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를 얻기 위해 열개를 포기하며 질주"
    By
        2006년 10월 28일 02:22 오전

    Print Friendly

    한미FTA 제4차 협상이 27일 마무리 되었다. 정부는 당초 ‘관세 양허안의 골격 마련’, ‘서비스/투자 유보안의 내용 및 상호 관심분야 명확화’, ‘가지치기 작업을 통해 5차 협상부터 핵심 쟁점 타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한다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한마디로, 상호간 수용 가능한 양허/유보안의 수준을 파악하고 협정문안의 부차적 쟁점을 처리한 후 5차 협상부터는 핵심쟁점에 대한 딜(deal)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품-농산물 양허 연계 전략, 협정문 기존쟁점에 대한 기존입장 고수로 인해 우리 측 협상단의 의도는 크게 달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노동, 환경, 분쟁해결, 위생검역, 기술 장벽, 경쟁 등 여론의 관심이 부족한 분야의 협정문 협상은 나름의 합의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상대 의중 파악 역시 진전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공산품-농산품 연계 통해 예외없는 농업시장개방 압박

       
    ▲ 건배를 나누는 FTA인사들 (사진=연합뉴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상품양허 협상이다. 3차 협상부터 양허안(상품, 섬유, 농산물)협상이 시작되었기에 4차 협상에서 양허안 협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미 예견되었다.

    양허안 협상에서 미국의 목표는 한국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에 있음이 ‘명확’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2차 협상에서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모두 철폐 통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양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 농산물 관세를 모두 철폐하라는 요구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은 과거 FTA에서 모든 공산품(섬유 제외)에 대해 100% 관세 철폐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도 쌀, 감귤, 쇠고기, 감자, 양파 등 초민감 품목에 대해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차 협상부터 자국의 상품/섬유 양허와 한국의 농산물 양허를 연계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공산품 양허안을 야금야금 확대하면서 한국의 농산물 양허확대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3차 협상 이래 미국은 3차례의 수정 양허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최후 양허안은 대미 수출액의 60%(품목수 77%) 가량에 대해 즉시철폐(대다수는 이미 무관세)하는 것에 불과하고 자동차와 전기전자 품목은 대상에 넣지도 않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중미국가, 호주, 칠레 등과의 FTA에서 95% 이상의 품목에 대해 즉시 무관세화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의 양보’로 결코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1,500여개에 달하는 섬유류에 대해 3차 협상에서 60%를 개방 예외로 제시한 후 4차 협상에서 일부 품목을 10년 관세철폐로 변경하며 한국 농산물과 철저한 연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한미간 제조업 경쟁력은 섬유가죽류 제외하고 미국이 경쟁력 우위인 상태이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허협상 주도권 상실, 농업시장 대폭 개방 불가피

     반면 우리 측은 미리부터 포괄적인 양허안을 제시하여 양허안 협상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우리측은 공산품의 경우 수입액의 74%(품목수 80%)에 달하는 즉시철폐 양허안을 3차협상에서 제시하고, 섬유류의 경우 수입액 72%(품목수 97.6%)에 대해 즉시철폐 제시하여, 상품/섬유를 레버리지로 미국의 섬유/상품 개방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미국 상품양허’ vs ‘한국 농산물 양허’로 양허안 협상의 구도가 형성되고 만 것이다. 이와 같은 구도를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3차협상에서 제시한 284개의 농산품 예외, 35% 가량의 농산물 10년 내지 15년의 장기 관세철폐라는 우리의 농산물 양허의 상당한 후퇴가 예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는 4차협상에서 개방제외 58개 축소, 15년 철폐 110개 축소한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일부 보도는 15년 110여개만 축소), 미국 양허안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한 행동으로 보인다.

    어쨌든 미국은 이것마저 거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정부는 제4차협상 미국이 쳐놓은 ‘상품 vs 농산물’ 협상 구도를 끝내 돌파하지 못하여, 이 상태로는 양허협상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은 없다는 점이 자명해 졌다.

