서울대 논술 자신 없어">
    한겨레 <국정원 김만복·윤광웅·이종백씨 경합/통일 김하중·이재정 외교 송민순 유력>
    한국일보 <북핵 물질 탐지시스템/미, 부산항에 설치요청>

    국가보안법은 살아 있는가. 2006년 10월 한국언론은 국보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간첩’도 죽지 않았다. 적어도 보수언론의 지면 속에서는 남쪽 땅 곳곳에서 활개 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수사 중인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극과 극이다. 벌써부터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는 언론도 있고 신중하게 이번 사건을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다. 국정원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남남갈등도, 국론분열도, 정치적 악용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은 ‘일심회’로 명명된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모임이 남쪽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점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야 대선후보 동향 보고하라">는 기사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 간첩사건으로 구속된 ‘일심회’ 총책 장민호(44) 등 5명이 북측에 전달한 대북 암호 보고문이 최소 46개에 이르며, 여기에는 국내 여권 고위층의 동향과 군, 재야단체 관련 고급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문건 중에는 장민호가 올 초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와 관련한 동향과 일심회의 ‘사업 정형보고'(일종의 사업계획서)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일심회’ 관련자 선거에 개입했나

    동아일보는 <"북, 일심회 통해 선거개입 시도 / 5·31선거-내년 대선 관련 지령">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은 또 지방선거가 실시된 올해 5월 장 씨를 통해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1·구속)씨에게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노당이라도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 한나라당의 당선을 막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면 <"야당 유력주자에 접근해보라">는 기사에서 "북측은 올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자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1·구속)씨를 통해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게 함으로써 ‘반 한나라당’ 전선이 구축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씨는 ‘내가 그런 일을 추진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0월30일자 3면.  
     

    언론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면 사실 자체로 충격이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했다면 어떤 수준인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세계일보 "이번 사건은 대규모 간첩단 사건"

    이번 사건에 대한 냉정하고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공안정국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과거의 공안정국 사건과 차이가 있다면 보수언론과 국정원이 앞장서고 청와대와 여당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보수언론의 ‘칼 끝’은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일보는 <김정일을 ‘일심으로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이 대규모 간첩단 사건임이 보다 분명해졌다. 더구나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 외에도 3∼4건의 간첩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이라 한다. 정치권 386 출신들이 국정원에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

    조선일보는 1면 <"간첩단 사건 확실…실상 충격적">이라는 기사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간첩 사건 수사 중 지난 26일 사퇴의사를 밝힌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9일 이번 사건 성격에 대해 ‘고정간첩이 연루된 사건이다. 간첩단 사건으로 본다’면서 ‘(사건의 양상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0월30일자 1면.  
     

    보수언론의 칼끝은 여권?

    동아일보는 3면 <일심회-386정치인 ‘운동권 인연’>이라는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자 여권의 386 핵심 인사인 A씨는 28일 구속된 이진강(43)씨와 함께 고려대 재학시절 ‘애국학생회’의 간부로 활동하다 구속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과 이번 사건 관련자인 이진강씨와의 인연을 소개한 기사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A씨가 누구인지는 세계일보가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3면 <북 공작원 접촉혐의 구속 이진강씨 / 안희정씨와 같은 지하서클 출신>이라는 기사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구속된 이진강(43)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안희정(42)씨가 조직부장을 맡았던 고려대 ‘애국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과거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것만으로 의혹을 받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심지어 정치담당 기자들까지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이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다.

    조선일보, 후임 국정원장 인사에 관여하나

    이번 사건에 의문이 드는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정원장 교체가 예고된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쟁점이 됐고 일부 언론은 후임 국정원장 인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3면 <"후임 국정원장에 코드인사는 절대 안된다>는 기사에서 "일요일인 29일 경기도 분당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김 원장은 여유가 있었다"며 "한 신도는 ‘국정원이 모처럼 국가 안보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격려했고, 다른 신도는 ‘간첩사건 보도를 보니 나라의 안보가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0월30일자 3면.  
     

    조선일보는 <국정원장 누가 돼도 간첩수사 문제>라는 4면 기사에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386간첩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하차하게 된 가운데, 다음 국정원장 후보로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람들 중 누가 되더라도 수사 방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386세대 운동권 전체를 겨냥한 보수언론

    이번 사건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수언론은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386세대 운동권 전체를 겨냥하는 가 하면 과거 민주화운동과 현재 시민단체 활동에 냉전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간첩혐의자가 달고 다닌 ‘민주화’ 훈장>이라는 사설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강도짓을 한 사람까지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본다는 것은, 내세운 명분만 옳다면 무슨 수단을 쓰든지 상관없다는 얘기다. 이러니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민주화운동가’로 행세하면서 권력 주변을 활보하게 된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나라 흔드는 세력 속에 활개친 ‘간첩 그림자’>라는 사설에서 "국정원장 퇴진으로 간첩사건 수사가 위축된다면 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한김모(한마음으로 김정일을 모시는 사람들)’의 세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 신중한 접근 당부…"엄정하고 신속한 수사 이뤄져야"

    그러나 언론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오버’가 이어질 경우 사건의 의문을 푸는 데 도움이 안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악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김정일 한마음으로 받드는 ‘일심회’ 충격>이라는 사설에서 "권위주의 시절처럼 사건이 부풀려 졌거나 조작됐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정원과 검찰에 있다. 섣불리 ‘간첩단 사건’으로 단정하거나 ‘조작’으로 몰아가선 위험하다. 이는 수사간섭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10월30일자 사설.  
     

    서울신문은 <북, 차기대선 개입 지령 내렸다니>라는 사설에서 "옥석을 철저히 가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일각의 우려처럼 공안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사건을 확대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소모적 남남갈등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고도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친북조직 ‘일심회’ 이름부터 특이"

    한국일보는 3면 <"간첩 맞나" 실체 공방>이라는 기사에서 "386 운동권 출신들이 연루된 간첩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며 "만일 ‘일심회를 구성했더라도 그것을 바로 ‘간첩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친북조직 ‘일심회’ 이름부터 특이해>라는 4면 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은 과거 학생운동권 인사들이 연루됐던 지하조직 사건과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국정원은 장민호(44·구속)씨가 이정훈(43·구속)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등을 포섭해 친북조직인 ‘일심회’를 결성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씨 등은 ‘일심회라는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수사당국 ‘간첩단사건’ 규정하지 않아"

    경향신문은 <"이적행위" "신공안정국" 진실공방>이라는 10면 기사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수사 중인 ‘일심회’ 사건에 대해 피의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며 "피의자들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공안당국이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며 수사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386간첩 의혹’ 사건, 실체 규명이 최우선이다>라는 사설에서 "일부 보수신문은 ‘이들 중 일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주민시위나 효순·미선양 사망사건 촛불시위 등에도 적극개입했다’고까지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건의 실체나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된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보수언론들의 요란한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수사당국이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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