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하고 복잡한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⑤]
        2020년 12월 16일 0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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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회의 글 “1주택자 아닌 다주택자 급증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부동산 대출규제 분야 (끝)

    1.

    민변의 성명서를 보다가 1인당 GDP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주당 노동시간이 64시간까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이 정부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사이 좋게 선택근로 확대안을 통과시켜 이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보면서 민간임대사업자 문제도 혹시 실수나 무지 때문이 생긴 일이 아니라 겉으로는 노동존중 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노동시간 연장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필자의 지식이 짧아 아직은 공급정책까지 언급할 정도는 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는 이 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 외 여러 가지 평가지점이 있겠지만 이 부분은 이제 공론의 장에서 더 활발히 토론될 것으로 보고,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때 아마 정치의 장에서도 토론이 될 것이다. 부동산은 결코 끝나지 않으니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서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8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국정브리핑이라는 사이트에 가보니 2017년부터 부동산 정책 관련한 보도자료가 27개가 링크되어 있다. 27개 보도자료 중에 가장 많이 변화하고 즉시 시행된 정책이 아마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일 것이다. 영혼까지 끌어다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산다고 해서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수도권 주택값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뛰자 어느 시점에서는 조금이라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동분서주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년 전 아파트가 무슨 맛집도 아닌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줄을 서서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을 목도한 한 지인이 말을 들어보면 이번 국면은 1988~1989년만큼이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

    그런데 이 정부가 가장 의존한 것은 이른바 대출규제였다.

    2018. 9. 3. 부동산 대책 중에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공시가 9억) 구입 시에는 담보대출을 금지했는데 무주택자는 주택 구입 후 2년 내 전입하는 경우와 1주택 세대는 기존 주택 최장 2년 이내 처분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2019. 12. 16.에는 규제지역 중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공시가 9억을 시가 9억으로 올리고, 2년 내 전입과 2년 이내 처분을 1년으로 줄였다.

    2020. 2. 20.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도 1주택자가 고가주택 구입 시 2년 내 기존주택 처분 및 신규주택 전입 의무를 조건으로 바꾸었다.

    그냥 봐도 복잡하다. 규제대상 지역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 있는데 고가주택이 경우 예외적으로 담보대출이 되는 경우를 조금씩 바꾼 것인데 저런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런 방식과 유사하게 자주 바뀌는 분야가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내지 감경의 예외사유다. 일시적 2주택의 경우에도 비과세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사유가 매우 상세하고 복잡하며 상당히 자주 바뀌기 때문에 실제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가 전문가들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세무사들이 책임 문제 때문에 1세대 1주택 비과세 여부에 대해서 아예 유료 자문을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자문료는 얼마 받지 못하는데 세금 안나온다고 해서 의뢰인이 집을 팔았는데 세금이 나올 경우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해 준 사례가 왕왕 있어 아예 돈도 안되는 일이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비슷하게 복잡하게 가고 있어 은행권, 국민들 모두 헷갈리는 상황인 듯하다.

    이 정부의 대출규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계속 그 범위를 이상한 방식으로 확대하여 왔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LTV을 강화하고 DTI를 도입한 것은 결국은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서이다. 주택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가 갑자기 거품이 꺼지고 채무자들이 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면 은행은 담보인 주택을 매각하더라도 대출금의 상당수를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즉,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한 것이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출을 규제하다 보면 투기 억제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투기 억제가 주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LTV와 DTI를 규정한 은행업 감독규정의 별표의 이름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이다. 은행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되도록 단순한 것이 좋을 것이다. 진시황이 너무 많은 형벌 법규를 만들어 사람들이 감옥으로 넘쳐나니 진나라의 수도를 점령한 반란군의 수장인 유방은 진나라의 모든 법률을 폐지하고 단 세 개 조문만 남겨 놓았다고 한다. (약법 삼장이라고 한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상해하거나 물건을 훔친 자는 그에 따른 처벌을 한다) 물론 한나라는 법령의 측면에서는 사실 진나라를 승계하여 통치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반란군에서 시작하여 권력을 장악하기 직전의 상태에 있던 유방의 입장에서 약법삼장이라고 하는 것은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 정부는 대출규제 정책은 너무 복잡한 것이었다. 이제는 일반 신용대출까지 규제한다고 하는데 일반 신용대출 분야에서 사실 은행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만한 일은 별로 없다. 은행이 보는 몇 가지 기준으로 충분히 체크가 가능하고 그래도 IMF 구제금융 이후 20년도 더 지났는데 신용대출 분야에서 개별 은행이 건전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과도한 대출을 해줄 가능성은 없는 것인데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서 신용대출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더라도 효과적 수단은 아닌 것이다.