    현 단계에서 정부는 기존 상품양허안을 철회하고 보수적 양허안을 제시하든가, 미국이 최소한 한국 수준의 양허안을 제시할 때까지 협상을 중단하여 ‘미국 섬유 vs 한국 농산물’의 협상구도로 전환하는 것이 상식으로 보인다.

    자동차 “미국 2.5%철폐 vs 한국 8%철폐 + 자동차 세제철폐?”

    더불어 4차 협상에서 미국이 2.5%에 불과한 자국의 자동차관세 철폐와 한국의 자동차 세제개편을 연계하는 것이 분명해 졌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입장이 미국 의회 및 이해관계자 등의 준공식적 입장이기 때문에 계속 고집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미국 2.5% 철폐 vs. 한국 8%철폐 + 세제 철폐’라는 협상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밑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에 최소한의 협상력이 있는 협상단이라면 관세철폐는 관세철폐끼리 연계시켜 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상품-섬유-농산품 모두를 연계하고 있기에 미국 섬유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산물 양허확대 해야 미국은 일정 정도 공산품 양허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농산물을 더 많이 양허해야 미국은 섬유 양허 추가확대 할 것으로 예상되며, 농산물을 대부분 양허해야 얀포워드(섬유산업과 관련된 미국의 비관세 장벽, 섬유 원료인 실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에 대한 예외적용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섬유양허 사례를 볼 때 칠레, 싱가폴, 중미 등과의 FTA에서는 상당히 개방하였으나, 호주의 경우 상당한 보호장치(HS8 441개 즉시, 1개 4년, 17개 10년, 921개 품목 기타)를 둔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섬유류를 민감하게 취급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우리 협상단이 이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얀포워드 문제는 고사하고 “농업 vs. 섬유”의 구도조차 형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익 챙기기, 한국은 협상 빨리 타결하기

       
     ▲ 고개숙인 농민 (사진=연합뉴스)

    또한 미국은 협상 시한에 연연하기 보다는 이익 관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미국은 3차 협상부터 극도로 보수적인 양허안을 제시한 후 입장을 고수하는 자세는, 시한에 연연하기 보다는 농산물과 자동차 시장확대라는 실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반면 협상의 조기타결에 연연한 우리 협상단은 처음부터 포괄적인 개방안을 제시하여 협정문 협상에 이어 양허협상 주도권마져 놓치고 말았다. 애초에 미국 무역증진권한 만료에 맞춰 협상시한을 짧게 설정한 것이 미국의 협상전략이었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보수적인 상품/섬유 양허안이 ‘우선’ 수정되지 못하면 농산물 시장 개방확대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계속 조급하게 갈 것인지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무역구제에서 벌써 후퇴는 조급증, 의지부족 탓 

    보도에 의하면 4차협상에서 정부가 애초 10여개의 무역구제 관련 요구 중 7개를 포기하고 3개만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것마저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것 역시 미국의 입장을 오판하고 내년 3월까지 시한 내 협상타결에 연연한 결과로 보인다.

    반덤핑의 경우 정부는 올해 상반기 TV 토론회 등 각종 포럼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비판진영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점점 꼬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는 범위내로 요구하겠다고 후퇴하였고, 이번 협상에서는 요구사항 마저 3개로 축소를 시도한 것이다.

    아마도 미국 무역법 절차를 의식해 이러한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무역증진권한법은 통상협상을 통해 미국무역구제 제도가 변경되지 않기 위한 2중의 장치 설치해 놓았다.

    우선 ①반덤핑 집행력 약화 방지(avoid)를 협상목표로 규정(19USC2102)해 놓았고, ②협정체결 180일 이전부터 행정부는 의회와 협상에서 논의된 상대국의 무역구제 요구가 법개정사항인지 여부 및 위 협상목표 충족여부를 미국의회에 보고하여야 한다(19USC2104).

