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중 소나무 숲 속의 기괴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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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8일 11: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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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7일 오후 5시 무렵.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간사가 “계양산이 죽으면 인천도 죽는다”며 12미터 소나무 위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목상동 소나무 숲을 향했다. 이날은 격려방문이 아니라 순전히 빌린 차를 되돌려 주기 위한 길이다.

    낫을 든 관리자와 환경단체 간부 어스름 속 실랑이

    임학동 사거리에서 인천지하철 종점인 귤현역으로 방향으로 가는 그 길은 어디서든 좌회전만 하면 농경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인천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탄성을 지를 만큼 좋은 숲길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 돈 많은 사람이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살지 않을 바에야 주민들은 팍팍하고 불편한가 보다. 하기야 개발제한구역이니 전원주택도 지을 수 없다.

    상반기에 40여일 내린 폭우는 어찌 됐고 석 달간 지속된 가뭄은 지난 일요일 쏟아진 비에도 해갈이 되지 않았다. 냇물은 말랐고 물줄기 하나만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하천복개 구간 수질조사하기 위해 하루 종일 폐수와 씨름한터라 맑은 공기가 있는 숲으로 들어서는 마음은 다소간 편안했다.

       
    ▲ 판넬 좌우에 설치된 다른 현수막은 철거됐고, 못을 사용하지 않고 노끈만을 이용해 매달은 판넬도 안전장치가 풀린듯 위험해 보인다. 
     

    숲길을 5분 정도를 저쪽 소나무 위에 신정은 간사가 올라가 농성하고 있는 현수막이 언뜻언뜻 보였다.

    “보름!”
    씩씩한 소리로 ‘하늘타리님!’하고 화답해야 할 신정은 간사는 반응이 없다.
    언뜻 보기에는 신간사가 나무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름!”
    “……”
    날은 어두워지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나? 마음이 급해졌다.

    가보니 낫을 들고 소나무에 사다리를 대고 있는 아저씨 한분과 한승우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혼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신정은 간사는 떨리는 소리로 소나무 위에서 “아저씨 위험해요 올라오지 마세요. 전 안내려가요.”

    롯데 부지 관리자 "당신 나 짤리면 책임질 거야"

    그 아저씨는 73만평 롯데 소유의 계양산 부지 관리인이었다. 관리인의 말도 처연하긴 마찬가지다. “한 국장-그곳 주민들은 한승우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을 그렇게 옛 직책으로 불렀다-당신이 나 짤리면 책임질 거야. 나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해.”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한 처장은 휴대전화 건전지가 떨어졌는지 내게 전화를 빌렸다. 롯데 쪽 관리책임자에게 거는 전화였다. 이미 몇 차례 통화를 했는지 “불상사가 나면 롯데가 책임질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한 처장에게 롯데측은 책임지겠다고 한 모양이다.

    전화를 하는 사이 사다리 위에 있던 관리인은 소나무에 작은 각목을 가로로 밖아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만들고 나무위로 올라갔다.

    그 사이 사람들이 몰려왔다. 난 등산객들인 줄 알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너도나도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롯데 같은 대기업이 설마 그러겠어?"

    “나 구멍가게하나 하는데 골프장 지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오면 허다 못해 만 원짜리 하나라도 더 쓸 거 아냐.”
    “당신들이 35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에 살아봐. 우리네 밥벌이 책임질 거야?”
    “아, 골프장 생기면 취직할 직장도 생기고 할 거 아냐.”

    “골프장 지어져도 지역주민들이 거기 취업 안돼요.” 라는 내 말에 한 주민은 “아 그거야 중소기업이 (골프장을) 지을 때나 그렇지 설마 롯데 같은 대기업이 그러겠어?”
    “당신들은 계양산 놀러오면 좋을지 몰라도 우리는 계양산 땜에 살 수가 없어.”
    “소나무 다 짤라! 이게 우리 밥 멕여 주나?”

    할말이 없다. 차라리 절규 같았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놓기만 하고 주민들 삶에는 대책이 없는 우리 행정의 맹점을 주민들은 계양산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112 신고를 했는데 위치를 확인하는 경찰 전화가 걸려오자 주민들은 “우리 가니까 경찰 오지 말라고 그래.” 하면서 내려간다.