    이 정부는 수요측면에서 금융, 조세정책, 공급측면에서 주택공급정책이라는 정책수단 중에 지나치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의존했다. 즉,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금융정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는데 이것이 일정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다. 즉, 목적에 맞지 않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3.

    게다가 문제가 더 틀어진 것은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정책 목적까지 집어넣은 것이다. 주택 가격 급등기에 누가 실수요자인지 투기수요자인지 판단한다는 것은 MISSION IMPOSSIBLE인 것이다. 무주택자라고 해도 무조건 실수요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다주택자라고 해도 무조건 투기수요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주택이 일종의 주요한 자산인 이상 모든 주택 수요에는 투기 혹은 투자 목적도 들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가인 집을 사는 사람이 단지 주거 목적만 고려할 수는 없고, 당연히 앞으로 오를 것인지 아닌지도 주요한 고려대상이다. 실수요 문제는 원래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것을 대출 규제라는 형식으로 실수요자 보호까지 하려고 했으니 될 일도 안된 것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이 세상에 없고 일정한 시기에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요를 억제시킨다는 말은 수요 총량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지 실수요자는 억제하지 않고 투기수요는 억제하고 이런 방법은 사실 불가능한 것 아닌가. 궁극적인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는 결국 주택가격 하락이라고 생각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

    부동산 담보대출 정책만으로 투기를 막으려고 하니 정책은 복잡해지고, 계속 바뀌고 그렇다고 확실한 주택가격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 반복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다. 물론 주택임대사업자라는 거대한 구멍과 보유세 정책의 뒤늦은 시행 등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정책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4.

    이 정권이 대출규제에 목을 맨 상황적 이유는 알 것 같다. 2020년 4월 이전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에서 법률을 바꿀 필요도 없고,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는 고시만 바꿔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경우에 법률로만 규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고시와 같은 임의적 행정법규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정책 자체가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며 조변석개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사실 획기적이라는 DTI도 이런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고시나 가이드라인으로 규제를 하다보면 이를 우회로로 인식하여 부정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DTI에서 소득산정을 할 때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신고소득제가 그렇다.