    이러한 제도는 무역구제제도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미국의회의 의지가 반영된 장치들이다. 180일 이전 의회 보고라는 미국절차에 입각해 우리 협상단이 양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나, 애석하게도 미국은 이것마저 거부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협상단이 미국의 반덤핑 남용에 의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구제하려는 실제 의지가 부족하고 협상타결에 연연하고 있는 점과, 반덤핑에 관한 미국 제도, FTA 사례, 미국내 여론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NAFTA이후 어떠한 FTA에서도 수용하지 않음) 협상에 임하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 5개의 추가요구를 전달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국내 여론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미리 양보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관철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최소한 협상카드로라도 활용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개성공단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 확인

    정부는 협상개시 선언시기부터 일관되게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요구해 왔다. 미국은 반대로 일관되게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거부하여 왔고, 북핵문제가 붉어진 최근 ‘햇볕정책’의 아이콘인 개성공단 사업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해문제로 인해 미국의 거부는 더욱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이러한 태도는 결코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점차 분명해 지고 있다. 개성공단 원산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한미FTA를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핵심과제로 선전하던 중대한 의제의 실현 불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소한의 입장표명은 있어야 할 것이다. 

    합의사항 상당부분 일방적 미국요구 수용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관급 노동위원회 설치에 합의, 신약차별 금지와 신약의 국내시장 접근성 보장 등을 협정문에 넣기로 합의, 자동차 표준작업반 설치 합의, ‘표준기술’에 대해 상대국 정부가 규제를 내릴 때는 내외국간 차별없이 자국 전문가와 상대국 전문가를 동수로 참여시키는 방향에 대한 합의 등이 4차협상 기간 중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는 모두 미국 측이 요구하던 사항이고, 우리가 얻었다고 보도되는 대부분은 미국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볼 때, 4차협상에서는 ‘가지치기’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가지쳐지기’에 가까운 일방적 미국요구 수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세이프가드 인정은 미국이 과거 FTA에서 농산물/섬유 세이프 가드를 동시에 인정하였던 것을 볼 때 양보라 할 수 없고, 핵심적인 쟁점은 세이프가드 발동품목, 발동기한과 존속기간 등에 있기에 미국이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미국식 전형 FTA 협정문안이 하나 하나씩 합의되는 과정이 4차 협상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주면서 돌진

    올해 안에 FTA가 타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3차협상 부터 분명하였다. 4차협상에서는 양허협상의 가닥이 뚜렷이 잡히지 않았고, 향후 서비스/투자 양허, 협정문 역시 입장 정리가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여, 내년 3월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협상의 진전을 위한 고위급 딜이 필요한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4차 협상으로 미국의 마지노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예외 없는 농산물 개방 계속 고집하고 강공을 퍼부을 것이다. 두세개의 양허제외 인정과 일정 품목에 대한 장기관세 철폐 적용이 타협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미국 및 한국 양측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그 이상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동차 관세와 세제 등의 연계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국차의 수출확대는 미국의회 등의 강력한 요구이다. 미국은 상당한 시장확대를 받아내려고 억지를 계속 부릴 것이고, 우리정부의 전격적 조처가 없는 한 2.5%에 지나지 않는 자동차관세 철폐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얀포워드는 섬유 원산지 원칙으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의 FTA를 볼때 얀포워드 원칙에 약간의 예외를 인정한 사례는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준의 예외는 미국이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얀포워드 원칙의 포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구제제도 변경불가의 원칙 역시 계속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제도의 실질적 변경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나 실효성 없는 내용의 성의는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은 절대 불가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며, 안보 압력 등 전방위 공격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의 합의를 얻기 위해서 나머지 분야에서 미국요구의 대부분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 협상단이 어떠한 선물을 들고 올지 궁금하다. 선물이 없더라도 안보논리로 돌파를 시도할 것인지…


    페이스북 댓글