    이미 10미터 위 농성장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숲 속에는 어둠이 깔렸다. “나 짤리면 책임질 거냐”던 관리인은 농성을 위해 나무 사이를 연결해 만든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 가량 널판 위로 올라가 현수막을 뜯어 밑으로 던지고 다른 기물을 아래로 던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깜깜한 숲속에서 다급한 목소리만 들리고

       
    ▲ 12미터 소나무 위에 설치된 작은 판넬에서 관리인과 한승우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그리고 농성을 벌이던 신정은 간사의 몸싸움이 위태롭다.
     

    “아저씨 그거 비싼 거예요.” “아저씨 그 줄 끊으면 정말 위험해요.”

    소리치는 신정은 간사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나무 위에 있던 물건들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급한 상황이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이미 숲 속은 완전한 어둠이 깔려있었다.

    다급한 상황이 한참동안 지속되고 위치와 상황을 묻는 세 차례의 전화가 더 있고서야 몇 개의 손전등 빛과 함께 경찰이 왔다. 계양서 정보과 형사도 왔다고 한다(어쩜 그 전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도 오고 김은영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환경위원장도 당원들을 데리고 왔다. 지역신문 기자들도 왔다.

    경찰이 오자 관리인은 내려오고 “아가씨 내려와요.”라고 소리치는 경찰에 “안상수 시장하고, 롯데에서 골프장 안 짓겠다고 확답하면 내려가겠다.”는 신정은 간사의 답변.

    어느 새 관리인은 다시 나무위로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 다시 신정은 간사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정말 위험해요. 그거 그냥 놔둬요.” 다급한 상황에서 한승우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이 관리인이 설치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고 3평짜리 작은 널판 위에서의 언성과 쿵광거림은 더 커졌다.

    이 상황에서 출동한 경찰은 “상황이 원점이 됐고 우리도 어찌할 수 없으니 가도 되냐”고 내게 물었다. “아니, 이 상황에서 경찰이 그냥 가겠다는 소리가 납니까? 최소한 안전은 확보하고 가야 할 거 아녜요.”

    나의 항의에 경찰은 추가 인원을 요청하고는 팀장에게 상황 전화를 한다. 무전기 저편에서 “그냥 관망하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경찰은 돗자리에 주저 않으며 혼잣말을 한다. “여기에 이런 소나무 숲이 있는 걸 몰랐네. 정말 좋네. 공기도 좋고.”

    나중에 달려와 준 환경단체 회원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

       

    ▲ 롯데측이 고용한 관리인이 소나무위 농성장에서 농성물품을 철거해 소나무 숲 아래로 떨어뜨린 장면  

     

    12미터 소나무 위에서는 모든 물건이 모두 철거됐는지 더 이상 떨어지는 물건은 없었지만 쿵광거림과 고성은 계속됐다. “한 국장! 일단 한 국장이 내려와.” 이번에는 정보과 형사가 소리친다.

    잠시 널판 위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위태롭게 사람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신정은 간사가 내려오고 관리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위에서 한승우 처장이 자신이 남을 테니 둘이 내려가라 했나보다. 관리인이 거기에 동의해서 신정은 간사가 함께 내려왔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방조하고 있는 경찰은 뭐냐.”며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경찰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니가 밀쳤으니 처벌해라, 너도 밀쳤으니 처벌 받아라” 류의 고성이 오가고, 경찰은 ‘최초 신고자’인 내게 묻는다.

    난 “이제 안전성이 확보됐으니 괜찮고 누구의 처벌을 원하진 않는다.” 이렇게 하여 경찰이 관리인을 그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어둠 속 소나무 숲은 난장판이 됐다. 신정은 간사 대신 농성을 하겠다고 12미터 소나무 위에 올라간 한승우 처장은 농성장을 다시 설치할 기술과 방법을 몰라 결국은 신정은 간사가 다시 올라갔다. 신 간사는 관리인이 올라가기 위해 박아놓은 각목을 제거하고 설치된 농성널판 아래 있는 잔가지를 쳐내겠다고 한다.

    “안상수 시장과 롯데가 골프장을 안 짓고 계양산을 보존하겠다는 확답을 해야 내려오겠다”는 신정은 간사. 그러나 주민들만 앞세우고 뒤에 숨어 있는 안상수 시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언제쯤 나타날 것이며, 언제쯤 확답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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