    2006년 DTI를 도입하던 시기 소득을 산정하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고 인식하여 몇 가지 보완장치를 두었던 것 같다. (사실 현재는 과표 양성화가 거의 완성단계라고 봐야 되기 때문에 가사영역이나 불법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 한 정기적인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나는 신고소득이라고 하여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가지고 소득을 추정하는 방식이었고, 이것도 없는 사람들은 그냥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소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시절 발표된 2015년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는데. 목적은 여신심사관행을 선진화하고 부채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였다. (이 경우도 심지어 고시도 아닌 가이드라인이었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해도 금융기관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가 함께 발표한 것인데 듣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신고소득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카드를 사용했다면 소득이 있으니 사용했을 것 아니냐 이런 논리일 것이다. 전년도에 카드를 1,800만원 썼다고 하면 신용카드 사용률을 계산한 후 만약 신용카드 사용률이 35%라고 한다면 5,142만원(=1,800만원/35%)을 소득으로 보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률은 가계동향조사의 평균소비성형(2015년경에 약 0.7 정도 되었다)과 여신금융협회에서 나오는 월간 ’여신금융‘에 나오는 자료로 정하였다. (2015년 당시 0.5 정도 되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으로 인정되는 신고소득의 상한이 5,000만원이니까 5,000만원까지 연소득으로 보게 된다. DTI 40%를 적용하면 1년에 상환할 수 있는 원리금과 이자 2,000만원이다.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로 본다고 했는데 그전의 주택담보대출이 대출기간은 2~3년으로(대개 연장이 됨) 단기이고 만기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때 DTI를 적용하면 대출기간 3년이면 아무리 많아도 대출원금이 6,000만원을 못 넘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지금은 대개 이 방식으로 대출을 받는 것 같다)은 약 1년 미만 기간 동안은 이자만 내고 그 때부터 매월 원금과 이자를 균등하여 상환하게 되는데 대출기간이 10년에서 30년까지 장기이다. 즉, DTI가 2,000만원인 사람도 30년을 기간으로 하면 원리금합계 6억원 가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자율 4%로 하여 계산하면 원금 3억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심지어 신용카드 사용내역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주소만 있으면 최저생계비 기준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연 2,000만원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DTI는 800만원으로 보고 30년이면 원리금합계 2억 4천만원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이후 폐지되기는 하였다. 이자율 4%로 하여 계산하면 원금 1억 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2015년경에 아무런 소득도 없고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월 150만원 있으면 3.5억은 대출이 가능하고, 심지어 소득도 없고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0원이어도 1.4억원 이상은 충분히 대출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소득을 넘어서는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신고된 소득은 없고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연 1,800만원인 사람에게 3억 5천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DTI 제도의 우회로라고밖에 할 수 없다. (DTI가 60%인 시절도 있었는데 이 계산법에 의하면 5억 이상도 대출이 가능했다.)

    이런 가이드라인식 규제방식이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 자의적이고 이상한 규제를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수단도 되는 것이다.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투기지역에서 LTV 80%의 대출을 가능케 한 것도 금융위원회 고시였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있는 부동산대출규제 방식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연재를 마치며

    부족한 지식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피상적인 분석에 그쳤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보다 진전된 논의를 위한 자료 정도로 생각하고 많은 식견있는 분들이 보다 다양한 논의를 했으면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격언이 “필요는 법을 만든다”는 말이다. 공동체 다수의 필요성이 있고 상황이 긴급하다면 새로운 제도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부동산 관련 제도사를 보면 다 극심한 토지-주택값 앙등시기에 도입된 것이다.

    혹자는 사회주의라고 불을 토하지만 이는 정권을 누가 잡고 있었는가와 무관하게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강남개발이 진행되던 1977~78년 토지-주택가격 앙등에 박정희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했다.

    자고 나면 강남의 아파트가 수천만원씩 오르고 전세 폭등으로 인한 일가족 자살 사건까지 발생한 1988~89년에 노태우 정부는 아예 토지가격평가제도를 새로 만들어 공시지가 제도, 종합토지세,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를 시행하고, 당시 주택 200만호(당시 서울 주택이 200만호 정도였다고 한다) 공급계획까지 추진하였다.

    토지보상비의 전국적 지급으로 인하여 주택가격이 앙등하던 2005~2006년 경에는 노무현 정부는 이후 부동산 정책의 주요수단이 되는 DTI 제도, 종부세 주택분,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관철시켰다.

    개인적으로 1988~1989년 부동산 폭등 이래 가장 심각한 2017-2018년의 주택 폭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필요‘성에 기반한 정책을 고안해내지도 못하면서도 민간임대사업자라는 특정 집단에게 어머어마한 특혜를 주면서 기존의 부동산 정책의 틀과 어긋난 정책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 다수 시민의 복리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아닌가 하면서 글을 마친다. <끝>

    필자소개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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